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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시립마동도서관]고창읍성 옥사를 보다/신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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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시립마동도서관 15-07-08 09:14 조회670회 2015.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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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시립마동도서관]고창읍성 옥사를 보다/신경자

고창 읍성 옥사를 보다

 

신 경 자

 

좋은 사람을 따라 먼 길을 나서는 호사도 몇 생은 지어야 받는 복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즐겨 찾는 마동 도서관의 인문학강좌가 펴는 고창 탐방 길에 동참했다. 여러 번 고창을 찾았어도 이번처럼 길 위의 인문학을 만나는 기회는 쉽지 않다.

차창으로 너른 들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메르스가 빨리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 하는 사이 버스가 고창 읍성 앞에 섰다. 낯선 일행이거나 혹은 낯익은 친지들 모두 화사한 얼굴이다. 문화해설사 앞에 모두 모여 고창 읍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옹기를 절반 쪼갠 모양의 입구 쪽은 옹성, 성벽의 돌출부는 치성이라고 한다. 성벽을 기어오르는 적을 감시하려는 치소란다. 반듯한 산줄기가 눈앞에 가로 누었다. 고창의 주산인 방장산이라고 한다.

방등산가에 얽힌 해설사의 설명이 아프고도 재밌다. 고창은 바다와 가까워 그 옛날 왜구의 침입이 잦았다고 한다. 읍성을 쌓은 이유도 왜구를 방어할 목적이었다.

왜구가 방장산에 은거하다가 밤이면 인가로 내려와 사람을 가마니로 싸갔단다. 어둔 밤이므로 머리통을 더듬어 민둥머리는 놓아두고 칙칙한 머리통만 쌌겠다. 산채로 돌아가 왜구는 젊은 여자만 남겨 놓고 늙은 여자는 돌려보냈다. 붙들린 젊은 여인은 밤 시중을 들었을 것이다. 여인은 남정네의 구출 날만 목을 빼고 기다렸겠지만그런데 용기 없는 남정네는 산채를 공격은 생각도 못하고

방장산가는 이런 아녀자들의 원망과 아픔이 서린 전래 노래라고 한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일본은 못된 적이라는 생각을 다시 해 본다.

해설사의 입을 통해 우리나라 5대 산가를 배운 것도 이번 탐방의 소득이다. 방등산가, 선운산가, 무등산가, 지리산가, 정읍사를 금방 외웠다. 물론 제목만이지만 배워서 아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달리 또 있겠는가.

힘들게 성 줄기를 따라 오르내리다 맹종죽림 앞에 멈추었다. 울울창창한 대숲의 푸른 기상이 넘쳐흐르고 남는다. 대숲에 얽힌 설화도 효성스럽다.

그 옛날 맹종이라는 사람이 고을 너머에 살았다고 한다. 죽순이 병이 든 노모에게 약이 된다는 말을 얻어 듣고 이 곳 저 곳으로 죽순을 구하러 기웃거리다가 마침 이곳 죽림에 도착했다는 얘기다.

계절은 겨울인데 죽순이 날 턱이 없다. 그래도 맹종은 행여나 하는 요행심리로 아마 대숲을 헤쳤을 것이다. 그런데 웬걸. 죽순이 대숲 속에 솟아 있지 않는가.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이라던 어릴 적 어머니의 말이 생각난다. 함께 걷던 교수님이 겨울에 죽순이 날 리가 있겠냐.” 며 웃는다. 대나무는 따뜻한 곳에 자라는 식물이다. 그러니 아마 그해 겨울철은 봄처럼 따뜻했을 것이다. 죽순은 철도 모른 채 때 없이 봄인 줄 알고 올라 왔을 거란다. 생각하면 그렇기도 하다. “정말이냐고 물었다. 하하하하 웃는다. 농담은 진담보다 훨씬 재미있다.

모두들 힘든 다리를 끌며 성 입구로 되돌아 왔다. 잠시 쉬는 사이 입구 건너편에 한자로 옥()이라고 쓴 집 한 채가 새삼스럽게 눈에 띈다. 죄인을 가두던 옛 날 감옥을 재현한 건물이란다. 조금 전에 설명을 한 해설사의 말을 돼 새겨 보았다.

이 고을의 사또가 이 성을 드나들 때마다 옥사에 갇힌 죄인의 머릿수를 직접 헤아려 보았다고 한다. 머릿수가 많으면, 또는 그전 보다 증가했으면 자신을 책망했다는 것이다.

내가 읍치(邑治)를 잘 못해서 죄인이 늘었구나.”

그렇게 자책을 하며 선정을 펴는데 힘을 썼다는 설명이었다. 고을을 다스리는 목민관이란 적어도 이런 수준은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의 유신 통치가 떠오른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없는 죄를 닦달 받아 감옥살이를 했던가. 신문에는 지금도 유신시대의 잘못된 재판이 정정 되는 기사가 가끔 실린다. 없는 죄를 만들어 가둔 현대의 야만과 죄수가 많은 것을 사또의 부끄러움으로 여긴 옛날의 덕치를 비교하면 어느 시절이 인간다운가.

이 고을 사토가 저 먼 옛날 죄수 머리수가 많음을 자탄했듯 그런 권력이 도래하기를 빌어 본다. 내가 사는 도시의 약촌 오거리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진범이 군산에서 잡히고 자백까지 받았다는 데, 억울한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한 사람은 공소시효에 걸려 구제 받을 수 없다는 소식이 들린다. 감옥을 산 이 사람의 억울함을 누가 풀어 줄 것인지. 돌아오는 버스길 내내 그 생각이 스쳤다.

콧구멍에 바람을 들이고 너른 들을 거침없이 달리는 길 위의 인문학 길은 그냥 투어가 아닌 소중한 배움의 길이다. 그래서 탐방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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