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시립도서관]길 위의 인문학 참가후기 - 김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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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향 17-11-07 14:33 조회372회 2017.11.07본문
연암 박지원의 창조적 생각과 생태 정신 강의와 탐방을 다녀와서
김현승
늘 다니던 집 근처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습관적으로 맞은편 현수막을 바라보았다. 그 중에서‘서산시립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역사 속에서 고전 인문을 배우며, 미래의 길을 묻다’라는 글귀에 시선이 멈췄다. 제목에서 전해지는 무게감과 의미심장함이 느껴졌다. 신청 기간이 아직 남아 있었지만 나는 아쉬운 마음에 긴 한 숨을 내 쉬었다. 올 해는 더 이상 시간을 쪼개어 무엇인가를 시도하기에는 여력이 없다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 후 몇 년째 취직을 준비하고 있는 첫째 딸이 올 해 까지는 하겠다며 집에서 고시생 노릇을 하고 있고, 막내아들은 고등학생이며, 둘째와, 셋째는 대학 재학 중이다. 남편과 나는 그 어느 때 보다 부모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온 몸으로 느끼면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던 중이였다. 나 역시 아동복지 교사로 하루 5시간씩 근무하고 집에 돌아오면 체력이 소진되어 저녁을 먹은 후에는 피곤한 나머지 곯아떨어지는 일이 종종 있었다. 그래서 여러 가지 훌륭한 강좌가 있어도 아쉬워하면서 더 이상은 시도해 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큰 아이가 시험에 붙든지 떨어지던지 상관없이, 내 년에도 이런 좋은 강좌가 개설 되면 그때는 꼭 신청하리라 생각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그리고 “지금 이대로 감사하며 만족하자. 부족한 체력을 보강하면서 갱년기를 잘 관리하자! 건강하면 기회는 또 올 거야”라고 다짐하며 나 자신을 위로했다.
그런데 며칠 후, 내가 좋아하는 지인이“시립 도서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인문학 강좌를 듣고 있는데 너무너무 좋으니 꼭 들어보라”고 강력 추전하며 서두르라면서 재촉을 하신다. 아쉬움과 미련이 많았던 터라, 지금 나의 상황에 무리가 될 줄 알면서 용기를 내었다. 고민은 진하게 잠간만 하고 나서 뒤늦게 강좌 신청을 했다.
다행스럽게 두 번째 강좌‘「징비록」을 통해 본 조선, 그리고 대한민국’의 강의와 탐방에 동참할 수 있었고, 세 번째 강좌‘연암 박지원의 창조적 생각과 생태 정신’과 탐방도 바쁜 일상 중에 시간을 쪼개어 즐거운 마음으로 인문학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몸은 고단했지만 두 강좌에 동참하는 동안 행운이라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참석했다.
준비가 잘된 도서관 측의 훌륭한 프로그램과 최선을 다해 조금이라도 더 잘 전달해 주시려고 열강 하시는 강사님의 성의 있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직접 볼 수 있었다. 또한 강의 후 질문이 오가는 수강생들의 에너지를 느끼면서 행복했다. 두 차례의 강의 후 떠나는 토요 탐방은 서산의 귀한 문화 유적을 다시 공부하는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개심사와 마애 여래 삼존불에 대한 해설사의 귀에 쏙쏙 들어오는 설명과 여유 있는 구수한 입담은 유쾌한 웃음을 자아냈고 시원한 산바람처럼 덤으로 받은 선물 같았다. 개심사를 오가는 길에 보았던 길고 넒은 저수지는 극심한 봄 가뭄에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는데 안타까움에 한 숨이 절로 나왔다. 고갈되어 가는 나의 내면을 보는 듯 하 여 더 이상 보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그리 멀지 않은 곳, 당진군 면천에 도착하여 간소하지만 건강한 점심 도시락을 함께 나누는 동안 지인의 자연스레 숨겨진 배려와 다정함은 거저먹는 영양제 같이 느껴졌으나 고마운 마음을 적극 표현하지 못하여 다음 기회에 전하리라 마음먹었다.
잠시 후 연암 박지원이 50대 초에 잠시 부임하여 고을을 다스리던 중 자주 왕래했다는 건곤일초정에 함께 앉아 그 위대한 분의 업적을 다시 한 번 들으면서 단아하고 그윽한 연꽃이 심신치 않게 피어 있는 주변의 경치도 살펴보았다. 오락가락하는 빗줄기 속에서 ‘군자정’이라는 유적도 살피러 부지런히 발 도장을 찍고 저 멀리 관청의 외관과 커다란 돌이 정교하게 쌓여 있는 성도 멀리서 나마 눈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한 동안 깊은 상념에 잠겼다.
