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립마동도서관]길 위의 인문학 탐방을 다녀와서/이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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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시립마동도서관 15-07-01 14:11 조회625회 2015.07.01본문
「길 위의 인문학」 탐방을 다녀와서
이 우 정
‘내가 할 수 있을까?’ 무슨 일을 시작하려면 이런 망설임부터 시작된다. 올해는 여성문화센터에서 문화역사과정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역사공부를 제대로 배우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 했습니다. 관련 자료를 찾느라고 도서관에 가게 됐습니다. 학창시절 이후 40여년 만에 간 도서관은 시설, 규모 면에서 옛날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입구에 붙어있는 “길 위의 인문학” 플랭카드를 봤습니다. 제목이 참 근사해 보였습니다. 참석하고 싶어 접수를 하고 드디어 설레임과 기대로 탐방버스에 올랐습니다.
첫 번째 탐방지인 고창읍성에 도착했는데 성곽의 웅장함과 견고함이 한참을 쳐다보게 했습니다.
순천의 낙안읍성, 서산 해미읍성과 함께 3대 읍성 중 하나라고 했습니다. 조선 단종 1453년 왜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전라도민들이 힘을 합쳐 세운 곳이라고 했습니다. 수원화성보다 훨씬 이전에 만든 것이랍니다.
동문 치에서 보니 전망대에 오른 것 같이 고창군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왔습니다. 특히 성 밖의 해자는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거기에 창살 등을 꽂아 놓고 적을 막아냈다고 합니다.
거기서 조금 더 가다보니 특이한 형상의 소나무 3그루가 보이는데 문화해설사의 설명이 우리의 굴곡진 인생을 닮은 300여년 된 소나무라고 했습니다. 제 멋대로 가지 뻗은 모습이 기암괴석처럼 독특했습니다.
두 번째 탐방지는 판소리 박물관이었는데 TV에서 판소리 가락이 나오면 꺼버렸던 나였습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판소리 가락을 들으면 왠지 서글프고 옛날 사람처럼 느껴져서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강사님의 강의에서 동편제, 서편제, 소리, 아니리, 발림 등 판소리에 대한 설명을 듣고 박물관에 와서 직접 체험을 하다 보니 우리 소리에 대한 애정이 생기고 앞으로 친해지고 싶어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신재효, 진채선, 흥선대원군 세 사람의 애잔한 사랑이야기에 푹 빠지면서 판소리에 관심이 더 생기고 짐짓 숙연해지더군요.
한양 경복궁 준공식에 간 진채선을 기다리다 지었다는 “도리화가”도 알게 되고 숨은 이야기도 듣게 되었습니다. 작은 시골마을에서 판소리 여섯 마당을 집대성 한 분이 내 고장 사람이고 세계무형유산이 된 판소리가 고창에서 정리된 귀한 우리대한민국의 자랑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탐방지는 선운사!
주차장에서 선운사로 향하는 길옆에는 계곡이 있는데 보기에 물이 혼탁해 보였는데 그 이유는 떡갈나무 등 참나무를 벨 때 뿌리까지 안 베서 나무의 탄닌 성분이 녹아서 흐르기 때문이라는 군요. 물속에는 작은 물고기들이 놀고 있는데 운치가 그만이었어요.
선운사에 있는 스님들의 무덤이라고 하는 부도 입구로 들어가니 추사 김정희가 썼다는 “백파율사비”가 있더군요. 교과서에서 배웠던 추사 김정희 선생님의 글씨가 내 고장에 남아 내가 직접 볼 수 있다는 게 가슴이 벅찼습니다. 김정희는 영조 임금의 그토록 예뻐했던 화순옹주와 결혼한 김한신의 증손자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선운사 대웅전 뒤에 500여년이 넘었다는 동백나무 숲이 우리나라에 있는 가장 오래된 동백나무 군락지라고 합니다. 산불로부터 사찰을 보호하기 위한 사찰보호림이라고도 하는데 화재가 났을 때 화마로부터 번지지 않도록 24분 지연시켜 주는 역할도 한다고 합니다.
역사의 숨겨진 비밀 하나, 둘, 주어온 하루가 너무나 귀하고 행복했습니다. 내년에 동백꽃이 필 무렵 인문학 강의 동기생들을 떠올리며 다시 가고 싶은 향수에 젖었습니다.
역사 수업도 빼먹고 참석한 “길 위의 인문학”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길 위의 인문학 계속 이어져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길 위의 인문학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