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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시립 공도도서관] 길위의 인문학 참가후기(임전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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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희 15-11-13 13:14 조회484회 2015.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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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시립 공도도서관] 길위의 인문학 참가후기(임전택)

‘길 위로 짙어지는 문학의 향기’를 마치며

 

                                                                                                                                           임전택 

 

 

전자공학도인 내게 "길위로 짙어지는 문학의 향기" 프로그램은 색다른 문학과 예술의 체험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대학 1, 2학년때 당시 군에서 제대한 복학생 형들과 어울리며 되도 않는 인생의 본질에 탐닉하면서 한용운, 김소월, 이육사, 윤동주 그리고 청록파 시인들의 시에 빠져지내던 생각도 났다.

 

용광로같은 혈기의 대학 초년시절, 정해진 틀에 박혀 마치 인형처럼 전시장에 갇혀 지내온 고등학교 학창시절을 던져버리고, 마치 그 인형에 생기가 돌아 온 세상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마구 뛰어다닌 듯한 그 시절은, 내 인생에 있어 가장 아쉽고도 소중한 경험을 한 시간이기도 했다. 1983년부터 군입대 전인 1985년 10월까지 잡지못할 사랑, 이상과 현실의 차이, 절정을 치닫던 전두환 정권하의 사회상황 등, 모든 것이 젊은 가슴속에서 응어리져 폭파직전의 탈출구를 찾는 시기였다. 그 기간에 만약 문학이 없었다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도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요즈음에는 예전 고등학교때부터 결혼 전까지 일기장에다 가끔씩 그날의 느낌을 끄적였듯이, 다시 글아닌 글을 쓰고있는 중이라 이 강좌를 듣는 것은 더없이 값진 시간이었다. 더구나 아내와 함께 하게 되어 큰 행복이자 우리 부부에게는 꿀 맛 같은 추억거리도 된 것 같다.

 

박경리, 최명희, 박완서 그리고 나혜석 이렇게 4명의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문학가들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그 짧은 시간에 모두 섭렵하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몇 가지 공통된 진리 비슷한 것을 나름 깨달았다.

 

하나는 훌륭한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고난의 세월과 외로움이란 내면의 지독한 적과 싸워 이겨내야 한다는 것이다. 박경리 선생은 토지를 필사의 정신으로 25년간을 거의 두문불출하며 오직 책과 자신과 싸우며 집필하였다. 최명희 선생도 마찬가지로 막내 동생이 대학을 졸업하면서 교사직을 집어던지고 어찌보면 미완의 작품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고독함은 물론 암과도 사투를 벌이며 혼불이라는 대작을 마침내 완성하였다.

 

다른 하나는 칭송받고 역사에 길이 남을 작가는 진솔한 삶을 산다는 것이다. 최근 발생했던 신경숙 표절 사건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진실된 삶을 살면서 그 내면에서 우러나는 사상의 조류같은 그 들만의 색체를 담은 위 4명의 여성들과는 대조를 이룬다. 신경숙이 살아온 인생이나 모든 작품이 진실되지 않고 표절이란 이야기는 아니지만 말이다. "그런데 ‘우국’은 아무리 기억을 뒤적여봐도 안 읽은 것 같은데, 지금은 내 기억을 믿지 못하겠어요."라고 긍정 아닌 긍정을 하면서, 마치 국회 청문회에서 문제점 투성이의 정치인이 하는 듯한 발언을 하며, 그간 그녀가 쌓아올린 모든 문학적 성과와 독자들의 신뢰를 자신 스스로가 한 순간에 무너뜨렸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작가들은 일반적으로 구양수의 "삼다", 다독, 다작, 다상량의 생활을 통해 문학적 창의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태도가 몸에 배어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박완서선생은 책을 머리맡에 쌓아놓고 지냈으며, 글을 쓸때 혹여 있을지모를 오타나 잘못된 단어선택을 방지하기 위해 사전을 꼭 머리맡에 두고 사용했으며, 그 사전이 다 헤져 넘기지 못할 정도였다는 것은 놀랍기 까지 했다.

 

그런데 위 4명의 위대한 여인중 누가 가장 치열한 생애를 살았냐고 묻는다면, 나는 당연히 나혜석이라고 할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기념비적인 작가나 예술가는 아니지만 그 파란만장한 인생역정 자체가 나는 한편의 대하소설이라 여기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군 입대전까지 약 7-8개월 동안 목포에서 3시간 반가량 배를 타고 가야만하는 섬에서 김따는 일을 시작으로 담양, 서울등지를 떠돌며 밑바닥 생활을 경험했던 것이 투영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가 능력이 된다면 그녀의 생애에 관한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이 들기도한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 마지막시간에 금은돌작가와 함께한 글쓰기 연습시간도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 작가들은 항상 노트를 가지고 다니면서, 늘상 새로운 것을 보거나 어떤 영감같은 것이 떠오르면 낚서하듯 메모하고, 그것들을 또 들춰보면서 글의 소재로 삼거나 글을 쓸때 활용한다는 것도 매우 인상깊었는데, 내가 예전에 일기장에 끄적이던 모습이 다시 생각나기도 했다. 또한, 시 한 수를 완성하기 위해서 수십번, 수백번을 고쳐쓰거나 몇개월이 걸릴 수 도 있다는 것도...

 

갑자기 헤밍웨이가 "무기여 잘있거라란 소설을 나는 무려 36번을 지웠다 다시 쓰고 지웠다 다시 썼다" 고 한 말이 생각이 났다.

 

그러면서 나는 독자들이 한 작가의 문학작품을 읽으며 감탄사나 조롱은 쉽게 연발 할 수 있으나, 그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혼신의 열정과 고민을 쏟아붇는 작가의 심정을 과연 얼마나 헤아리는 지를 생각해 본다.

 

그 작가의 가슴속에는 본 교양강좌에 등장하는 인물들처럼, 아마도 고독으로만 가득 채워져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 작가는 사람들이 내 책을 읽든말든 간에 또 작품을 구상하며, 아무도 걷지 않는 한여름 뜨거운 포도위를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열기를 머리에서 발끝까지 받아내며, 혼자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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