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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시립마동도서관]길 위의 인문학 -배우고 표현하고/김옥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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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시립마동도서관 15-07-01 14:10 조회551회 2015.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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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시립마동도서관]길 위의 인문학 -배우고 표현하고/김옥희

길 위의 인문학- 배우고 표현하고

 

김 옥 희

 

바쁘다는 핑계로 나는 여행 한 번 제대로 하고 살지 못했다. 내가 나라의 부름을 받아 봉사하는 일만 하는 사람이라고 착각도 하면서 무슨 일이든 내가 필요한 곳이라면 언제든 달려가서 무조건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독하게 마음먹었다. 도서관에서 인문학 강의가 있다고 친구가 권유했다. 나는 책을 멀리 한지 오래되었다. 인문학 강의라는 말을 들었는데 내 가슴이 아팠다. ‘그게 뭐지내가 꼭 들어야하는 의무감처럼 들렸다. 너무나 오랫동안 책을 읽지 않은 나에게 굶주린 허기를 채워 줄 것 같은 기대감이 생겼다.

이런저런 주변의 일상을 정리하고 시간을 비웠다. 나의 무지함이 들키면 어쩌나 은근히 창피한 마음도 들었다. 그래도 용기내어 오랜만에 도서관이라는 곳을 갔다. 여고생이 된 기분에 설레였다.

 

강사님의 강의에 서서히 푹 빠져서 나는 열심히 공부하는 여고생으로 돌아갔다. 집에서 나올 때 무지함이 들킬 까 두려웠던 마음은 사라지고 하하 웃으며 다른 사람들과 익숙하게 섞여서 강의를 들었다.

망설이다 선택한 바깥나들이 시간은 나를 이상한 나라 엘리스동화 속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었다. 모두가 신나고 꿈을 꾸듯이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는 날이었다.

 

내가 사는 고장에 이렇게 대단한 유적지가 남아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가까운 고창에 있는 조선시대의 성곽과 관청을 보니 모든 게 신기하고 대단하게 보이기만 했다.

대나무 숲, 소나무 숲에 많은 비밀이 숨어있었다. 그 비밀을 나도 알았다는게 집에서 청소하고 있을 친구보다 내가 많이 유식한 아줌마가 된 기분이었다.

 

우리 고장의 자랑인 판소리를 이론으로 만들었다는 신재효 선생님 기념 박물관에서 판소리 체험시간이 있었다. 내가 이렇게 스타가 될 줄이야 !

오냐, 춘향아 우지 마라. 너와 나와 만날 때는 합환주를 먹었거니와, 오늘날 이별주가 이게 웬일이냐? 이 술 먹지 말고 이별말자,”

평소에 노래를 잘한다는 칭찬을 듣는 내가 오늘 판소리 한 대목을 배우면서 춘향과 이도령의 이별 대목을 배웠다. 배웠으니 선생님 앞에서 발표를 시켰는데 내가 딱 걸렸다.

 

나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실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정성껏 불렀다. 모두 잘했다고 박수와 환호성으로 응원해 주었다. 칭찬에는 고래도 춤을 춘다고 했다. 순간 어린아이처럼 기분이 더 좋아졌다.

모든 걸 잊어버리고 친구 따라 나섰던 인문학 강의 시간 덕분에 도서관이라는 낯선 곳을 조금은 친숙한 우리 동네 이웃집처럼 생각이 들었다.

함께 여행했던 어르신들과 선생님들이 떠오르면 저절로 판소리 한 대목이 나온다. 피식 웃으며 흥얼흥얼 불러본다. 앞으로 뭔가를 배우고 표현하며 살아야겠다.

친구야!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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