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 인문학 참여후기 (동해시립북삼도서관 손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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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운 14-11-03 16:28 조회662회 2014.11.03본문
1차시 ? 허균과 허난설헌 강의와 현지답사 ? 5월24일(토)09시-15시
?인문학이라는 용어만 보아도 마음이 설레는 나로서는 강원일보를 접하고 알게 된 이 프로그램에 혹여 선착순 모집에 떨어지기라도 할까 봐 인터넷 신문 기사를 본 즉시 팩스로 참가신청을 해 놓고 기다리게 되었다..
어느 날 핸드폰 문자로 온 프로그램 안내문에 드디어 해당이 되었구나 하는 안도감과 인문학에의 배움에 대한 설레임과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에 차 있었다
프로그램 일정에 허균과 허난설헌, 설화 문학, 거기에다가 관동팔경까지 있어서 평소에 가지고 있던 내 작은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인 듯 너무 기뻤다..
예전부터 관동팔경 중 우리나라에 있는 6경을 걸어서 답사해 봤으면 하는 소망을 늘 가지고 있던 차라서 더욱 반갑고 기뻤다.
아침부터 내리쬐는 볕이 오늘의 일정에 대한 기대감을 더했다. 아침부터 바삐 서둘러 도서관으로 향했다.
얼마나 설레고 있었는지를 나타내기라도 하듯 8시40분 도착했을 때는 내가 1등으로 출석했다.
조금 후 신청 수강생들이 모여 오고 9시경 시작되었다..
오늘은 억압에 저항한 인간의 비극적 생애의 주인공 허균과 허난설헌에 대한 강의와 답사가 있는 날
시인 선생님의 인사말로 강의가 시작되었다.
허난설헌의 생애와 문학 강의를 들으면서 집안에 있던 만 권이나 되는 책을 부지런히 읽으면서 자신을 연마했다는 내용에서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고 허난설헌이 자신의 위치를 솔직하고 풍부한 감성으로 표현했다는 점은 참으로 위대한 사람이었음을 절감한다.
허균의 시비가 있는 애일당 터를 갔을 때는 웬지 마음 한켠 쓸쓸함과 비애 같은 것이 느껴져 왔음은 비단 나 뿐만이 아니었으리라.
허난설헌 생가터를 둘러보면서 고즈녁한 한옥과 뒤뜰, 앞 마당의 베롱나무 등을 보면서 그들의 삶의 향기를 애써 느껴보고자 소나무숲길을 거닐며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로 잠시 돌아가 나름 사유해보는 좋은 시간이었다.
이번 프로그램을 계기로 옛 선인들을 책을 통한 만남으로 꾸준히 이어 나가야겠다는
자성의 기회로 삼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키케로에 의하면“인문학은 젊은 사람들의 마음을 바르게 지켜주고 나이든 사람들의 마음을 행복으로 안내합니다. 또한 풍요로운 삶을 가져다줄 뿐 아니라 우리가 역경에 처해 있을 때, 마음의 안식과 평화를 줍니다.”라고 했던 말에 무한히 공감하면서....
2차시 ? 전설의 바닷길을 찾아서 강의와 현지답사 ?2014년 5월31일(토) 09시-17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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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어촌마을의 어촌계장이셨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이 방면의 공부를 하게 되셨다는 교수님의 고백과 함께 시작된 강의를 통해 동해안 어촌지역에 구비 전승되고 있는 설화를 중심으로 강의와 현지답사가 이루어진 날이었다.
동해안의 자연 지리적 환경과 어촌의 생활상은 풍어와 해상안전이라는 공통목적을 위하여 소망하는 어부들의 기원이 담겨져 있으며 이런 생업적 형태는 동해안 어촌만의 독특한 설화 형태를 유지하게 되었다고 1시간 강의를 들은 후 곧 바로 버스를 타고 안인에 있는 해랑당 설화 현장으로 갔다. 성황당이라는 표지판과 언덕진 소나무 숲속에 멀리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교수님의 설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으면서 성황당 울타리 담에 피어 있는 담쟁이와 큰 엉겅퀴 사진도 찍었다.
