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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지향시대, 청주의 재발견] 참여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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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청원도서관 21-07-25 15:44 조회554회 2021.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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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청원도서관 : 로컬 지향시대 청주의 재발견
하○○님의 참여후기입니다.

  나는 어지간하면 글을 쓰지 않는 편이다. 회사 업무 중에 각종 회로도나 프로그램을 정리해가며 일을 진행해왔으면서도 정작 업무의 진행 상황이나 결과물에 대한 보고서를 만들어야 할 때 또는 필요한 경비를 청구하기 위해 결재서류를 작성할 때마다 어려워했다.
  이유는 너무나도 간단했다. 일할 때는 나 혼자만 이해하면 되지만, 보고서나 결재 서류는 내 자료를 일어야 하는 사람을 이해시켜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에게 애매한 부분이 있으면 일하던 도중에 불려가서 설명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아주 싫었다.
  그러던 와중에 코로나 시대가 도래 하였고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자투리 시간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수강했던 청원도서관의 비대면 Zoom 강의는 그러한 나에게 있어서 적절한 자기 개발 방법이었다. 강의를 들으며 내용을 정리하지 않아도 되었고, 질문하지 않아도 되었고, 부담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이해되지 않는 대목은 나중에 인터넷에서 찾으면 될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문제는 탐방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탐방 후의 글쓰기였다. 여럿이 함께 이동하면서 똑같은 것을 보고 1명의 해설사로부터 동일한 설명을 들으며 짧은 시간에 수박 겉핥기식으로 주욱 지나가다 보니 뭐 하나라도 특색 있는 나만의 글이란 것이 써지기나 할까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자판을 두드리는 것은 열심히 봉사해주신 도서관 직원과 여러 강의 진행자분들에 대한 마음의 짐을 내려놓기 위해서이다.

  탐방지는 이정골과 비중리 그리고 옥화대였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 30년쯤 살다 내려온 도시 촌놈이라고는 해도 청주에 산 지 20년이 넘어가는데 이정골과 비중리는 하나같이 처음 듣는 동네 이름이었고 어디 있는 지는 네비게이터를 찍어봐야 할 정도로 낯선 곳이었다. 특히나 비중리는 초정이나 좌구산 방향으로 이동할 때 숱하게도 지나치던 곳인데도 거기가 그 곳인 줄은 몰랐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그러하듯 휴가를 내고 여행을 할 때 시간이 많지 않아서 짧은 시간에 여러 곳을 들르거나 노는 시간도 모자란 판에 방문한 지역에 대해 알고자 해도 초면에 아무나 붙잡고 묻고 들을 기회가 없으니 마을 내력은 모른 체 겉모습과 주변 환경을 내 식으로 이해할 수 밖에 없었고, 단체 여행일 경우에도 아주 간단한 설명만 듣고는 그런가보구나 하고 넘어가곤 했다.
  이정골 탐방에서는 왜 그렇게도 후미진 곳에 마을이 형성되었는지, 서원이 왜 거기에 있는지 알게 되었다. 자세한 설명은 아마도 다른 탐방자분께서 써 주실 것이라 믿고, 설명해주신 분 이상으로 아는 것도 없으니 구태여 내가 쓸 필요는 없겠다.
  올 초에 서천에 위치한 넓고 잘 가꾸어진 문헌서원에 다녀왔었고 여기저기 둘러보며, 대강이라도 그곳의 내력을 알게 되었는데, 이정골에 위치한 신항서원을 처음 보았을 때 초라하다고 할까 조촐하다고 할까 한 모습은 문헌서원에 비하면 너무나도 대조적이라 그다지 중요한 곳은 아니었겠구나 하고 생각 했었다.
  사방에 널린 오래된 집과 비어있거나 무너진 집, 전신주에 붙은 ‘고독사하신 분들 유품 정리해드린다’는 광고지를 보니 책이나 매체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뭉클함이 올라왔다. 우리야 잠깐 다녀가고 말 사람들인데 그곳 주민께서 주셨다는 앵두를 받으며 진짜 미안했다.
  비중리는 두 차례나 방문하게 되었는데, 무엇보다도 홍양사에 얽힌 이야기는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할아버지, 아들, 손자 2명의 제삿날이 같다는 것까지는 어쩌다가 그렇게 되었나 했는데, 사유를 듣고 보니 내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내 나이가 연식이 있는지라 어릴 때 라디오에서 ‘전설 따라 삼천리’도 들었고, 매주 TV에서 ‘전설의 고향’도 봤지만, 내용은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나 ‘장화홍련 아류’의 내용이 많았기에 그다지 와 닿거나 무섭지는 않았다. 그런데 비중리 이야기는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 실화라는 것을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라씨 집성촌이 된 연유, 누가 누구랑 결혼하면서 이곳의 재산을 가지고 누리며 살다가 돌아가시고 문중에 또 다른 누군가가 연이어 이 마을에 들어와 살면서 재산을 지키고 블라블라, 역시 과거에도 재산과 관련된 문중 세력의 다툼이 꽤 심했던 모양이다.
  옥화대는 옥화구곡 (청석굴, 가마솥 등등)을 다니면서 잠깐 들르긴 했지만 우암 송시열과 관련이 있는 줄은 몰랐다. 이 분은 전국에 관계없는 곳이 드문 것 같다. 거기서 탁 선생님의 옥화 서원과 송시열, 그 일가친척의 족보에 대한, 막힘없는 설명을 들으면서 어떻게 저럴 수가 있을까 감탄했다. 아울러 옥화대나 금관숲은 각각 차를 타고 들른 적은 있어도 양쪽을 이어주는, 빼어난 경관의 산책길이 있는 줄은 몰랐다. 그래서 ‘길 위의 인문학’인 것 같다.
  다른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길 위의 인문학에 몇 번인가 참여하기도 했었지만 강의 후 탐방은 버스로 먼 곳까지 가서 머리카락 휘날려가며 바쁘게 다니고 후딱 돌아 본 다음, 돌아오는 길은 지쳐서 버스 안에서 자버리곤 했기에 함께했던 일행의 얼굴은 얼핏 알아도 그때뿐이었던 인연이 많았다. 이번 청원 도서관의 행사를 통해 청주 일대의 숨겨진 이야기를 알게 되었고 색다른 경험도 하게 되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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