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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도서관] 싸목싸목길 걷기를 마치고(3차) - 최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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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숙 15-07-07 14:14 조회605회 2015.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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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도서관] 싸목싸목길 걷기를 마치고(3차) - 최영미

 날씨도 쾌청하고 산들 바람에 길 가 가로수의 이파리들도 살랑거렸다. 매일의 시간들이 소정의 목적, 즉, 물질 획득이나 구체적 생존을 위해서 쏟아 부어지다가, 생산적 산출이라는 강박관념 없이 이렇게 마음가는대로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을 나설 수 있다는 것이 오래간 만에 얼마나 큰 축복인가라고 생각하며 담양 도서관으로 향했다. 제목마저 아스라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싸목싸목 길’이라니 항상 급하게 등 떠밀리다시피 시간의 급류를 타던 일상을 벗어나 그래 이번에야 말로 내가 시간의 등 뒤에서 싸목싸목 그 시간의 흐름을 느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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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깔끔한 버스와 담당 사서 선생님의 낭랑하고 활기찬 안내 멘트에 이어 문화해설사 선생님까지 동행하셔서 싸목싸목 길의 굽이굽이마다 이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들을 접하며 가슴이 따사로워지는 인문적 지식의 향기를 가슴으로 들이 마셨다. 지식을 감히 향기라고 말할 수 있는 이 여유에 축복있을지니! 상월정 -옛 사람들이 공부방으로 사용하던 집, 과거시험 대비도 했을 테고 아니면 성리학적 교양이나 인간의 도리, 또는 인간의 삶의 의미를 치열하게 토론하고 묵상하였던 장소- 으로 가는 싸목싸목 길을 그야말로 싸목싸목 걸어가며 옛 선비들의 자취도 느껴보고 토하를 잡아 젓갈도 담고 소박한 밥상에 둘러 앉았을 옛사람들도 상상해 보며, 삶이란 나 하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리도 유구하게 이어져 내려가는구나라는 감회 속에서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의 삶이 아름답고 소중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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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평 삼지내마을에서 약초밥상을 차리는 곳을 방문하여 자연과 인간이 일치하는 순수한 먹거리 밥상에 대한 강연을 듣고 시음도 하였다. 자연의 맛이란 무엇이며 그 맛을 즐긴다는 건 거의 신선의 경지에 도달한 순간에야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자소매실장아찌 만드는 법도 배우고 무엇보다 인간이 병이 들때 인간의 몸을 자연 그대로 두었을 때 다시 원형 그대로 복원된다는 말씀이 강하게 내 가슴에 꽂혔다. 사실 나도 화학적인 내복약이 내 몸에 맞지 않아서 감기 걸려도 약이나 주사없이 그냥 버티는 편이라 마음뿐 아니라 몸도 자연과 교감해야 한다는 말은 정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론이었다. 그렇지만 벌써 내 혀가 산업화시대의 도회적 입맛에 길들여져 있으니 어찌하랴! 시간이 걸리더라도 서서히 나를 변화시켜 보리라 마음먹으며 하루의 느리고 나른한 여정을 끝마쳤다. 이런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신 담양도서관 운영자님들께 감사드리고 우리나라 만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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