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교도서관-잃어버린 역사 속 왕국 마한의 향기(오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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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환 14-11-25 10:25 조회518회 2014.11.25본문
사실은 기억으로, 기억은 전설로!
- 길 위의 인문학, 세 번째 동행을 마치고 -
나주 박물관 반남 고분군 전시실 벽면을 장식한 문장이다. 그렇게 전설로 살아남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니 마한은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진 역사로, 드물게 문헌자료 몇 쪽에 간신히 남아있을 뿐이었다. 반남 고분군이 있는 국립나주박물관을 찾지 않았다면 정말 그렇게 사라졌을 것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서늘해진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아름다운 동행. 벌교 도서관과 함께 한 '길 위의 인문학'은 세 번째 여행에서 마침표를 찍었을까? 누군가는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 나는 앞으로도 이 길 위를 서성일 것이다. 동행을 만나 정해진 목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떼기도 하겠지만 그냥 이 길 위에 서 있는 것 만으로도 설레니까.
길 위의 인문학 첫걸음은 소설 태백산맥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소설 태백산맥의 주 무대였던 벌교 지역을 돌면서 이 곳에서 진행되었던 우리 근현대사의 아픔을 돌아보는 일로 시작한 여행이 두 번째 걸음에서는 낙안읍성으로 보폭을 넓혔다. 역사학자 최인선 교수의 안내로 낙안과 더불어 벌교의 역사를 살피고 읍성을 돌며 그 특징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왜구의 침입을 막으려 고려시대에 토성으로 축조했던 것이 조선 세종 때에 와서야 지금과 같은 석성으로 거듭났다고 한다. 성을 쌓은 방식이며, 구조들에서 선인들의 삶의 지혜와 철학의 향기를 느꼈다. 덤으로 읍성 앞의 고인돌도 우리 앞에 제 모습을 살짝 드러내 주었다. 성을 쌓은 방식이며, 고인돌 무덤을 만든 이들이든 그 사람의 자취는 사라졌으나 그들의 남긴 뜻은 그 안에 남아 더 큰 울림으로 우리에게 전해지는 것. 이것이 역사와 문화의 힘. 한창기 선생이 지켜온 토박이 문화의 향기를 뿌리깊은나무 박물관에서 확인하였다. 그분이 만들어냈던 잡지 이름 '뿌리깊은나무', '샘이깊은물'이 새삼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가 아프게 다가왔다. 지금 우리는 앞만 보며 내달리느라 지난날의 우리 모습을 되돌아볼 여유를 잃었다. 그래서 행복한가.
이제 글 첫머리로 돌아왔다. 잃어버린 역사 속 왕국. 마한의 향기를 찾아서 떠난 세 번째 동행에서는 국립나주박물관 강원표 학예연구사의 안내로 5세기 무렵의 마한을 만나고 왔다. 영산강 유역을 무대로 펼쳐졌던 마한의 위대함을 우리 역사 속에서가 아니라 중국 문헌자료를 통해 어렵사리 조각 맞추기 해야 한다는 현실이 씁슬하다. 8만 년 전 인류가 사용했을 석기들로부터 다른 문화권과는 확연히 다른 고분 속 대형옹관에 이르기까지 선인이 남긴 발자취를 따라가는 일은 참 그윽했다. 박물관 주변에 흩어져 있는 고분들이 아침 안개에 감춰져 있다가 우리가 박물관을 도는 동안 햇살 아래 제 몸을 내보였다. 한 고분 안에 층층이 여러 분들이 잠들어 계신다고 한다. 그분들은 지금 우리를 두고 무슨 말씀들을 나누실까. 슬며시 궁금해진다.
우리는 세 번의 여행을 통해 시간적으로 또 공간적으로 동심원을 그리며 시야를 넓혔다. 역사는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현재이고 미래이기에 우리가 한 여행의 진폭이 어디까지 미칠지 단순 짐작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여행을 기획하고 세밀하게 준비해 주신 벌교도서관의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 여행길을 함께했던 소중한 인연들과의 또 다른 동행을 꿈꾸며 이 글을 잠시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