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시립가산도서관]힐링이 되어준 길위의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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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정 15-07-08 11:22 조회575회 2015.07.08본문
? 인문학 열풍은 이 작은 도농 포천에도 여지없이 불어왔다. 2~3년 전부터 방송을 타면서
유행을 이끈 듯하다. 때론 이런 유행이 문화 오지 포천에 더없이 좋은 기회를 만들어 주곤
한다. 인문학 강의를 듣고 싶어도 기회가 많지 않고 탐방을 겸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터라
가산도서관에서 인문학 강의가 있다는 말을 듣는 순간 오랜 가뭄 끝에 단비 소식을 듣는
듯했다. 평소에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고, 한 차례 북촌과 전주 한옥마을을 다녀왔기에
? 한옥의 구조를 좀 더 알아보면 좋겠다는 기대를 하며 참여하게 되었다.
경기도 교육청 인문학 담당 장학사로 계신 김현철 선생님의 강의는 어렵지 않았다.
초등학교 교사 생활이 몸에 배인 분이라 청중의 눈높이를 잘 맞춰 주시는 훌륭한 강사였다.
?어느 절을 가나 일반적으로 정면에서 건축물을 보게 되고 해설을 읽어가며 혼자 감상하는
경우가 많았다. 해설의 1/3 ?정도 이해하면 다행이었다. 량이 무엇이고 한국의 미 중 하나인
지붕 곡선의 아름다움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관심 밖이었다. 그저 자연과 어우러진
산사의 고즈넉한 분위기에 취해 그냥 "좋다"하고 느낄 뿐이었다. 그랬던 나이기에 강의
?듣는 내낸 낯선 건축물의 명칭은 한 귀로 들어가 한 귀로 나오기를 반복했다. 강사님도
아셨는지 부담갖지 말라고 현장에 가서 보면 이해가 잘 될거라며 우리를 안심시켜
주셨다. 간간이 인문학을 대하는 마음의 자세를 말씀하신다. 느끼고 변화해야 한다고......
?소통을 잘 할 수 있어야 한다고......자꾸만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강사님의 묘한
매력에 마음이 쏠렸다.
1차 탐방은 해미읍성,수덕사, 고건축 박물관, 추사고택 등이 주요 여정이었다.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몇 안되는 온전한 읍성! 그것도 평지에 말이다.
첫째 딸아이가 초등학교 때 국어 교과서에 실린 내용을 보면서 언제가
천주교 박해의 현장이었던 이곳을 꼭 한번 다려오리라 마음 먹고 있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닿은 것이다. 박해자들을 매달아 놓았던 회화나무가 세월의 무상함을
안고 그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진남문 위에 올라 강의 때 배운 량과 도리, 대들보,
고주, 등을 찾아 보며 끄덕끄덕 절?로 이해되는 기쁨을 맛보았다. 일정이 빠듯하여
오랫동안 감상에 젖을 수 없었지만 아는 만큼 더 많이 보이는 즐거움이 발걸음을
가볍게 해 주었다.? 다음은 수덕사. 절 입구에 즐비한 상가들 틈에서 솔솔 더덕향기가
짙었다. 마음의 평안을 찾고자 했다면 조용히 산책하며 나만의 시간을 가졌겠으나
길 위로 옮겨온 인문학 강의의 연장이라 입구부터 마음이 바빴다. 그간 배운
건축물의 이름과 위치를 확인하며 부지런히 선생님 뒤를 쫓았다. 확실한 것은 해설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과 건물을 측면부터 보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번 인문학을 접하지 않았다면 측면의 아름다움을 모른 채 지냈을 것이다.
고건축 박물관은 전체가 예술품이었다. 장인의 숨결이 살아있는 아름다운 작품이었다.
그 어떤 건물도 쉽게 내보이지 않는 속살은 아리따운 여인의 누드를 보는 것처럼
감동과 감탄의 연속이었다. 마지막을 장식한 곳은 추사 고택이다. 대학교 때 학과
친구들과 교수님 모시고 답사를 왔던 곳인데 20 여년만에 다시 찾게 되다니......
추사을 생각하고, 추사의 글씨를 감상하며 그늘진 추녀 밑에서 길 위의 인문학은
끝을 향하고 있었다. 얼마전 한승원 작가의 장편소설 '추사'를 읽은 것은 우연일까?
?큰집 양자로 가서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았을 추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에 지워지지 않는 굵은 획을? 남기 그를 떠올리며 여행을 마무리지어 갔다.
아이들을 떼어 놓고 약간은 미안한 마음으로 출발한 탐방이었으나 일상에 찌든
나에게 한 템포 느리게 가는 여유를 안겨 주었고, 앎의 기쁨을 재확인시켜 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人文學 ' 인류가 그려 놓은 수많은 무늬들!
그 무늬를 앞으로도 계속 찾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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