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평생학습관]리움 미술관 탐방_박순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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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령 15-07-01 10:06 조회629회 2015.07.01본문
리움 미술관 탐방
박순남
2015년 6월 24일 수요일 12시 30분~17시
마포평생학습관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 ‘시와 그림에 물들다’ 2차 탐방은 용산구 한림동에 위치한 ‘삼성 리움 미술관’에서 진행되었다. 문화가 있는 날과 연계한 단체 입장권은 5000원, 평상시 개인이 가려고 하면 10000원이다.
탐방 안내는 홍익대, 서울교대 등에서 강의하는 이호영 교수. 섬세하고 부드러운 화술로 친절하게 설명해 주신 덕분에 시간 내내 유익하고 즐거웠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둘러보는 일이 여간 힘들지 않는데, 합리적인 동선과 최적의 감상 포인트를 제공받을 수 있어 에너지 낭비가 없었던 까닭이다.
미술관의 규모에 비해 직원이 무척 많은 것 같았다. 소장 미술품의 수준도 높아서 이른바 ‘좋은 미술관’이라는 말을 들었다. 어찌됐든 대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 차원에서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해 두자. 오늘이 문화가 있는 날이라서 입장권을 할인 받을 수 있는 데도 불구하고 관람객은 거의 없어 보인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영향일 것이다.
먼저 가방을 보관해 두고, 엘리베이터로 M1관 4층으로 올라갔다. M1관은 한국 고미술 전시관이다.
4층에서는 고려청자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고려시대 귀족들의 문화적 향취가 가득한 청자들이 새로운 시각과 언어로 다가왔다. 또한 고려청자의 색감을 재현한 바이런 김의 회화작품 -<고려청자 유약 1> 1995-6, <고려청자 유약 2> 1996- 을 함께 전시한 기획력에 박수를 보낸다.
3층은 조선백자의 방이다. 국보 309호인 ‘달항아리’가 특히 마음에 남는다. 아무것도 안 그려진 순백의 항아리엔 커다랗게 얼룩이 생겨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매우 예술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단을 따라 2층으로 내려 왔다. 고서화 전시장이다.
입구에 재미있는 작품이 있어 우리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이것은 대형 아크릴 관 속에 전시되어 있었다. 청동으로 정밀하게 작업한 사람 형상 조형물을 우리나라 지도 위에 빽빽하게 심어 놓은 형태의 작품으로서, 그 규모와 발상에 입이 딱 벌어진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못같이 보이던 수많은 청동구조물들은 모두 우리 나라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재현하고 있었다. - 서도호 <우리나라> 2014 청동 ?
2층을 돌면서 간송 미술관 오픈 전시장에 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작품 수는 훨씬 못 미치지만, 이 곳에 전시된 고서화들은 더 좋은 옷을 입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사의 글씨 또한 새롭게 보였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라는 명제가 뇌를 치는 듯 하였다.
우리의 고미술은 중국의 영향을 크게 받았지만 그와 똑같지 않다. 고려청자의 빛깔이나 상감기법의 독특성은 물론이고, 그 형태의 자연스러움은 우리 나라 사람들의 기질처럼 여유롭다.
이형록의 <책가문방도> -조선 19세기- 같은 민화들을 보면 원근법이 무시되어 있으며 다시점이다. 자신이 보고 싶은 것, 그리고 싶은 것을 더 자세히 표현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림은 곧 그 사람이다.’
1층에는 불상과 탱화가 있었다. 이호영 교수는 자신의 탱화 사랑에 대해 이야기 하기도 하였지만 나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서양인들에게 우리 문화를 어필할 때 쉬 등장하는 것이 불상과 탱화라고 하는 점에서 이 곳의 존재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다.
로비로 나왔다. 잠시 휴식 시간이다. 쉬라고 했지만 우리 일행들의 눈에 비친 반짝이는 물체가 강렬하게 시선을 붙들어 맨다.
나와 코헤이 1975 <픽셀-중첩된 사슴>
사슴 박제 두 점을 겹쳐 붙이고 표면을 무수한 크리스털 구슬로 뒤덮은 작품이다. 구슬을 통해 들여다 보면 사슴의 표면 털이 보인다. 작품이 주는 메시지는 ‘왜곡된 진실’이다. 인터넷이나 대중매체 등의 유통과정을 통해 모호해지고 불확실해지는 진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잠시 숙연해진다.
이제 M2관, 입장권을 다시 한 번 더 찍고 2층으로 올라갔다. M2관은 한국 현대 미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입구에는 1세대 대표 주자인 서세욱의 -<군무1> 1988- 대형 수묵화가 걸려 있다. 그림인 듯 글자인 듯 멋지다.
M2관 1층, 여기서도 마크 로스코의 색채화를 만났다. M1관 1층에서 한 번 만났으니 두 번 째이다. 마크 로스코는 순간적인 감정을 가장 적절한 색채로 기억시키는 일련의 작업을 통하여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하는 화가이다. 그런가 하면 여기에 반하여 모두 다 빼고, 개념적인 것만 남겨서 화폭에 옮기는, 그야말로 무미건조한 개념화 몇 점도 B1층에서 볼 수 있어 대비가 되었다.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김환기 추상화 앞에서 오랫동안 서 있는 어린 여자의 뒷모습이었는데, 그 때 그녀의 가슴 속에선 무슨 일이 일어 났던 것일까? 나 또한 깊은 감명을 받은 그림이었기에 ……
김환기의 마지막 작품으로 알려져 있는 이 위대한 작품의 좌우 벽체에는 요즘 잘 나가는 윤형근과 하종현의 거대한 추상 작품이 마주보는 듯 전시되어 있었다. 괜히 뿌듯해졌다. 나하고는 상관도 없는 일인데도 말이다.
B1층은 국제 현대 미술 감상 영역이다. 널리 알려진 신디 셔먼이나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데미안 허스트의 나비는 아름다웠지만 죽은 나비들을 가지고 작업했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소름이 돋기도 했다. 해골 작품들도 마찬가지다. 작가는 죽음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어서 이러한 작업을 한 것일 것이다. 유럽 미술은 질문이 없는 작품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호영 교수의 마지막 해설을 기억한다.
“예술은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다. 질문을 던진다. 예쁜 것을 추구하는 것은 장식품을 고를 때나 하는 일이다. 예술은 그렇지 않다.”
오늘 하루 의미 있고 행복했다.
밀도 있는 사전 강의와 퀄리티 높은 리움 미술관 탐방까지, 최고 사양으로 기획해 준 마포평생학습관 김미령 선생님께도 감사 한다.
그리고 탐방을 통해 내가 배운 두 가지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후기를 작성하게 되었다.
첫째는 예술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진정한 예술 작품을 통하여 나 자신에게 근원적인 질문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공포스럽거나 어둡거나 차가운 이미지 앞에서도 당당해질 것이다.
둘째는 미술 감상 방법이다.
이호영 교수의 조언처럼 내게 울림을 주는 작품에 열중하는 대신에, 아무런 느낌이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그냥 무시해도 된다는 것을 알았다. 마치 독자에게 주어진 권리 -다니엘 페낙의 책을 읽지 않을 권리, 건너뛰며 읽을 권리, 끝까지 읽지 않을 권리….. - 처럼 말이다.
명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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