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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탐방] 경주 남산, 당당하게 세계문화유산에 이름을 올린 보물창고 /송일봉
2013.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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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탐방] 경주 남산, 당당하게 세계문화유산에 이름을 올린 보물창고 /송일봉

인문탐방(3) 경북 경주 남산

 

당당하게 세계문화유산에 이름을 올린 ‘보물창고’

 

글과 사진/ 송 일 봉 (여행작가)

 

경북 경주는 1년 내내 아무 때나 찾아도 좋은 여행지다. 천년고도답게 계절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자신의 색깔을 유감없이 드러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경주는 사람들이 붐비지 않는 한적한 계절에 찾는 것이 제격이지 않나 싶다. 역사의 현장들을 긴 호흡으로 천천히 걸으면서 돌아볼 때 경주의 참모습을 만날 수 있다. 경주는 전체가 박물관이라 할 만큼 유서 깊은 명소와 유물들이 많은 곳이다. 그 많은 명소 가운데 최근 들어 경주 남산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특히 지난 2000년에 남산을 포함한 경주역사유적지구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유적지가 되었다.

 

1.남산에서 가장 키가 큰 마애석가여래좌상.jpg

 ‘신라의 얼굴’ 또는 ‘경주의 영산’이라 일컬어지는 남산(금오산, 해발 494m)은 신라 992년(b.c.57~935년)의 역사를 묵묵히 지켜본 곳이다. 박혁거세의 탄생설화와 관련이 있는 나정, 신라의 종말을 예고한 포석정 등이 남산 기슭에 터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포석정 근처에 있는 삼릉은 신라 8대 아달라왕, 신라 53대 신덕왕, 신라 54대 경명왕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주변의 소나무 숲은 산책을 하기에도 좋지만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명소이기도 하다. 현재 남산자락에는 무려 150여 곳의 절터(암자 포함)와 120여 구의 석불, 96기의 석탑, 22기의 석등 등이 있어 그 자체가 훌륭한 답사여행지다.

남산은 그리 높은 산은 아니지만 골이 깊고 바위들이 많아 산행을 하기에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다. 하지만 남산을 오를 경우 다소 무리가 되더라도 칠불암까지 가보는 것이 좋다. 남산의 동쪽 관문인 남산동 통일전을 출발해 서출지, 오산골, 이영재 등을 거쳐 칠불암까지 가는데 약 2시간30분~3시간이 소요된다. 칠불암이라는 이름은 암자 옆에 ‘칠불이 있다’고 해서 붙여졌다. 삼존불과 사방불로 이뤄진 칠불암 마애불상군(국보 제312호)은 신라 마애불 가운데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힌다. 칠불암을 답사한 후에는 이영재를 거쳐 용장골로 내려오는 코스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이 구간에서는 380m의 거대한 하층 기단(?)을 가진 용장사지 3층석탑을 만날 수 있다.

 2.커다란 바위 위에 세워져 있는 용장사지 3층석탑.jpg

남산의 참모습을 힘들이지 않고 빠른 시간에 답사할 요량이라면 삼릉골 코스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일명 ‘부처님의 세계’라 불릴 정도로 많은 불상들이 밀집되어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삼릉을 출발해 상선암까지 가는 동안 석조석가여래좌상, 선각육존불, 석불좌상(보물 제666호), 마애석가여래좌상 등 다양한 형태의 불상들을 만날 수 있다.

 

삼릉을 출발해서 가장 먼저 만나는 불상은 석조석가여래좌상이다. 머리 부분과 양손이 파손된 상태이지만 넓은 어깨와 당당한 자태, 뛰어난 조각미가 돋보이는 수작이다. 가슴부분에 정교한 매듭이 있는 것이 특징이며 조성 시기는 8세기 후반으로 추정하고 있다. 1964년 발견되기 전에는 근처 계곡의 징검다리로 사용되기도 했었다.

 

4.머리와 양손이 파손된 석조석가여래좌상.jpg

선각육존불은 커다란 바위를 마치 도화지 삼아 가는 선으로 스케치하듯 조성되어 있다. 삼존불씩 두 군데로 나뉘어져 있는데 오른쪽의 주불은 앉아 계시는 석가여래좌상이고 왼쪽의 주불은 서 계시는 석가여래입상이다. 협시불은 반대로 오른쪽은 입상이고 왼쪽은 좌상이다. 왼쪽의 좌상은 공손하게 무릎을 꿇고 공양하는 모습을 하고 있다. 육존불 위에는 불상을 보호하는 닫집을 설치했던 흔적과 함께 물이 불상쪽으로 흘러내리는 것을 방지하는 ‘물끊기 홈’이 남아있다. 조성 시기에 대한 기록이 없어 대략 통일신라 때 작품으로 추정하고 있다. 보물 제666호로 지정되어 있는 석불좌상은 일명 ‘몸짱 부처님’으로 불릴 정도로 당당함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대좌와 몸체가 분리되어 있으며 2007~2008년 사이에 얼굴과 광배를 손질했다. 상선암 바로 위에는 남산에서 가장 키가 큰 좌불(높이 6m)인 마애석가여래좌상이 있다. 양각을 한 머리 부분을 제외하고는 몸체 대부분이 선각으로 조성되어 있다.

 

5.일명 몸짱 부처님으로 불리는 석불좌상.jpg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탑곡의 마애불상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명소다. 일명 ‘부처바위’라 불리는 높이 10m의 바위전체를 다양한 형태의 불상들이 빈틈없이 가득 채우고 있다. 

 

남산 남쪽의 열암곡에는 이른바 ‘5cm의 기적’이라 불리는 마애불이 발견 당시의 모습 그대로 엎드려 있다. 전체 무게가 약 70톤 정도로 추정되는 이 마애불은 2007년 5월 우연히 발견돼 세상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주인공이다. 만약 바닥면과 5cm의 여유가 없었다면 아마도 마애불의 예쁜 콧날과 얼굴은 완전히 박살나고 말았을 것이다.

 

7. 

 

▲찾아가는 길 : 경부고속도로 경주나들목→35번 국도→남산 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