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빛정보도서관] 글빛, 달빛 슬로리딩 - 함께 읽는 고전인문학당 <참여후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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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계영 17-11-16 16:28 조회661회 2017.11.16본문
길 위의 인문학 [담론 느리게 읽기] 참가 소감
최 은 주
신영복 담론 느리게 읽기, 함께 둘러앉아 읽는 재미가 컸습니다.
우리가 가지는 로망 중에서 독서에 관한 지적 허영심만큼 부럽고 멋진 것은 없는 것 같아요. 교양과 지식이 풍부한 사람이, 자신이 가진 지식을 뽐내는 걸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예전에는 ‘일년에 100권 읽기’ 같은 다독의 목표를 세우고 책읽기에 매진하기도 했어요. 물론 목표를 달성한 적은 거의 없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조바심이 있었던 게 사실이에요.
그런데 요즘은 ‘느리게’라는 단어가 붙는 게 유행인가봐요. 세상의 속도가 빨라지니 그 속도를 따르기가 힘겨워져 그런 게 아닌가 생각돼요. ‘느리게 살기’ ‘느리게 여행하기’ 말 만으로도 여유가 생기고 힐링되는 것 같습니다.
느리게 하기 중 최고는 ‘느리게 읽기’ 가 아닐까 싶네요. 그래서 글빛정보도서관에서 하는 ‘신영복의 담론 느리게 읽기’를 신청했어요. 책을 느리게 읽는다고요? 그것도 한 권의 책을 8회에 걸쳐 나눠 읽는다고요? 아~ 이 프로그램 진짜 맘에 들었어요.
도서관 2층 어린이 열람실에서 수업이 진행됐는데요. 20 여 명이 두 개의 테이블에 나눠 앉아 강사님의 진행에 따라 토론을 벌였어요. 다들 너무 열심히 책을 읽어 오셨어요. 육아휴직 중인 전유정 씨는 책을 읽은 후 내용을 정리하기 위해 아기에게 읽은 내용을 설명해 줬다고 해요. 그 말을 듣고 나니 놀라서 입을 다물 수가 없더라구요. 그녀의 책은 형광펜으로 알록달록 그은 밑줄이 가득했어요. 아, 나도 좀 더 열심히 읽어야겠구나 자극을 받았답니다.
‘담론’은 신영복 선생님이 통혁당 사건으로 20년 수형생활을 하다가 출소한 후 성공회대학에서 한 마지막 강의라네요. 1부는 ‘시경’ ‘주역’ ‘논어’ ‘맹자’ ‘한비자’ 등 동양고전을 통해 세상을 읽는 법을 알려주고 2부는 20년 수형생활을 통해 얻은 삶의 지혜와 성찰을 담고 있어요. 동양고전 파트를 읽을 때 좀 버거웠는데 수형생활 이야기가 담긴 2부는 공감 가는 이야기가 많이 나와 수월하게 읽었어요.
지난 시간 읽었던 대전교도소 변소 이야기 하나 들려 드릴게요. 변소 문짝이 제대로 맞질 않아 자전거 튜브로 캥겨 놓았답니다. 그 문짝은 조심해서 닫아야 하는데, 한 젊은이가 밤마다 요란한 소리를 내더랍니다. 신영복 선생님이 젊은이를 불러 타일렀더니, 지붕을 타고 도망가다 떨어져 다리가 부러졌는데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나봐요. 그래서 화장실에서 앉았다가 나오면 다리가 마비되는 바람에 다리를 끌고 나오다가 변소 문을 놓친다는 것입니다. 선생님이 그럼 사정을 말하지 그랬냐고 했더니
“없이 사는 사람이 어떻게 자기 사정을 구구절절이 얘기 하면서 살아요? 그냥 욕 먹으면서 사는 거지요” 라고 했답니다.
우리는 이 일화를 가지고 찬반 토론을 했는데요. 나는 ‘자기 변명 없이 욕먹으면서도 침묵하는 사람 중에 좋은 사람이 더 많다’는 저자의 견해에 동의하는 입장이었는데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그 사람이 자기 입장을 이야기하지 않아서 입장을 모른 체 욕을 한 사람들을 나쁜 사람으로 만들었다’는 거예요. 생각해 보니 그 말도 맞는 말 같아요. 토론은 하다 보면 처음에 생각했던 것과 다른 생각이 들 때가 종 종 있어요. 내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바를 알려 주기 때문이죠. 그래서 토론하는 재미가 컸답니다.
지난 6월 29일 시작한 담론 느리게 읽기를 마치는 시간, 수강생들은 이구동성으로 ‘혼자였으면 이 책을 끝까지 못읽었을 것’이라고 이야기 했어요. 나도 마찬가지예요. 이런 시간이 아니었다면 읽다가 포기하거나 뜻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었을 거예요. 그런 면에서 이런 시간을 마련해 준 도서관에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네요.
한 자리에 둘러앉아 같은 책을 읽은 이 인연은 후속 모임으로 이어갈 것 같습니다. 책읽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멋진 모임으로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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