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시립도서관]길 위의 인문학 참가후기 - 이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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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향 17-11-07 14:44 조회388회 2017.11.07본문
징비록과 함께한 나의 유월
이해은
하늘은 맑고 바람은 밝은 빛을 뽐내는 날이다. 행주산성을 오르기에 더없이 좋은 사람들과 날씨까지 준비가 되었다. 천험의 요새인 이곳은 방어의 진지를 구축하기에는 유리한 지형적 조건이 구비되었다. 전략과 전술에 능한 장수라면 어느 누구도 방어에 탁월한 싸움터로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장소이다.
권율이란 뛰어난 지도자와 나라를 지키겠다는 백성들의 마음이 하나 되어 이루어낸 승전지다. 한강을 사이에 두고 서울이 이리 가깝고 살갑게 다가오는 곳인 줄 몰랐다. 우람한 살구나무만이 지난 일을 겪어온 자취를 남기고 있다. 나라를 보존해야겠다는 마음과 이 만큼 지켜온 선조들께 감사함을 가득 담아 올 수 있었다.
우연히 징비록이란 책을 아주 오래전에 읽은 기억이 있다. 유성룡 선생을 알게 되었고 그와 그의 책도 좋아했다. 그리고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둔감해지고 기억의 저편으로 가라앉아 버렸다. 이번 도서관 강좌에 징비록과 함께 하는 행사가 있다고 해서 반가운 마음에 신청했다. 좀 더 자세하게 알 수 있을 것 같아 반가움이 앞섰다. 번역한 저자가 와서 강연을 한다니 너무나 기대가 되었다.
이제 까지 알아온 임진왜란은 뛰어난 장수 이순신의 활약과 무능한 지도자와 붕당정치의 권력싸움 정도로 인식해왔다. 배경지식이 미약했다. 그리고 꼭 알아봐야겠다는 생각도 갖지 못했다. 지금의 나의 생활과는 너무나 먼 이야기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 당시의 주변국의 상황과 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외부의 정치변화를 간과했다. 무관심으로 일축했다.
언제나 조직의 리더라고 해서 정의를 실현하진 않는가보다. 당파성에 빠져 있는 자들의 눈에는 현실의 올바른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자기의 당파성이 지향하는 바의 노선이나 이익을 우선시 했다. 그러한 지배층의 안일함으로 정치를 했음을 징비록은 곱씹어 알게 해준다. 이러한 무섭고 잔인한 전쟁을 겪으며 사실대로 기록하고 반성하려는 마음가짐이 존경스럽다. 그래도 이런 지도자가 있었음이 다행이다. 후손들까지 걱정하는 서애선생의 애국심 또한 조선의 선비답다.
이순신의 무장으로서의 고충과 오직 나라를 구하기 위한 마음이 얼마나 무거웠을까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어떤 식으로도 정치적 배경이 없고 정치의식을 표현하지 않았던 무인이다. 임금과 신하들도 두렵고도 버거웠을 것이다. 승전의 소리가 울릴 때 마다 민심은 이순신으로 향하고 속내는 비치지 않으니까 더 무서운 존재였으리라 생각된다. 유성룡 선생의 리더십과 덕성도 그의 열정과 더불어 저녁놀처럼 먹먹하게 배어나온다. 두 분을 통해 기록의 소중함과 가치를 분명하게 볼 수 있었다.
우리 선조들의 이런 훌륭한 고전을 세상에 알려서 많은 이들이 역사를 다각도로 볼 수 있도록 이끌어주시는 강사님에게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우리는 무엇을 보고 배워야하며 어떻게 후배들에게 가르쳐야하는지를 족집게로 꼬집듯이 가슴에 새겨주신다. 사회와 역사를 관성적으로 바라보는 태도에 변화를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나의 삶과 어떤 개연성을 찾으며 어떻게 나의 생활에 투입이 되는지를 파악할 수 있어야겠다.
인생을 살다보면 뜻하지 않은 일이 생기고 막다른 골목길처럼 선택을 해야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떤 길이 최선인지 항상 최선이라고 믿는 곳에 발길을 돌리게 된다. 우린 모두 제각기 주어진 환경 속에서 나름대로의 세상을 갖고 살고 있다. 내가 보고 겪는 곳이 나의 모든 세상이다. 그렇게 크지도 그렇다고 다양하지도 못하다.
누군가의 간접경험이 나에게 지름길을 인도할 수 있다. 좋은 책은 나의 친구이자 스승이다. 책읽기를 통해 미숙하지만 지혜로운 삶의 지도를 그려가고 싶다. 길 위의 인문학을 통해 나의 책읽기와 책을 통한 배움이 어떠한지 들여다볼 수 있었다. 좋은 책과 강연과 탐방으로 역사 인식의 전환점을 가질 수 있게 된 이번 기회는 참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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