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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반송도서관] 인문학, 그림책으로 소통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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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영 16-07-01 16:56 조회495회 2016.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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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반송도서관] 인문학, 그림책으로 소통하는 삶

그림책이 내게로 왔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소통하는 대상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도 그림책을 통해서 삶을 이해하고, 해석해 보는 시간이라니 내게는 퍽이나 흥미로운 주제였던 것 같다. 결국 반송도서관에서 시행했던 "인문학, 그림책으로 소통하는 삶"은 그림책에 대한  호기심에서 출발했다고 봐도 되겠다. 두번의 강의와 한번의 탐방, 그리고 알지 못했던 그림책의 세계에 빠져들면서 내가 평소에 생각했던 그림책의 대한 새로운 인식을 이 강의를 통해 바꾸어 놓은 계기가 되었다. 나는 이제 짧고도 긴 여운을 남겨준 그 시간들을 나름대로 정리해 보려고 한다.



올해 초, 길위의 인문학에 참가하기 전에 나는 재송 어린이 도서관에서 시행하는 그림책 토론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테마별로 이런저런 그림책을 가지고 의견을 나누는 모임이었는데, 짧은 서사에 그림이 가지는 메시지는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깊고, 철학적인 요소가 많았다. 그리고나서 반송도서관에서 “그림책으로 소통하는 삶”이란 주제가 눈에 띄였다. 그 주제는 그림책에만 머물러있던 책이 음악이나 문학을 만나면서 자신에게 물음을 던지며 자신의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어서 무엇보다 좋았다. 

 

사람은 평생에 그림책을 세 번 읽어야 한다고 한다. 맨 처음은 부모가 읽어줄 때 접하고, 두 번째는 부모가 되어 자녀에게 읽어주는 것이며, 세 번째는 노년기에 한번 더 그림책을 읽는 단계라고 말한다. 나이로 따지면 나는 이제 노년기에 접어든 나 자신을 위한 그림책독서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후에 아들이 장가를 들면 나는 그림책을 손자와 같이 읽을 그때가 오게 될 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그림책은 인생의 주기에 따라 끊임없이 읽혀져야 하며 이번 강의의 주제처럼 끝없이 삶과 소통해야 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림책 속 그림은 글과 대등하게 때로는 그 이상으로 많은 이야기를 전달한다. 화면의 선과 색이 그러하고, 질감, 그것에 대해 표현된 형태와 구도는 여러 가지 의미로 확장되며 화면과 화면의 의미가 서로 이어져 비로소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결국 그림책은 문학성을 갖춘 간결한 글과 예술성이 갖춘 그림이 조화를 이루면서 이야기를 엮어가는 책으로 누구나 즐기는 또 하나의 시각예술로 정의하는 말에는 전적 동감한다.

이 강의는 그림책 토론을 하는 내게 그림책에 대한 관점을 새롭게 바꾸어놓았고, 그림책 속 글과 그림사이의 간극을 읽어 내는데는 다른 책하고 차별화되는 지점이 여기에 있다. 그림책은 아이들에게 지식을 전달하기 보다는 사랑을 전달하는 매개체며, 아이들의 상상력을 펼칠수 있는 베이스라는 점에서 우리 일상에서는 꼭 필요한 일임을 새삼 인식하게 되었다.  

 

두 번째 강의는 그림책과 음악의 만남이란 주제였는데 강의 내내 선생님은 “고래가 보고 싶거든”이란 그림책에 담긴 간절함에 대해서 강의하셨다. 이 강의의 주제는 “절실함을 찾아가는 여행”이라고 보면 되겠다.

고래가 보고 싶거든 창문이 있어야 하고 바다도 있어야하고, 눈도 떼지 말아야 하며 의자랑 담요도 필요해. 장미 같은것도 모른척해야 하며, 시간도 있어야 해. 바라보고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해. 고래가 정말 보고 싶니. 그렇다면 바다에서 눈을 떼지 마.“

짧지만 큰 물음을 던지는 이 그림책의 핵심은 나의 간절함을 끊임없이 찾아야 하며 집중해야 한다는 이야기로 이루어진다.

나는 나에게 묻는다.

“내가 추구하는 고래는 어떤 고래일까? 내가 어떤 일을 향해서 목을 맬 만큼 절실함을 가져 본 적이 있었던가?”

그런 의문을 남긴 채 통영탐방에 나섰다.

그날, 난 살면서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며 문학으로, 혹은 음악으로, 그림으로 정상에 우뚝 선 세명의 예술가를 만났다.토지라는 작품을 통해 한국인의 근간을 보여준  작가 박경리와, 동양사상을 이루는 독특한 선율로 현대음악의 지평을 여신 윤이상과 지금 현존하는 작가중 현대미술에서 가장 독보적인 위상을 가진 이우환.

남망산 조각공원에서 바라보았던 “꿈꾸는 언덕”이란 작품은 자연의 돌과 인위적인 철판을 어울리게 함으로써 자연과의 명상적인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 관계망을 통해 조화를 이룬다는 다소 어려운 문구앞에 그 노 화가가 끊임없이 자신의 작품에 집중하고 그것에 어울리는 돌을 찾아다니기 위해 세계 어디 안 가본데도 없다니 존경스러운 마음이 저절로 우러나오는 대목이었다.

그리고 통영을 사랑했던 또 한사람, 윤이상이 통영제일 보통학교에 다닐 때 다녔던 옛길을 걸어보았다. 좁고 구불거리는 이 작은 길은 질풍노도의 삶을 살았던 한 음악가의 삶을 되돌아보는 길이었다. 그 길의 끝에는 윤이상이 독일에서 가져다 온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아버지가 만들어준 나무옷장까지 소중히 보관하여 다시 조국땅을 밟을 때 가져왔다고 하니 그분의 지고지순한 나라에 대한, 가족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알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박경리 묘소를 참배하게 되었다. 박경리 작품에는 통영이란 도시가 곳곳에 등장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바느질로 생계를 이어가던 박경리에게 글쓰는일은 하나의 생계수단이었다고 한다. 나는 박경리 작가에게 그 무엇보다도 글쓰기의 절절함을 느끼게 된다. 통영 탐방을 통해 더듬어 본 예술가들의 혼은 아직도 통영 바다의 물빛만큼 푸르렀고 6월의 태양만큼 강렬했다.

이번 그림책여행은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삶의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그 물음에 대한 답을 고민하고 찾아가서 그분들이 만들어 놓은 위대한 궤적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끝으로 탐방을 위해 수고해주신 반송도서관 관계자분께 감사 인사 드리며 내 삶이 길위의 인문학과 함께 성장하는 삶이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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