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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시립마동도서관]길 위의 인문학 '판소리에 맺힌 애환'/서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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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시립마동도서관 15-07-01 14:13 조회666회 2015.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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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시립마동도서관]길 위의 인문학 '판소리에 맺힌 애환'/서정순

길 위의 인문학 판소리에 맺힌 애환

서 정 순

 

어느 날 마동 도서관에 들렀다가 우연히 길 위의 인문학운영안내판을 보았다.

문학에 역사를 담다라는 슬로건아래 조선말의 민중(民衆)의 삶이라는 주제가 선뜻 마음에 와 닿았다. 특히나 탐방지가 고창이고, 고창읍성(모양성)과 신재효 고택(古宅), 판소리 박물관, 선운사를 답사한다는 건 더욱 가슴 설레는 일이었다.

 

헌데 느닷없는 메르스 사태로 온 나라가 뒤숭숭해 각종 행사가 연기 취소되는 심각한 상황으로 전환돼, 기대가 컸던 만큼 몹시 심난 하였던바 다행히 진정기미가 돌아 예정대로 진행 된, 따지고 보면 이번 고창 답사는 행운의 나들이다. 더욱이 행사엔 날씨가 한 부조(扶助)인 셈인데 장마를 살짝 비켜 날을 잡았으니 생각사록 天幸이 아닐 수 없다.

 

진행을 맡은 강사님은 사전(事前)에 고창에 대한 소개와 답사코스, 견학과 관련 된 역사적 사실을 소상하게 거듭 설명해 주었다.

 

북문 앞에서 문화 해설사에게 읍성의 연혁을 간략하게 듣고 옹성 안으로 성큼 들어서는데, 짙푸른 소나무의 녹음이 우릴 반겨 맞아 절로 환성이 쏟아졌다.

무병장수를 소원하는 답성(踏城)풍속에 따라 동문 등양루까지 걸었다. 성벽 바로 아래에는 예전에 마른 해자가 있었다는데, 흔적만 남았을 뿐 소롯길과 철쭉이 대신 들어앉아 좀 아쉬웠다. 그러나 平山城인지라 넓은 고을이 시원히 들어오고, 멀리 방장산이 병풍을 두른 듯 감싸 안은 양이 한눈에 잡혀 후덥지근한 더위를 말끔히 날려 주었다.

작청과 객사를 지나 를 상징한다는 맹종을 보러갔다. 하늘을 가릴 듯 촘촘하게 들어선 대숲은 바람 한 점 없어도 마냥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고, 설화(說話)를 품고 있어 그러한지 매끈한 줄기며 가느다란 대 잎들이 유난히 싱그럽게 보였다.

특히 삼사백년은 족히 묵었다는 세 그루 조손(祖孫)소나무의 굴강한 모양새가 온갖 전화(戰禍)에도 오백년 넘게 당당히 견디고 선 고창읍성을 충직하게 지키는 터줏대감처럼 믿음직스러웠다.

세월의 연륜이 정겹고, 든든하고 멋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하는 만남이었다.

고창하면 또 하나의 상징, 판소리!

판소리가 세계문화유산으로까지 등재 된 이면에는 동리 신재효의 노고와 공을 절대 빼놓을 수 없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신재효의 고택과 판소리 박물관이 바로 읍성 부근에 있었다.

박물관에서 신채효의 업적과, 판소리 구성요소의 기본적인 설명을 들은 후 판소리 강습을 받게 되었다.

먼저 강사인 젊고 예쁜 소리꾼이 춘향전 한 대목을 열창했다. 육성(肉聲)을 직접 듣는 소리라니, 절절한 애잔함이 가슴을 후벼내듯 심금을 울리는데 묘하게도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이상의 뭉클거림이 저 바닥에서 올라왔다.

어쩌면 오랜 세월 헐벗고 짓밟혀 온 민심이 일순간 폭발하여 동학혁명으로 치닫던, 소외 된 민중들의 한 맺힌 원성(怨聲)이 이러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다.

설음이 겹겹이 맺혀 토하는 절규인가, 고통이 승화되어 판소리로 나왔음인가, 같은 노랫소리인데 창의 음색(音色)은 왠지 구성지고 슬프다.

비록 그 아픔은 능히 짐작하고 있으나 오늘을 사는 우리는 덕분에 나름 여유를 즐기느라, 춘향의 이별장면을 소리꾼의 선창(先唱)을 따라 아이러니하게 흥겨운 모드로, 그렇지만 모두가 열심히 불렀다.

목청껏 소리를 내질러 기침까지 쏟아졌지만 속이 후련해지는 게, 내심 기분이 아주 좋았다. 이 맛에 옛사람들이 창을 즐겼을까?

점심을 먹고 주차장까지 걷는데, 주변의 경관이 아! 뭐라 어떻게 표현해야할까? 운치 있는 조경이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고요하고 아름답고,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그리고 하늘과 숲이 맞닿아 동화 속 풍취를 자아내며 평온과 안식도 함께 묻어났다.

버스로 이동하여 선운사를 찾았는데, 입구에서 우릴 맞이하는 문화 해설사는 해박하고 유머와 열정이 넘치는 분이었다. 시종 웃는 낯으로 나무 한 그루, 기둥 하나에 이르기까지 알기 쉽게, 진한 인상이 남도록, 그리고 다시금 선운사를 찾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게끔 가슴 속 깊숙이 차곡차곡 넣어주었다.

추사 김정희가 비문(碑文)을 새겼다는 백파선사 부도며 만세루가 단층인 까닭과 대웅보전의 의미, 동백 숲을 조성하게 된 이유 등등......

사상과 문화를 대상으로 하는 인문학이 자유로운 공간, 길 위에서 서로 만나 새롭게 만개 했다할까?

옛것을 돌아보게 하고 쓰다듬게 하고...... 우리 곁에서 묵묵히 한세월을 지켜온 사물들은 언제부터인가 이미 숨을 쉬고 있나보다. 보는 것만으로도 친근하고 따뜻하다.

비록 짧은 일정이었지만 일상적인 것이 다채로이 인식되는 아~ 황홀한 하루였다.

불교와 기독교는 하나로 소통한다는 주제의, 다음 탐방이 기다려진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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