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시립 공도도서관] 길위의 인문학 참가후기(이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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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희 15-11-13 11:59 조회401회 2015.11.13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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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로 짙어지는 문학의 향기>를 보고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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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인
이번에 공도 도서관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길 위의 인문학> 강좌가 개설 되었다. 여성작가에 대한 강의를 듣고 탐방하는, 꿩 먹고 알 먹고식 1석 2조의 탐나는 강좌였다. 거기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과 가까운 분께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 흔치 않는 기회라 지인들에게 연락하니 선뜻 하겠다고 하였다. 같이 하니 더 재미있을 것 같았다.
첫 번째 여성작가는 <박경리> 작가였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작가이고 <토지>를 장장 25년에 걸쳐 집필 하였다. 등장인물도 600명 이상 된다고 한다. 감히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대작을 낸 작가라 누구보다 강인할 거라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작가의 옛집에서 느껴지는 모습은 그냥 평범한 어머니요 할머니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생명을 소중히 생각하고 자식걱정을 많이 하시는 우리의 전형적인 어머니 모습이었다. 6.25 때 남편을 잃고 그 뒤 아들을 잃고 비로소 작가가 되었다고 한다. 남편과 아들과 행복한 가정을 계속 이루었으면 작가가 안 되었을 지도 모른다. 대단한 이야기꾼이지만 시에서는 당신의 고독과 아픔을 많이 드러내고 있다. 다시 태어난다면 시골 촌부의 아내로 평범한 삶을 살고 싶었다고 하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나이 들 수록 나도 이제야 평범함의 소중함을 알아간다. 이번의 탐방에서는 전에 못 보았던 작가의 집 안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성격처럼 깔끔하고 소박한 실내에서 작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4년 전 한 번 와본 곳이라 탐방을 할까 말까 망설이기도 하였지만 새로운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어 너무 좋았다.
이번 강좌에서 나에게 영향을 많이 준 작가는 최명희 이다. 작가는 단편 <몌별>에서 이야기와 낱말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이야기란 풍경과도 같은 것이지요. 밝은 해와 구름이 어우러지면서 땅에는 그림자지고 시냇물도 소리 내며 흘러가는데, 어디선가 저절로 꽃피는 소리, 꽃 지는 소리, 천둥치고 번개가 칼날처럼 검은 하늘을 가르고 빗소리가 천지를 삼키기도 하구요. 혹은 언덕이 무너지고 혹은 흙탕물이 마을을 뒤덮어 흐르기도 하겠지요 .풍경은 살아 있습니다. 저희끼리 스러지지만, 그것은 또 저희끼리 새로 태어납니다. 사람들은 그 풍경 속에서 뛰노는 한 마리의 자연입니다... 풀잎에 맺힌 이슬이나 그저 지나가는 바람 한포기가 낱말이지요. 낱말이 모여서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에요.” 이야기꾼 작가의 생각을 볼 수 있는 글이었다. 우리 인생의 굴곡과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이야기 하는 것 같다.
이번 최명희 문학관에 갔을 때, 차분한 기분은 아니었다. 문학관의 글과 최명희 삶에 대해 조용히 읽어보고 싶었으나 주변의 한옥 마을과 먹거리 등, 볼 것, 먹을 것 많은 주변이 나를 들뜨게 하였다. 마치 시험공부를 해야 하는데, 밖에서 아이들 노는 소리가 나서 자꾸 신경이 밖으로 향할 때의 어릴 적 모습처럼... 그러면서 글도 사진 몇 장으로 찍어대며 집에 가서 읽어보아야지 하였다. 그리고 <혼불>책을 다시 한번 읽어보아야겠다고 생각하였다. 정말 느끼면서 말이다. <혼불>을 다 읽고 감상문을 쓰고 싶었는데 나는 아직도 읽고 있는 중이다. 완간되고 대충 읽어서 그런지 기억이 많이 나지 않는다. 지금은 나이도 들었고 민속학에 대해 관심도 더 많아지고 더 꼼꼼히 읽게 된다. 전에 안보이던 것들이 보인다. 결혼, 죽음, 신분제도... 등 많은 것을 보여준다. 마치 민속학 연구서 같다. 그러면서 작가의 노력에 감탄한다. 한가지에 대해 파고드는 모습이 학자 같기도 하였다. 어느 작가나 글을 쓴다는 것은 힘들겠지만 정말 최명희는 혼을 다해 글을 쓰는 작가 같다. 그래서 ‘최명희를 사랑하는 모임’ 같은 팬클럽도 생겼나보다. 박경리를 사랑하고 박완서를 사랑했는데, 이번에 최명희 작가를 만나 또 다른 사랑에 빠질 것 같다.
이런 기회를 주신 공도 도서관에 감사드리며, 내년에도 이런 프로를 만나 또 다른 사랑하는 작가가 생기길 바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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