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립 영주도서관 -영주선비문화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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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랑 13-12-05 15:03 조회1,203회 2013.12.05본문
나는 시골사람이라고 자평을 하곤 한다. 물론 생김새가 가장 그렇기도 하거니와 하는 짓도 세련되지 못한 폼이 딱 촌사람이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별로 주위의 평에 신경 쓰지 않고 편하게 살아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 내가 가장 자주 편안하게 드나드는 곳이 도서관이다. 도서관에 가면 책도 빌려주고, 강의도 들려주고, 또 DVD도 볼 수 있고 거기다 좋은 사람들까지 만날 수 있다. 열람실 서고의 책표지를 들여다 만 봐도 좋고 가끔, 만화를 펴 들고 혼자 주저앉아 키득거려도 좋은 곳이지만 도서관을 유기적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직원들, 지나가다, 오다가다 만나는 동네 사람들이 정말 반갑기도 하다. 이들과 어울려 이런 저런 살아가는 이야기도 하지만 가끔은 무게 잡고 책이며, 역사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무심하게 드나들던 도서관에서 어느 날 요즘 뜨는 인문학 강의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것도 내가 사는 지역의 역사에 관한 인문학강의를 해준다니 궁금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여 신청을 하였다. 강사는 소수박물관의 박석홍 관장이시란다.
금요일 밤 일부러 모여 사전 강의를 갖는 것도 신기, 토요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현장에서 듣는 설명도 흥미진진 할 듯하여 들뜬 시간을 보냈다. 참석자는 뜻밖에도 중노년의 멋쟁이 아저씨들과 나름 멋을 내신 여성분들과 그저 그런 아지매들(ㅎㅎㅎ). 금요일 강좌는 갑작스런 집안일로 부득이하게 불참, 토요일 아침시간이 왜 그렇게 바쁘던지.
시민운동장내 버스옆의 담당자를 만난 순간까지 심장이 두근두근, 낯선 얼굴들과 낯익은 얼굴들. 언제나 상쾌한 담당선생님의 인사를 시작으로 버스 탑승 이후 곧바로 영주 역사 알기에 돌입.
박석홍 관장님은 글쎄. 첫인상은 한국 사람답게 작은 고추, 강의 시작 후에는 아니, 저런 인물이 영주에? 라는 감탄뿐.
버스 출발 이후 코스 설명과 역사적인 내력 등에 대해 박학하신 설명을 강물처럼 풀어내시는 바람에 하루가 한 순간처럼 느껴졌다. 소수서원만 있다고 생각한 순흥에서의 고대사 설명, 느티나무 세 그루와 삼정승, 연리지, 순흥 읍내의 가슴 아픈 일본 수탈과 폭정. 우리가 아는 소수서원과 모르는 소수서원. 일일이 걸어보고 들어보는 가슴 아프고 자랑스러운 역사들. 소수서원 내 건물의 위치 이유들, 스승의 그늘도 가리지 말라고 했던 옛 어른들의 엄정했던 도덕관. 소수박물관과 관련된 인물들의 설명과 위치의 내력. 놋점의 성혈과 풍수지리상 여음곡을 막기 위해 세운 입석. 입석주위에 지키고 선 소나무들. 현재까지 이해할 수 있는 선인들의 지혜와 세계관까지.
그리고 영주댐 답사…….
박석홍 관장의 설명을 들으며 보낸 하루는 내 지방의 역사를 걸으며 느끼고, 보며 미안했고, 작은 길 하나, 이름 하나에도 서려있는 조상의 삷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한 하루였다. 책에서 알지 못하고 그저 그러려니 했던 작은 마을 이름 하나에도 그만한 이유가 있음을 알게 되었으니 그 것만으로도 이 땅에 사는 우리가 행복해야 할 이유를 알았다고 하겠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사람을 만나고 생각을 키워간다고 한다면 게으른 촌사람인 나는 정말로 도서관으로 인해 날로 자라고 있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인연이란 사물과 관계되는 연줄, 일의 내력 또는 이유라고 한다. 나는 도서관이라는 조용하고 그윽한 공간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 키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러할진대 이렇게 준비되어 있는 좋은 공무원들이 기다리고 있는 공간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 키워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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