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밀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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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도서관 15-11-13 19:50 조회520회 2015.11.13본문
? 백희순
어린 시절 소풍갈 때처럼 설레는 마음을 안고 도서관을 향하였다. 날씨는 더할 나위 없이 맑고 푸른 가을 하늘을 드러내고 있었다. 관장님의 부탁의 말씀을 듣고 여러 어르신들과 버스에 올랐다. 지난 밤 잠을 설쳤던 나는 버스가 출발한 뒤 잠이 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문득 잠에서 깨어 차창 밖을 보니 한강이 보였다. 강물은 잔잔하였지만 햇빛에 잔물결은 은빛 작은 물고기가 뛰어 오르듯 반짝거리고 있었다.
이 여행은 황순원 문학촌으로 가는 길이다. 이 길은 수주 변영로를 거쳐 정지용, 정호승 시인으로 이어진 여행이다. 지난 봄 이병렬 선생님의 강의를 통해 시는 누구나 쓸 수 있다는 것과 시는 감정의 표현이 아니라 감정의 탈출로부터 시작된다는 엘리어트의 말을 들어 주관적인 생각을 드러내는 것은 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여러 시들을 낭송하고 음미하면서 조금이나마 시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었다.
변영로 시인은 시를 통해 나라 잃은 슬픔과 암울함을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고 시 “논개”를 통하여 이야기하고 있었다. 정지용은 이 세상 어떤 말보다 더 아름다운 우리말을 통한 처연한 슬픔과 아름다움이 더 이상의 시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였다. 정호승의 시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사랑과 슬픔, 외로움을 통하여 동시대를 살아가는 나에게 진한 감동을 주었다.
지나온 시들의 길을 더듬고 보니 어느덧 버스는 황순원 문학촌에 도착했다. 가을색이 완연한 문학촌은 쓸쓸함과 따스함으로 반겨주었다. 해설사 선생님의 설명을 통해 황순원 선생님의 살아오신 모습과 문학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선생님은 검소하시고 세상의 명예와는 거리를 두시고 오직 제자들을 길러내시고 인간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와 애정을 문학을 통하여 풀어 내셨다. 문학촌에서 진행상 짧은 시간 탓에 둘레 길을 거닐어 보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 하고 발길을 돌렸다.
점심은 연잎밥으로 입과 몸을 즐겁게 한 뒤 문과 꽃의 정원인 세미원으로 갔다. 세미원은 시절이 시절인 만큼 꽃잎도 다 떨어지고 볼품없는 모습이었지만 진흙 속에 뿌리를 박고 고고하게 아름다운 꽃을 피어내는 풍결을 눈에 그릴 수 있었다.
‘세미원’이라는 이름은 물을 보며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며 아름답게 하라는 뜻이 있으며 가장 연약하고 부드러움이 사람의 마음과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배웠다. TV나 스크린을 통하여 눈에 익힌 두물머리는 주변의 풍경과 어우러져 시원함과 상쾌한 기분도 주었지만 사람의 손이 많이 탄듯하여 아쉬움이 남았다.
그동안 강의 해주신 여러 선생님(이병렬, 구자룡, 구미리내, 최명란, 최금왕 선생님)들의 진중하시고 유쾌한 이야기를 통하여 지나온 삶을 뒤돌아보게 하고 앞날에 대한 기대감도 가질 수 있어 뜻 깊은 시간이었다.
자리를 마련해 주신 해밀도서관과 그동안 함께 하신 어르신들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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