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시립도서관]길 위의 인문학 참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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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향 17-11-07 14:10 조회370회 2017.11.07본문
서산시립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을 마치며
김인숙
도서관을 이용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행복한 사람이다.
도서관에 들어서면 나란히 꽂혀있는 책들이 어깨에 자신의 이름 띠를 두르고 두 눈을 반짝이며 ‘나를 봐주세요.’라고 속삭인다.
지식에 목말라 있는 나에게 육각수보다 더 시원한 내용으로 나의 갈증을 풀어준다. 이렇게 항상 행복을 주는 도서관에서 ‘길 위의 인문학’이라는 세 보따리의 프로그램을 선물해 주었다.
첫 번째로 ‘우리고장 인물 정순왕후, 수렴청정으로 영조의 뜻을 잇다’라는 선물 보따리를 받았다. 당차고 현명하게 영.정조 시대를 살다간 분에 대하여 그동안 몰랐던 내용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내가 속해 있는 야생화 동아리 모임에서 해마다 5월에 정순왕후 생가에서 야생화 전시회를 열고 있는데 아름다운 꽃들을 보고 감탄하는 분들은 단아하고 고풍스런 장소를 먼저 칭찬한다. 정순왕후께서 머물던 장소에서 꽃으로 연결되어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것이 고마울 뿐이다.
또한 창덕궁 답사를 갔을 때에는 왕비의 공간에서 임혜련교수의 날씨만큼 뜨겁고 열정적인 설명을 들으면서 그 시대의 역사 여행을 하는 값진 시간을 보냈다.
창덕궁 후원에서는 수령 400여년이 지난 회화나무와 백송, 뽕나무등 조선의 역사를 지켜보았을 거목들을 보니 더욱 정감이 갔다. 그리고 규장각 앞에서는 배움의 열기가 느껴져 한참을 우러러 보았다.
두 번째 선물 보따리는 ‘「징비록」을 통해 본 조선, 그리고 대한민국’이라는 내용으로 김흥식 작가님으로부터 강의를 듣는 시간이었다.
강의 내용 중에 중국과 일본을 적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그들을 잘 이용해서 우리나라의 입지를 넓히고 세계로 향해 갈 수 있는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에 크게 공감이 갔다.
‘독서 릴레이’ 도서로 받은 「징비록」을 새로운 마음가짐을 갖고 읽었다. 그 책 속에는 임진왜란으로 고통을 받은 조선의 수많은 백성들의 신음소리가 「징비록」 속의 글자 한 자 한 자를 통해서 내 가슴속으로 아프게 들어왔다.
우리역사에서 이런 슬픈 난중일기는 다시는 쓰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며 이번 프로그램의 목적이 아닐까 생각했다.
권율장군의 지휘로 행주대첩을 거둔 행주산성 답사를 다녀왔다. 처음 찾아간 곳이라서 무척 흥분이 되었다. 올라가는 입구에서 만난 권율장군의 동상 앞에서 고마운 마음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행주산성에서 쓰인 ‘행(杏)’은 살구를 뜻한다고 하는데 살구나무와 커다란 나무들이 뜨거운 태양을 가려 주어서 정상을 향해 걸어가는 숲속 길은 무척 상쾌하였다. 산성에 오르자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 곧게 흐르는 한강과 그곳에 놓인 여러 개의 다리는 정말 장관이었다. 또한 직선거리로 보이는 경복궁과 넓게 펼쳐져 보이는 서울의 모습에 또 한 번 감동을 받았다. 이런 이유로 임진왜란 때에 한양을 침범한 왜군이 행주산성의 중요성을 깨닫고 행주산성을 빼앗고자 하였지만 깎아지른 듯한 산세를 잘 이용한 권율장군의 지략으로 큰 승리를 거두었다. 내려오는 길은 산성 위를 걸으며 왔는데 산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찔할 정도의 경사여서 천혜의 요새라는 것이 실감이 갔다.
세 번째 선물 보따리는 ‘연암 박지원의 창조적 생각과 생태 정신’이라는 내용으로 박수밀교수의 강의였다. 면천을 가기 전에 ‘개심사’와 ‘서산마애삼존불’에 들렀다. 여러 번 찾아갔던 곳이지만 갈 때마다 새롭고 경이롭다.
개심사는 ‘수덕사, 무량사, 갑사’와 더불어 충남4대 미찰인데 심검당의 덧집과 종각의 기둥에 쓰인 자연그대로의 굽은 나무는 언제나 친근하게 느껴진다. 서산마애삼존불 앞에서면 그 미소로 마음이 편안해지고 서산시민이어서 행복하다.
면천은 향토연구회에서 답사를 다녀왔던 곳이지만 더 알고 싶은 마음으로 참가하였다. 시대를 앞서 간 박지원의 삶도 흥미로웠지만 서산의 옆 동네나 마찬가지인 당진 면천에서 4년 동안 군수로 있었다고 해서 더욱 반가웠다. 당진에 부임해 있었던 동안 그분이 주장한 생태 정신의 실천으로 수리시설인 골정지를 만들었고 그 안에 돌을 쌓아 작은 섬을 만들고 ‘건곤일초정’이라는 초정을 지었다. 하늘과 땅 사이에 초가 한 채로 충분하다며 유유자적하게 살다간 박지원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정자라고 할 수 있다. 골정지 근처에 있는 향교의 유생들이 그 정자에 찾아와 시를 읊고 학문도 익혔다고 전해지는데 골정지에 몇 송이의 연꽃이 피어서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시를 읊던 유생들의 마음이 전해지는 듯 했다. 골정지 근처에 위치한 ‘군자정’은 고려 공민왕 때 지어졌는데 옛 선비들의 풍류 소리는 먼 곳으로 사라지고 물속에는 연꽃 대신 마름이 가득했다.
군자정 바로 옆에는 고려의 복지겸 딸이 심었다는 1100여년 된 은행나무가 서 있었는데 속은 텅 비었어도 푸른 잎이 무성하여 생명의 강인함을 보여주었다.
시민들에게 보따리 가득하게 선물을 담아 주려고 애쓰신 도서관 관장님과 담당자분께 고마움을 전하며 세 개의 선물보따리에서 나온 ‘정순왕후, 서애 류성룡, 연암박지원’을 통해서 배운 내용을 자양분 삼아 미래를 위한 실한 열매를 맺도록 하루하루 노력하는 삶을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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