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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도서관] 한옥 답사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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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14-06-27 21:29 조회1,110회 2014.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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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도서관] 한옥 답사를 다녀와서

한옥 답사를 다녀와서

- 의성도서관 <철학, 미학, 그리고 역사로 바라본 한옥> -

 

김 홍 배

 

근래에 인문학이 위기라는 말이 들려온 지 제법 되었는데, 그 말이 실감할 수 있는 곳이 대학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대학 구조 조정을 피할 수 없는 대세라 먼저 없어지는 학과가 인문학과이고 지금도 계속 인문학 쪽이 인원이 줄고 폐과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의성도서관에서 추진한 ?길 위의 인문학? 철학, 미학 그리고 역사로 바라본 한옥이란 주제부터 신선하고 시의 적절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답사에 앞서 두 번의 강의의 여러 내용 중에 한옥의 철학을 천지인(天地人)에서 찾아진다는 것 그리고 숱하게 봐온 기와집 중 자형 형태가 전국적으로 매우 다양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천지인은 한글의 원리일 뿐만 아니라 임청각 연못 가운데 둥근 맷돌에서 보듯 동양 사상의 근간 중의 하나이기에 우리가 거주하는 집도 알게 모르게 천지인 사상에 깊이 매몰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각각의 한옥에 살아 숨쉬는 역사가 있다는 것이다. 답사를 하면서 단순히 외형이 아닌 미학을 넘어 철학적 접근과 역사를 느끼고 배우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먼저 산운 마을, 학동 이광준 선생의 공을 기리고 후학을 양성하기 위해 지어진 학록정사 소시문(蘇始門) 앞에서 김기문 선생님의 집의 역사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학동 선생과 두 아들인 민성과 민환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 사당까지 둘러보고 이어 소우당으로 발길을 돌려 조선 후기의 정원사에 귀중한 자료가 된다는 별당 정원을 둘러보았다. 인공으로 조성된 정원이지만 최대한 자연과 함께 하는 모습이 남아 있어 우리 나라 정원의 특징을 느낄 수 있었다. 운곡당에서는 사랑채의 운치와 주련의 주자의 권학가(勸學歌)가를 읽어 보는 맛과 안채 대청 마루 끝에서 금성산을 바라보는 맛을 느껴야 운곡당의 진가를 느낄 수 있다고 하겠다. 거주하시는 내외 어르신의 집에 얽힌 얘기를 들었는데, 미국에서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도서관을 이용한다는 말씀도 해주셨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기 위한 답이 도서관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점우당은 거의 빈집이라 쓸쓸한 느낌을 주지만 한옥의 기품은 간직하고 있었다. 소우당과 운곡당, 점우당의 집 모양의 다른 점을 몇 차례나 보고서야 알 수 있었다. 산운 마을이 지닌 역사와 가치에 대해서 자료집을 나와 있어 도움이 되었다.

 

탑리에 와서 점심 식사를 마치고 안동시 남후면에 소재한 고산서원을 찾았다. 고산서원은 경관에 뛰어난 곳에 자리 잡았으며 대산 이상정 선생이 후학을 가르치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고산과 동생인 소산 이광정 두 분의 위패를 모시고 해마다 향사를 드리는 곳이 되었다. 마침 후손께서 대산 선생에 대한 말씀을 듣는 기회가 되어 이 서원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며 김기문 선생님이 한옥의 들보와 보, 공포 등의 구조에 대한 얘기도 들었다. 서원은 교육과 제사의 두 가지 역할을 하였는데 일제강점기 때 일제에 의해 교육을 학교라는 기관에 빼앗기고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대산 선생은 퇴계의 정통 학맥을 이은 분으로 제자가 많았는데 그 중 수제자로 알려진 분이 사촌마을의 천사 김종덕 선생이시다. 고산서원이 자리한 암산은 널리 알려진 유원지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인데, 그 중 몇 명이나 고산서원의 역사와 대산 이상정 선생을 기억하실련지?

 

이제 마지막 답사 지역인 임청각을 향했다. 임청각하면 석주 이상룡 선생을 떠오르고, 석주 선생하면 한 많은 독립 운동을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 임청각을 처분한 돈과 전 가족을 데리고 칼바람 부는 서간도에서 일제에 대항한 독립 운동을 우리가 결코 잊을 수 없다. 3대에 걸쳐 전 가족이 독립 운동에 모진 고난과 죽음과 자결 그리고 후손은 고아로 살아야 하는 아픔을 우리들은 얼마나 기억하고 있는지 되묻고 싶은 심정이다. 친일 후손이 기득권을 형성하고서 큰소리치는 오늘날의 우리나라의 왜곡된 사회 구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보물로 지정된 임청각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 마음의 보물인 것이다. 임청각이 말해주는 아픈 역사를 상주하시는 해설사님의 말씀과 김기문 선생님의 말씀을 들은 후 임청각을 들러봤다. 임청각의 전모를 알 수 있는 도첩을 보고, 우물의 물을 직접 길러보기도 하고, 석주 선생의 손부이신 허은 여사님이 구술하여 쓴 ?아직도 내 귀엔 서간도 바람소리가? 책을 구입하고서 이어 최근에 보수를 마친 칠층 전탑을 보는 것으로 오늘의 답사를 마쳤다.

 

향토사연구회에 몸담고 여러 곳을 답사하면서 우리나라의 문화에 대해 자연스레 관심이 가면서 과연 우리나라 문화의 특징을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가지게 되었다. 최근에 중국의 여러 곳을 보면서 우리나라 문화와의 차이를 실감하면서 다시 의문이 커지게 되었는데, 얼마 전 김부식이 편찬한 삼국사기 백제편에 나오는 검이불누 화이불사(儉而不陋 華而不奢)’라는 구절을 보면서 우리 문화의 특징을 잘 드러낸 표현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오늘 세 곳을 보면서 儉而不陋 華而不奢란 말의 의미를 되새겼고 우리 한옥에 대한 막연한 동경에서 미학과 철학 나아가 역사까지 아울려 헤아려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길 위의 인문학? 참으로 멋진 말이다.

 

2014624일 의성향토사연구회장 김 홍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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