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립마동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탐방을 마치고 돌아와서/유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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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시립마동도서관 15-07-05 13:30 조회702회 2015.07.05본문
「길 위의 인문학」탐방을 마치고 돌아와서
유 용 규
2015년 6월 17일, 지난 주 「신재효의 세계인식과 욕망」을 주제로 한 강의에 이어 오늘 24일(수) 신재효 선생의 고향 고창읍성을 탐방하는 날이다.
오늘의 날씨 예보에 따르면 남해상에 장마전선에 형성되어 북상중이며, 제주도와 남해안에 비가 내리고, 내일은 전국이 흐리고 단비가 내릴 것이라고 한다.
아침 8시 40분.
카메라와 인문학 강의 교재만 챙겨들고 집결지 마동시립도서관으로 갔다. 예정대로 오전 9시에 모두 42명이 화원관광버스에 올라 출발.
한 시간 남짓 달려 고창읍성 앞 주차장에 당도하였고 곧 이어 해설사님의 안내로 고창읍성(모양성)을 답사했다.
고창읍성은 조선 단종 원년(1453)에 외침을 막기 위해 호남 내륙을 방어하는 전초기지로 축성되었고, 둘레 1684m, 높이 4~6m로 자연석으로 쌓은 성이며 1450~1453년 전라좌우도19개 군현이 분담하여 축성하였다. 현재 사적 145호로 등록되어 있다.
짧은 시간 관계로 읍성의 일부만 답사하였다. 성안에는 소나무, 아름드리 나무들이 무성하였고, 향청 · 작청 · 척화비 · 객사 등을 둘러보고 낮으막한 언덕을 오르니 울창한 왕대나무숲이 앞을 가로막았다. 주위를 둘러보다 좀 특이한 모습의 소나무와 왕대나무를 보았다. 소나무와 왕대나무가 휘감아 품에 안고 안긴 모습이 다정한 연인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아름다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소나무와 대나무의 이웃사랑, 서로 감싸주고 의지하는 모습에서 기독교의 10계명 중 ‘네 이웃을 사랑하라’와 윤선도의 ‘오우가’가 떠올랐다. 우리 모두가 이웃을 아끼고 배려하면 다툼과 분쟁이 없는 평화롭고 안락하고 안정된 사회를 이룰 수 있을텐데…….
고창읍성 답사를 마치고 근거리에 있는 신재효 생가를 둘러보고 판소리 박물관으로 이동. 해설사님의 생가를 설명을 듣고 맞춤형 판소리 체험 공연에서 ‘춘향가’ 중 ‘이별가’ 한 대목을 감상하고 이어서 소리꾼의 선창에 따라 부르며 중머리 한 대목을 배웠다.
‘오냐, 춘향아 우지 마라!
너와 나와 만날 때는 합환주를 먹었거니와
오늘 날 이별주가 웬 말이냐?
이 술 먹지 말고 이별 말자!’
아주 슬픈 대목이지만 모두 즐겁고 흥겹게 따라 부르며 배웠다. 흥겨운 판소리 공부를 마치고 주위에 있는 작고 아담한 한옥 한식집으로 옮겨 보리밥 쌈밥으로 점심을 마치고 잠시 쉬었다가 선운사로 향했다.
선운사에 당도하여 선운사 진입로를 따라 걸으며 해설사님의 안내 설명을 들으며 길가에 누워 있는 울퉁불퉁 모양이 괴상하고 속이 텅 빈 아름드리 커다란 고목나무 그루터기를 보았다. 그루터기 속에는 이름 모를 풀들의 대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살아가는 모습이 정다워 보였다. 여기 누워 있는 저 나무 그루터기는 언제 이 땅에 생겨나서 어떻게 살다가 죽어 얼마나 긴 세월 동안 여기 누워 잠자고 있는가!
언뜻 며칠 전 EBS ‘귀가 트이는 영어’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에서 소개되었던 ‘Dust in the wind'가 떠올랐다.
Dust in the wind
I close my eyes Only for a moment And the moments gone
All my dreams Pass before my eyes, a curiosity
Dust in the wind All we are is dust in the wind ……
난 눈을 감아요 아주 잠시 동안 그리고 순간은 지나가요
내 모든 꿈은 내 눈 앞을 스쳐 지나가는 호기심일 뿐
바람에 날리는 먼지 그들 모두 바람에 날리는 먼지일 뿐……
집착하지 마세요
대지와 하늘 그밖에 영원한 것은 없답니다 모두 떠나버리죠
당신의 모든 돈으로 단 1분(순간)도 살 수 없어요
우리 모두 그리고 모든 것이 바람 앞에 먼지일 뿐……
선운사 부도가 있는 곳에서 백파율사비를 보았다
비문의 글씨가 추사 김정희가 별세하기 1년 전에 쓴 해서체로, 언뜻 보아도 힘차 보이는 글씨가 범상치 않아 보인다.
그리고 선운사는 백제 위덕왕 24년(577) 창건된 천년 사찰이다. 경내의 대웅전과 불상, 석탑, 동백나무, 주변 울창한 산과 숲을 보며 반야심경에 나오는 불생불멸. 과학에서 나오는 ‘질량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 생각났다. 없던 것이 새로 생겨나지도 않고, 있던 것이 없어지지도 않으며 단지 모습이 변할 뿐 총량은 일정하다.
노자와 공자, 붓다, 예수, 소크라테스
그들이 떠난 지 2000여 년 전이지만 우리는 그들을 기억한다. 그들에게서 자연에서의 가르침을 배워 큰마음을 길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