며 칠 후 중요한 가족 모임이 있어서 후속 모임에 참석을 못했고 나는 그 시간 내내 내 마음은 좌불안석 이었다. 연암 「박지원의 글 짓는 법」을 꼼꼼히 읽으면서 마치 박수밀 교수님의 강의를 다시 듣는 것처럼 차츰 책 속에 빠져 들어갔다. 강의 중에 하시던 말씀이 고스란히 활자로 남아서 나를 인도했고, “ 교수님이라는 말보다 선생님이란 호칭을 더 좋아”하신다는 말씀을 하신 것도 기억났다 .
이 책을 읽는 동안 즐거움도 느낄 수 있었고, 마음에 들고 백배 공감한 부분은 열심히 메모하고 나서 보니 몇 장이 되었다.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옆에 쓰인 한자도 정성 것 쓰면서 배움의 기쁨도 누렸다. 나의 무식 충만함도 깨달았고, 그 동안의 나의 삶을 뒤 돌아 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몇 주 동안 마음이 무겁고 아팠다. 막연하게나마 연암 박지원의 글 쓰기를 따라 해 보고 싶단 생각도 했으나, 곧 엄청난 부담감이 발동했다. 장마가 시작 되어 가뭄은 해소 되어 기뻤지만, 무 덮고 습하여 축축함과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에 신심이 더 늘어졌다. 도전 정신을 발휘하여 호기롭게 시작은 했으나 며 칠 동안은 더 이상 아무것도 써지지 않아서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고민스러웠다.
‘빗대어 표현하는 생태 글쓰기, 생태 글쓰기는 무너진 인간의 마음을 일으켜 세우고 진심의 글 쓰는 데 더 없이 좋은 글쓰기다. 자연은 인간의 가장 훌륭한 스승이다. 자연은 상처받은 인간의 마음을 치유해 주고 병든 영혼을 정화시켜 준다 ’ 이 부분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한 참을 되새겼다. ‘ 연암 박지원의 창조적 생각과 생태 정신’강좌는 나의 오랫동안 잠들어 있었던 인문학에 대한 호기심을 일깨웠다. 그 분의 파격적이고 열려 있는 독창적인 사상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문체반정 와중의「열하일기」,「허생전」과 「범의 꾸짖음」, 주제를 어떤 식으로 보아야 하는지 보여주는「하룻밤에 강을 아홉 번 건넌 기록」전략적 글쓰기의 치밀함에 또 한 번 감탄이 절로 나왔다. ‘아프게 하고 가렵게 하라’, ‘지금 눈앞을 담아내라’, ‘흠과 결점을 보여 주어라’를 깊이 생각했다.
내 나이 50 중반! 최선을 다해 살아 왔지만 인생살이가 너무 버거워 갈 즈음! 무엇보다 엄마와 아내로서 네 자녀의 뒷바라지에 지쳐 갔다. 그나마 종교적 신앙심과 신념으로 나를 성찰하며 신심을 다듬으려 노력했고 오뚜기 처럼 존재하게 했다. 나를 잘 아는 이웃은 진심 어린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았으나, 부족한 나 자신의 모습에 마음을 추스르려 애쓰던 즈음에, 나의 50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소통에 관한 호기심에 몇 해 동안 나를 상담 심리와 사회 복지에 심취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동안 서산에 살면서 학부모 교육, 학생상담 자원 봉사자 교육, 미술 상담사 교육 등 여러 강의를 들어오면서 부족하나마, 자기 계발을 위해 조금씩이나마 노력해 왔음을 깨달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무엇보다도 내가 내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지금 여기’(HEAR and NOW)를 살 것, 미리 걱정하지 말자,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다가오지 않았으니 바로 지금 현재에 집중 할 것! 감사하자! 기쁘게 살 자!를, 나의 좌우명으로 삶고서 나의 찬란한 50대를 항해 중이다. 나의 남은 인생에서 이용후생의 삶을 어떻게 전략적으로 실천해 나갈 것인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본다.
〈길 위의 인문학! 역사 속에서 고전 인문을 배우며, 미래의 길을 묻다〉라는 행운의 바다에서 연암 박지원의 창조적 생각과 생태 정신’이라는 멋진 노를 한 쪽에 싣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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