강릉 심곡마을의 설화가 있는 서낭당에 이르렀다. 주변엔 마을사람들의 손길이 묻어 있는 미역 말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지금도 마을에 중대한 일이 있으면 영험한 서낭신에게 꼭 가서 고한다고 했다. 무슨 행사를 최근에 했는지 깨끗한 새끼줄과 소나무 가지가 가지런히 꽂혀서 서낭당을 지키고 있었다.
이어서 동해로 가는 중에 노고바위 설화가 전해지는 대진 바닷가에 내렸다.이른 여름을 즐기러 온 피서객들이 어느새 여름바다를 즐기고 있었고 바다 물빛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다. 처녀의 부모가 바위로 변한 노고바위에 와서 동해 용왕님께 제례를 지냈고 특히 가뭄이 들면 인근마을에서도 이곳까지 와서 소를 잡아 큰 제례를 지냈다고 한다. 대진마을에서 북쪽으로 약 500m 지점에 위치하고 있어 카메라로 잡기가 힘들었다.
이어서 점심식사를 한 후 삼척 갈남 마을의 설화장소인 해신당으로 향했다
처녀를 위로하기 위해 남근을 깍아 바다에 바쳤다는 곳 답게 조각물이 여기저기 많이 설치되어 있었다. 어디에 눈을 두어야 할지 민망하기도 했으나 설화와 작품으로 보아야겠다는 위안으로 해신당 까지 걸어가는 길 양쪽에 설치된 작품들을 모두 감상한 후에 애랑당에 도착하여 저 멀리 바다 가운데 보이는 애바위도 사진에 담으며 그 시절 있었을 상황을 상상해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겨 보았다.
예부터 사람들은 역경을 이겨내는 방법을 나름의 신앙으로 슬기롭게 헤쳐 나갔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보면서 이러한 구전문학을 찾아서 엮어 내는 현세대 사람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어졌다.
3차시 ? 관동팔경의 가치와 문학 1 ? 2014년6월14일(토)09시-16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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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시-1 < 간성의 청간정 >
오늘은 그렇게 기대하고 소망해 왔던 관동팔경을 배우고 답사하는 날이다.
8시 40분 시간에 맞추어 도서관에 향했다.
다른 날과 다르게 몇 사람들이 벌써 와서 자리 하고 있었다.
교수님의 유머스럽고 훌륭한 강의는 저절로 흥이 나고 몰입 되었던 시간이었다.
이어서 버스에 올라타서 인원 점검 후 맑고 쾌청한 날씨 속에 청간정에 도착하였다. 입구에는 어느새 더위를 피해 나온 어른들이 정자각 마루에 앉아 쉬고 있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고 우리 일행은 입구 안내표지판을 본 뒤 청간정으로 향했다.
들어가는 길목이 물론 정비된 길일테지만 그 옛날
이 길을 걸었을 그 시대 사람들의 향기를 애써 느껴보며
정자각 계단에 오르자 모두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다.
동쪽으로는 푸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고 서쪽으로는 울산바위가 보이는 먼 산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이쯤 경치라면 나 같은 묵객이나 감성 메마른 사람들도 시 한 구절쯤 읊었을 만한 그런 절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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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간정은 천후산과 설악산에서 발원한 청간천이 바라보이는 산록의 기암절벽 위에 자리하고 있으며 송림 사이로 동해의 만경창파가 눈앞에 펼쳐져 망중한을 즐기는 한량들의 유흥상경의 장소로 제격이라는 말에 공감을 하며 선인 두 분의 시에 마음을 담아 읊조려본다.
「허균의 청간정 주수」
풍악 담무갈이 그대라면 금문 늙은 세상이 나일세.
