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립서강도서관] 미술관으로 떠나는 인문학 여행, 2차 후기 (김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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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 15-08-01 20:00 조회506회 2015.08.01본문
미술관으로 떠나는 두 번째 인문학 시간이다. 44년을 살며 미술관을 스스로 이렇게 두 번이나 가다니...왠지 사치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교양 있는 아줌마가 된 거 같은 착각에 빠진다.^^
사실 그동안 나에게 ‘미술관’은 시간 많고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이 멋지게 차려입고 비싼 표 값을 지불하고 멍하니 그림들을 바라보며 우아한 시간을 보내는 곳 정도로 생각해 왔다. 하지만, 이동섭 선생님과 길 위의 인문학을 통해 밀레전 탐방까지 이어지며 미술관에 대한 나의 편견의 벽은 완전히 허물어졌다.
아무튼 예전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게다가 설레는 마음으로 즐겁게 두 번째 시간을 맞이했다.
이번 강의는 요즘 핫 이슈인 신경숙씨의 표절이야기를 시작으로 풀어나가셨다. 작가들, 출판사들의 변명과 사과 속에 정작 우리 독자들이 빠졌다는 지적과 문학계에도 펴져있는 갑질? 이야기로 살짝 우리들을 자극해 주셨다. ^^
그러고 보니 나도 늘 ‘을’로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돈을 지불하고 전시회를 가고, 공연을 보고, 책을 사고 , 그리고 그것을 비판 할 수 있는 관객인 ‘갑’이 될 수 있는데, 정작 그것을 당당하게 누리지 못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맘대로 느끼고, 해석하고, 비판하고, 그리고 작품에 대해 소통하며 난 거기서 다시 나의 삶을 돌아보며, 또 다른 나를 창조해 내는 멋진 ‘갑’ 이 아니었던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다는 것은 어렵다. 무조건적인 모방은 멀리해야 하지만, 예술에서의 모방은 창조의 동력이기도 하다고 하셨다. 물론 의도와 정도에 따라 표절이 되기도 하지만...
자기만의 언어를 가지고 좀 더 자신있고 강하게 다르게 표현한 것, 즉 자기만의 독창적인 방식으로 만들고, 자신만의 정서를 투영한다면 그것은 표절이라고 할 수 없다고도 하셨다.
다소 무거운 강의가 될 수도 있었는데, 이런 이야기를 듣고 나니 좀 더 똑똑한 비판, 철학적인 감상자가 되가는 것 같아 자신감도 생기고 빨리 여러 전시회를 다니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그래서 다시 한번 길위의 인문학을 만난 걸 감사하게 생각한다. 어찌보면 이런 행복도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나의 삶이 밑바탕이 되어 예술과 만나 새롭게 창조가 된것인지도 모른다.
어쨋든 나는 미술적지식이 없는 無에서 열린 마음을 가지고, 인문한적 소양과 철학적인 자세를 갖춘 有를 창출 해 낸 멋진 관람자가 되가고 있었다.^^
모딜리아니하면 아무리 그림을 잘 모르는 나도, 깡마르고 눈동자를 그리지 않은 초상화그림들이 딱 떠오른다. 눈은 그 사람이 현재 보고 있는 것, 기분,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중요한 신체기관인데, 눈동자를 그리지 않음으로 인해 그림을 보는 각자의 마음대로 해석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내가 느낀 첫 마음은 우습게도 무서움이었다. ㅋ~
귀신같은 눈, 어디를 응시하는지, 무엇을 생각하는지 모를 눈동자로 불안하면서도 조금 공포스러웠다. 솔직히 예전엔 이런 감정들이 작품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부끄러웠는데, 이동섭선생님 강의를 들으며 그런 생각은 없어져 버렸다. 오히려 이런 나의 감정들이 즐겁고, 재미있다. 게다가 그림그리기를 두려워했던 내가 감상에 그치지 않고 ‘그림 한번 그려 볼까?’ 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ㅎㅎ
학창시절 지독히 싫어했던 미술시간, 특히 그림을 그릴 때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눈’을 그릴 때였다. 다 그려 논 그림에 ‘눈’을 어떻게 그리냐에 따라 그림이 우수꽝스럽기도, 잘 그린 그림이 되기도 했다. 모딜리아니처럼 눈을 꼭 안 그려도 된다는 것을 진작 알았다면 나도 성인이 되도록 그림그리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딜리아전은 밀레전과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밀레전에서의 소박함, 편안함 보다는 사람을 주로 그려서인가 인간내면의 복잡한 관계들이 느껴졌고, 모딜리아니가 완벽성을 추구한 화가였다는 설명을 듣고 나니 ‘ 아! 그래서 빈틈이 없어보이고, 덜 편안해 보였구나..’ 게다가 귀신같은 눈까지..ㅋ~
‘사람’을 주로 그린 모딜리아니전을 보며, 예술가들은 여자, 친구, 가족 등 인간관계가 화풍의 변화를 이끄는 데 아주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나 안타까운 잔느와의 사랑, 그에게 경제적 지원을 해 준 친구들, 그림을 그리도록 지지해 준 이들.사실 나도 내 인생이 있어 절반 아니 그 이상을 사람들과의 관계로 생기는 문제들로 슬퍼하고, 행복해 하고, 가치관이 바뀌기도 한 것 같다. 그래서 모딜이라전을 관람하며 그의 삶이 느껴져 공감이 가기도, 마음이 아프기도 하였다. 또한 내 주변을 돌아보고 사색의 시간을 갖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동섭 선생님은 매시간 우리에게 인문학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미션?을 하나씩 툭툭 던져주신다. 이번에도 두가지 질문이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모딜리아니에게 그림은 무었이었을까?” 그리고 “난 그림을 왜 보러 다니는가?”
이 두가지 질문에 답하기 위해 열심히 전시회를 관람하고, 그림을 보며 생각하고 또 생각해보았다.
그래서 지난번 선생님 책에서 본 글을 인용해 답을 내려본다.
‘예술이 경쟁이 지친 나의 일상의 친구가 되기를...’
그렇다. 모딜리아니에게 그림은 고단한 삶의 위로였고, 지지해 주는 응원자였고, 늘 자기편인 친구였고, 삶의 목적이었다. 그리고 나 또한 그런 그림을 보러 다니며, 내 삶을 풍요롭고, 아름답게 해주는 일상의 친구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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