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시중봉도서관-‘인문학과 함께 떠나는 역사기행’ 후기(김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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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석 14-11-09 22:07 조회556회 2014.11.09본문
네 삶의 무늬에 역사적 의미 하나를 더하라!
- 김포시중봉도서관과 함께 한 ‘길 위의 인문학’을 마치며 -
김수석
언제나 인문학 강의를 들으러 갈 때마다 마음이 설렌다. 배움에 대한 기대가 커서일까, 이번에는 더욱 그랬다. 내 관심 영역인 역사와 관련돼 있었고 거기에 탐방 일정까지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정말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강의를 들을 때마다 고민이 늘 내 삶의 무늬를 어떻게 그려 가느냐가 아니었나. 이번 강의에도 많은 역사적 인물들을 만나보며 그들이 그려낸 다양한 삶의 무늬를 보게 되었다. 그 역사의 현장을 직접 탐방까지 하면서...
사실 강의에 나오는 현장들은 나에게는 아주 가깝고도 먼 곳이었다. 그야말로 넘어지면 코 닿을 곳이었으나 뭔가 쫓기는 일상에 늘 무심했던 곳이었다. 그래서였을까, 강의 안내문을 보며 갑자기 마음이 바빠졌다. 내 지역에 깃든 역사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것에 낯이 붉어졌기 때문이다. 이럴 수는 없었다. 우선 일찌감치 강의를 신청하고 주제와 탐방 일정에 맞춤한 책들을 찾아보았다. 좋은 강의를 위한 준비는 강사만의 몫은 아니라는 게 평소 내 생각이 아니던가. 강의장에서까지 관련 서적을 틈틈이 펼쳤던 노력도 다 이런 생각에서였다.
강의는 모두 4차시로 고려시대 강화천도, 조선시대의 병자호란, 근대의 문턱인 조선 말기의 혼란, 3·1 독립운동 등과 관련된 주제였다. 한마디로 외세 침입에 있었던 역사적인 사실을 제대로 알아 그 의미를 묻고, 우리가 나아갈 해법을 다시 생각하자는 것이었다. 그것도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인 강화도와 김포에 담긴 역사 이야기에서였다. 몽골, 청나라, 서구열강에 이어 일본이라는 외세의 무력에 온몸으로 대항한 역사의 현장들이 이곳에 있었다. 바로 우리가 나가야할 미래의 방향을 찾아볼 수 있는 맞춤한 곳이기도 했다. 강의에 대한 예습과 함께 복습으로 강사님이 준비해준 자료까지 챙기다 보니, 탐방 때마다 그 역사 현장을 접하는 태도와 눈높이가 달라진 것을 스스로 느낄 수 있었다.
강의 내용과 일정에 따라 먼저 강화도 고려궁지와 선원사, 이규보의 묘를 답사했다. 고려궁지를 돌아보며 몽골군의 말발굽을 피해 강화도에 쌓은 고려궁 안에 감돌았을 긴장된 일상을 가늠해본다. 복원된 외규장각도 둘러도 보았다. 병인양요의 아픔이 서려 있는 곳, 물론 고려에서 한참 지나 조선시대의 고통이 담긴 곳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꼭 기억해야겠다는 다짐에서 일까. 조급하게 스마트폰에 이런저런 사진도 담아본다. 그 사진에서 과연 어떤 의미를 캐내야 하는가? 강사님의 해설과 함께 선원사 터를 이리저리 걸어보면서 대장경판에 기대었던 고려시대로 되돌아 가본다. 이규보의 묘를 둘러볼 때는 한 천재로서, 아니 개인이 선택할 수 없는 시대 상황이라는 조건의 의미도 생각해봐야 했다.
우리 인근지역 탐방이라서 누구나 할 말들이 많았다. 강사님도 문득 그것을 알아채셨나보다. 탐방지마다 그 지역을 잘 아는 수강생을 찾아내 잠시 마이크를 넘기시기도 했으니 말이다. 어설프나마 우리에겐 신명나는 시간이었다. 쏟아지는 격려의 박수갈채, 나 역시 참가자 앞에 잠깐 현장을 소개하는 호사도 누려봤다. 훨씬 활력이 넘쳐나던 탐방일정, 역사의 현장에서 우리는 그렇게 함께 배우며 함께 나눠봤다. 문수산에 올라서는 멀리 강화도를 바라본다. 외침의 고비마다 이 나라를 지켜주고 때로는 마지막 희망이기도 했던 곳이다. 그 앞을 세차게 흐르는 염화강, 몽골군과 청군의 말발굽을 멈추게 했던 강이다. 또한 저 진흙 갯벌, 그곳에 발이 빠져 허둥대던 적군들이 보이는 듯하다. 서양 세력들이 어린아이 장난감 같았다 평했던 병기들, 그것을 지니고 우리 선조들이 온몸으로 사수하던 격전지를 더듬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덕진진을 거쳐 광성보에 와 있었다. 둔중하나 듬직한 홍이포와 소포들이 당시 우리를 지켜준 무기였다니, 잠시 그 앞에 서서 경의를 표해본다.
마지막 일정은 서대문형무소역사관 탐방이었다. 부끄럽게도 그동안 한번도 찾지 못했던 곳이다. 일제강점기의 강압 흔적을 우리 일행은 두 눈 크게 뜨고 보고 또 본다. 숨이 턱턱 막혔을 좁은 감방과 소름을 돋게 하는 저 고문기구들, 그 가혹한 고문과 고통에 못이긴 애국선열들의 신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분들이 독 오른 일제의 총칼에 맨몸으로 맞서 대한독립을 부르짖던 때가 그 얼마였던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역사와 시대의 아픔을 다시 떠올려본다. 우리 일행은 순국선열 추모비 앞에 숙연한 자세로 머리를 숙였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하지 않던가. 그래, 역사가 말해주는 그 고통의 의미도 거듭거듭 깊이 되새길 것이다.
이번 인문학 강의에는 보기드믄 탐방일정까지 잘 계획되어 있었다. 그간 대부분 실내 강의로 머리에만 머물렀던 인문학 강의가 탐방까지 연결되어 현장의 생생함을 더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내 지역에 대한 관심이 깊어져 지역을 아끼고 더 사랑하는 마음도 갖게 되었다. 나를 있게 한 역사가 담긴 현장답사는 내 정체성까지 확고히 해준 계기도 되었다. 한마디로 앞으로 그려야 할 네 삶의 무늬에 역사적 의미 하나를 더 하라는 소중한 숙제를 받아든 강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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