만남이 늦어 비록 한스럽지만 교분이 저절로 형태를 잊었네
잠시 이별 진루로 말미암아 그윽한 기약은 늙음에 맡긴다네
높은 정자에 낮 꿈을 남기고 나니 하늘 밖 만 봉우리가 새파랗구나
「양사언의 칠언절구」
?푸른바다에 햇무리도 붉게 아침 해 솟아 오르는데
푸른 이끼 긴 바닷가 바위엔 갈매기 떼 하얗게 점 찍혀 있다
아름다운 대 위에서 외로이 시구를 읊조리는데
천지는 아득히 사방팔방으로 터져 있다.
그 옛날 선인들은 아마도 짚신 신고 베랑 메고
걸었을 그 길이
지금은 자전거 길이라는 표지판이 걸려 있었다.
3차시-2 < 낙산의 의상대 >
낙산사 주차장에 주차 한 뒤 점심 식사 장소로 이동하여 식당 주인분의 친절과 후한 인심에 모두 맛있고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치고 낙산사 경내로 가는 길에 이르렀다. 어쩌다 놀러 왔을 때 바닷가 쪽의 차로가 있는 방향으로만 다녔던 터라 소나무 비포장 숲길로 가는 길은 너무 새롭고 아름다웠다.
그런데 얼마를 걸어 가다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광경이 내 눈 앞에 펼쳐진 것이 아닌가?
아니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질 만큼.
그러니까 40년 전의 그 장소에 내가 서 있다는 것을...
중학교 2학년 때 설악산 수학여행 길에 들른 낙산사 그곳 교복을 입은 채로 낙산 배를 사서 누런 봉지에 담아 들고 친구들과 사진 찍었던 그 장소 인 것이다.
격세지감, 세월 유수. 세월은 날아가는 화살..이런 류의 모든 말들을 동원하여도 지나침이 없는 오랜 세월이 흘렀건만 순간 그 장면을 너무 생생하게 기억나게 해주는 기념 낙산 배나무가 바로 옆에 우두커니 나를 기다린 모양 서 있었다..실로 감동이었다.
잠시 40년전 그 시절로 돌아간 듯 잠시 생각에 잠겨 중학생이었던 내가 벌써 이렇게 커서 중년어른이 되었다는 것이 실로 놀랍고 세월의 빠름에 다시 한번 놀라며 걸어가는 길은 의상대로 향하는 길.
와~~~마침내 의상대가 내 눈앞에 펼쳐졌다.
어릴 적 부채 그림에 많이 등장한 그 그림이 바로 내
눈앞에..멋진 소나무와 잘 어우러진 의상대 전경..
많은 사람들이 더위를 피해 의상대 안 마루에 걸터앉
아 있었고 비좁은 틈을 헤쳐 들어가 주위경관을 보니
이 또한 놀라운 경치..
의상대에서 북쪽으로 내려다보이는 곳에 홍련암이 위치해 있어서 그 곳까지 걸어갔다 오는 길 예쁜 종 모양 풍경이 눈에 들어왔고 길 옆에 이제 막 봉우리진 해당화 꽃봉오리가 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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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련암 쪽에서 의상대 쪽으로 올라오는 길에서 본 의상대사의 글과 올려다 본 의상대의 위용은 정말 멋졌다.
옛 사람들은 그 감흥을 이렇게 표현 했다고
한다
「박태관의 칠언절구」
높은 대에서 동쪽을 바라보니 놀랍기도 하다.
푸르고 아득한 바다 끝이 없구나
어디서 끝나는지 알 수가 없고
이 가운데서 늘 해 솟는 것만 보네..
의상대를 뒤로 하고 걸어 내려오는 길, 하늘엔 구름이 두둥실, 바닷가엔 하이얀 포말이 보였고 주차장 가는 길 상가건물 천장엔 제비들이 어미를 기다리고 있었다.
