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도서관]'길 위의 인문학' 문학기행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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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영 14-11-14 11:28 조회523회 2014.11.14본문
'길위의 인문학' 문학기행 후기
<이애순>
2014년 9월 20일 ‘길 위의 인문학’ 문학기행을 떠났다.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생태도시 순천. 평화롭고 조용한 곳에 자리한 순천문학관.
정갈하고 소담스러운 초가 안에 <김승옥관>이 있었다.
문학관에 첫발을 들어서며 처음 만난 것은 선생님의 말씀이 새겨진 글귀였다.
「소설가란 스스로 ‘이것이 문제다’고 생각하는 것에 봉사해야지 어느 무엇에도 구속당해서는 안 된다. 권력자나 부자의 눈치를 살펴서도 안 되고 동시에 힘없고 가난한 사람의 비위만 맞춰서도 안 된다.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며, 다만 스스로의 가치에 비추어 문제가 되는 것에 자신을 바쳐야 한다.」
이글에서 선생님의 정체성을 읽을 수 있었다.
권력자나 부자의 눈치를 살펴서는 안 된다는 말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의 비위만 맞춰서도 안 된다는 말은 쉽게 하지 못한다. 양심에 따라 발언하지 못하고 눈치를 살피는 사람들이 많은 시대에 살고 있기에 귀한 말씀으로 여겨졌다. 약자만을 대변한다고 바람직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라 전체의 이익을 생각지 않고 제 개인의 인기몰이만을 위해 눈치만 살피는 소신 없는 정치가들은 이 말을 한번쯤 새겨봤으면 하는 생각이다. 전체를 생각하는 가치가 아쉬운 때에 내겐 가슴에 와 닿는 말씀이었다.
대학 시절 <서울 1964년 겨울> 이란 작품으로 처음 김승옥 작가를 만났다. 당시는 40대의 젊은 작가였다. 그의 작품을 수업 중에 다루었던 것이다.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현대인들의 속성, 소외된 개인을 아주 적나하게 드러낸 예리한 시선을 가진 작가였다.
1964년의 겨울이나 2014년 지금의 겨울, 더 차고 추운 겨울. 이 현실이 마음 아프다. 작가는 이 시대의 문제와 아픔을 먼저 알아차린 것일까.
그런 작가를 마음속에 흠모했었다. 날카로운 시선, 뛰어난 감수성으로 문단에 기라성처럼 나타난 존경하던 작가를 문학기행을 통해 직접 만나게 된 것은 기쁜 일이었다.
선생님 사인을 받을 책을 사들고 선생님 손을 잡았다. 뇌졸증의 후유증으로 언어와 행동이 좀 어눌하신 것이 안타까웠다. 하지만 육체가 정신을 지배하진 못할 것이란 생각으로 한번 더 기력을 회복하시어 좋은 글을 쓰실 것을 기대해본다.
문학기행은 책에서 배운 것에서 벗어나 현장수업을 함으로써, 좀 더 생생하고 실감 있게, 한 작가의 삶과 인생에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다녀온 후 작가의 작품을 다시 한번 읽어봄으로써 작품에 대해 또 다른 소감을 가질 수 있는 것도 소득이랄 수 있다. 문학기행을 통해 한 작가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더 큰 만족감과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여행을 기획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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