?3차시-3 < 강릉의 경포대 >
낙산사와 의상대를 뒤로 하고 경포대로 향했다. 경포대 주차장에 내려서 문화관광해설사의 안내로 경포대 누각 안 마루 바닥에 신발을 벗고 들어가 앉아서 설명을 듣는데 그 덥던 무더위가 어느새 싹 사라진 듯 오히려 한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남동쪽으로 펼쳐진 경포호수의 잔잔함에 내 마음마저 차분히 옛 선인들이 즐겼을 그 풍류들을 상상해보며 언젠가 꿈꿨던 바로 그 자리 그 상황에 내가 지금 있음에 너무 행복했다
경포대의 매력은 누각 위에서 바라보는 절경으로 멀리 보이는 푸른 바다의 수평선과 대관령의 준령 그리고 경포호수에 쏟아져 내리는 거울 같은 풍광의 아름다움인 것 같다고 말씀하신 교수님의 강의내용에 절대 공감 하면서 확실히 옛 선인들은 마음의 여유와 진정한 낭만을 즐길 줄 알았던 것이 아닐까 혼자 생각해 보았다.
경포대에서 바라보는 이 풍광이야말로 오래전 시인묵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함이 실감되었다.
또한 경포대에서 즐길 수 있는 8개의 풍경이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녹두일출,죽도명월,강문어화,초당취연,홍장야우,증봉낙조,환선취적,한송모종.
언젠가 경포 8경을 현장에서 직접 느껴보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경포대에서 바라보는 저 멀리 펼쳐진 풍광들을 사진에 담아 보았다.
밖은 무덥지만 경포대 누각 마루 서늘한 곳에 앉아 옛 사람들처럼 시라도 한 수 읊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아직 실력이 못 미쳐 옛 선인들 2분의 시로 대신할까 한다.
「숙종임금의 어제시」
난초 지초 가지런히 동서로 둘러서고
십리 호수 안개는 수중에도 비치네
아침 안개 저녁 노을 천만 가지 형상인데
바람결에 잔을 드니 흥겨웁기 그지 없네
「박신의 칠언절구」
젊어서 기개 지니고서 관동을 돌아볼 때
경포대에서 놀던 것이 꿈속에 나타나는구나
대(臺) 아래 난주를 또다시 띄우고 싶지만
문득 홍장이 쇠잔한 늙은이라 비웃을까 저어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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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시 ? 관동팔경의 가치와 문학 2 ? 2014년6월21일(토)09시-16시
4차시-1 < 평해 월송정 >
오늘은 관동팔경 2차시가 시작되는 날
지난 주에 이어 오늘은 평해 월송정, 울진 망양정, 삼척 죽서루에 대한 강의와 답사가 있는 날이다.
오늘이 끝나는 날이라고 생각하니 무척 아쉽기도 하지만 그동안 너무나 하고 싶었던 작은 꿈이 영그는 날이라 생각하면서 설레임과 뿌듯함을 가지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오늘은 이미 많은 분들이 먼저 와 계셨고 영상 촬영 준비도 하고 있었다.
교수님의 유머스런 시작 코멘트와 함께 정철의 관동별곡을 읊으며 설명을 듣는 내내 가슴이 왜 그리 벅차오르던지.....
아마 그동안 꿈꿔 오던 일들이 지금 내 앞에서 이루어지고 있어서 그럴 것이다.
꿈은 누구나 꿀 수 있으나 아무나 이룰 수는 없다고 누군가 했던 말처럼 나도 나름 이 좋은 프로그램을 접하기 위해서 매일 빠지지 않고 일간신문을 열심히 들여다본 결실이리라 생각해본다.
정철이 45세 되던 선조13년(1580년)에 강원도 관찰사로 제수되어 원주에 부임하였고 이때 노정에 따라 금강산과 관동팔경을 두루 구경하고 난 후 산수 경치, 각종 고사와 풍속을 읊은 기행가사가 관동별곡이라는 내용을 들으며 시상의 전개에 따라 네 단락으로 나누어지는데 주로 세 번째 단락에서 총석정, 삼일포, 의상대, 경포대, 죽서루, 망양정 등에서 바라보는 승경의 아름다움을 노래했으며 네 번째 단락에서는 꿈 속에서 신선과 더불어 노는 모습으로 비유하여 신선적 풍모를 드러내고 있다는 강의 내용이 너무 좋았다.
특히 월송정 편을 노래한 부분 중에서 ‘국자처럼 생긴 북두칠성을 기울여 동해물 같은 술을 부어 내어 자기가 먼저 먹고 나에게도 먹이거늘 서너잔을 기울이니 따뜻한 봄바람이 산들산들 불어 양쪽 겨드랑이를 추켜올리니 하늘도 웬만하면 날 것 같구나 이 신선주를 가져다가 온 세상에 골고루 나누어 온 백성을 다 취하게 만든 후에 그때에야 다시 만나 또 한잔 하자꾸나’라는 대목에서 송강의 애민사상과 자신을 신선에 빗대어 표현한 도교적 신선사상을 엿볼 수 있어 감히 담대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4차시-2 < 울진 망양정 >
점심 식사 후 망양정으로 향했다.
주차장에 내리니 울진 문화원장님이 우리를 안내해 주기 위해서 기다리고 계셨다.
안내를 받으며 망양정으로 오르는 길은 언덕진 소나무 숲길 계단이었다.
어느 정도 올랐을 때 정상에 우뚝 선 망양정이 눈에 들어왔다.
모두 와~~감탄사를 자아냈다. 확 트인 전망과 바다와 민물이 만나는 그 곳 풍광은 조선 숙종이 ‘관동제일루’라는 현판을 하사할 법한 멋진 곳이었다.
송강의 관동별곡에서처럼 북두칠성 국자로 퍼담아
술을 마시고팠을 그 심정에 깊이 공감을 하면서 정자
안에 걸린 관동별곡 전문을 사진에 담아보았다
문화원장님의 해설을 들으며 정자에서 내다보는 경치는 너무 아름다웠다.
기념사진을 찍고 내려다 본 꽃밭에 주홍빛 해당화 열매가 탐스럽게 열려 있었다.
그 옛날에도 해당화 열매는 피어 있었을까?.
사진을 찍으면서 잠시 생각에 잠겨 보았다.
망양정 정자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관동팔경 가운데 으뜸이라 하였던 것이 그대로 느낌으로 와 닿았다.
망양정의 멋지고 당당한 위용을 사진에 담고 싶어서 일행들이 모두 내려간 다음 사진에 담았다.
역시 우리나라 건축의 미가 그대로 담겨져 있어 더욱 보기 좋았다.
2분의 한시를 풀이한 한글로 그 감흥을 대신하고 싶었다.
「숙종임금의 어제시」
뭇 멧부리들이 첩첩이 둘러 있고
놀란 파도 큰 물결 하늘에 닿아 있네
만약 이 바다를 술로 만들 수 있다면
어찌 한갓 삼백 잔만 마시리
「김시습의 등망양정간월」
십리모래사장에 넓은 바다 바라보니
바다와 하늘은 아득한데 달빛이 푸르다
봉래산은 세상과는 다르니
사람은 물 웨에 뜬 마름 한 잎에 사는 거야
4차시- 3 < 삼척 죽서루 >
오늘의 마지막 코스이자 이 프로그램의 마지막인 삼척 죽서루에 왔다.
마지막 코스라는 사실이 웬지 서운하고 아쉽기도 하면서 사실 인지척에 있음에도 자주 와 본지가 너무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가물하였다.
죽서루 앞 마당에 이르렀을 때 그 건물의 장대함에 놀랐다.
죽서루 누각까지 가는 길이 다른 곳과 다르게 자연 그대로 보존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친절한 해설사의 안내로 죽서루 누각 안에 맨발로 들어가 걸터 앉아서 설명을 듣는데 죽서루 누각의 모습이 옛스러움과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이 누각 마룻바닥 어딘가에 옛사람들의 발자취와 그들이 즐기던 흥취가 어딘가에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해설사의 감성 짙은 설명에 잠시 숙연해지면서 타임머신을 타고 그 옛날로 잠시 돌아간 듯한 착각을 할 즈음 죽서루 아래 오십천 강 건너 어디에서 들리는 강한 비트의 음악소리가 그 옛날 정취를 느끼러 온 우리들에게 소음공해 같이 들려옴은 비단 나만의 생각이 아니었으리라.
우리의 노래 가락 소리가 아니었음이 못내 아쉬웠지만 이게 또한 사람 사는 세상이려니 위안하면서 누각 여기저기에 걸린 시문을 읽기도 하고 사진에도 담아 보았다.
「정조임금 어제시」
돌 다듬고 절벽 쪼아 세운 누각 하나
누각 옆은 푸른 바다 바닷가엔 갈매기
산척고을 태수는 누구 집 아들인가
기생 가득 싣고 밤 뱃놀이 하겠구나
기념사진도 찍고 내려오는 길 죽서루 누각을 측면에서 찍어 본 것이다.
기둥과 추녀의 아름다운 선이 한결 돋보인다.
죽서루 아래 오십천에는 이른 더위를 피해 나온 사람들이 낚시하는 풍경 여유로워 보였다.
단체 기념사진을 찍고 버스에 올라 도서관에 도착하여 서로 인사를 나누고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집으로 향하는데 뭔가 마음 한 켠 뿌듯하고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건 아마도 평소에 가지고 있던 내 작은 꿈이 이루어졌기 때문일거다.
‘전설의 바닷길을 찾아서’ 강의 중에 교수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길은 곧 법(法)이다>
법(法)의 한자를 풀이해 보면 물 수와 갈 거의 병합으로‘물이 가는 길’ 즉,‘자연의 순리가 길이다’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삶의 무게가 느껴질 때 혼자서 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깃털처럼 가벼워진 마음 상태를 경험해 본적이 있던 것처럼 길 위에서 이루어진 인간과 문화에 대한 강의와 답사를 다니면서 결국 지혜로운 사람들은 나름의 삶의 여유를 찾는 방법으로 다양한 문화에 대한 쉼 없는 탐구를 해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관동팔경 누정시들의 소재들인 강호한정이나 풍류서경들을 가끔은 조금씩이라도 흉내라도 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송강의 관동별곡 중 “명(明)월(月)이 천(天)산(山)만(萬)낙(落)의 아니 비쵠 디 업다”
즉.‘달빛이 온 세상 아니 비친 곳이 없다’ 라는 부분이 강하게 내 마음에 들어 왔다.
이 세상 모든 이들이 평화로운 삶을 살게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쫓기듯 살던 삶에서 좀 벗어나 자연을 벗 삼아 느리게 사는 삶을 가까이 하면서 봄에는 화전놀이도 좀 해보고 절기별(춘분,하지,추분,동지)로 4절기만이라도 자연의 순리를 기념하며 주위 지인들과 감성모임 자리도 만들어 즐겨보리라 다짐한다.
이번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북삼시립도서관 프로그램을 기획해 주시고 성의껏 운영 해 주신 관계자분들게 깊이 감사드리며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서 평소의 소망이었던 관동팔경 답사와 그 관련 강의를 듣게 되어 개인적으로는 너무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기회를 계기로 마음의 여유와 정취를 즐기며 살던 옛 선인들의 지혜를 본받아 마음을 살찌우는 그런 삶을 살아야겠다고...
그리고 송강의 관동별곡에서처럼 섬세한 감성으로 자연을 벗하며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멋진 흥취를 충분히 느끼며 살아야겠다고 다짐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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