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시립 공도도서관] 길위의 인문학 참가후기(강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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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희 15-11-13 11:35 조회542회 2015.11.13본문
길위의 인문학 - 나혜석 탐방 수기
강희영
날씨가 덥고, 탐방코스가 길 것이니, 선글라스나 모자, 양산을 준비하라는 사서선생님의 권고에 따라, 시원한 복장을 하고, 맘 단단히 먹고 나섰다. 7월 4일 아직 본격적인 여름이라 하기 일렀으나, 아침부터 화창한 게, 가까운 수원지역 방문일정을 서둘러 잡은 이유를 알만했다. 이전처럼 차에 오를 때엔 생수와 간단한 다과를 나눠줘 고마웠다. 여유시간을 많이 줄 것이라는 담담자의 말에 기분이 좋았다. 단체로 움직이는 것은 언제나 시간이 촉박하니 말이다.
나혜석은 나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한국최초의 유화화가이자 문필가, 일상마저 신문에 줄곧 실리던 당대 대표 신여성이다. 무엇보다, 사회의 편견에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자기답게 살았던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가장 기대하던 것이 나혜석에 대한 강의와 탐방이었다. 며칠전 금은돌 작가의 나혜석 강의도 흥미롭게 들었다. 나혜석 일대기를 훑고, 그의 수필과 시를 같이 읽어보며, 그의 생각을 이해해보는 시간이 좋았다. 최근 나혜석학회에서 나온, 그 당시 일제의 감시를 감안한 상황인식과 작품해석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가 인상적이었다. 강의 이전에 나혜적 평전과 관련 서적 몇 권을 읽었던 터라, 금은돌 작가의 강의가 더욱 잘 이해되기도 했다. 이번 수원 탐방으로 실제 눈으로 보고, 걸을 생각을 하니 기쁜 마음 가득했다.
화성행궁 주차장에서 내려, 간단한 안내를 듣고, 깃발 따라 걸어가니, 곧 나혜석 ‘여인의 초상’을 타일로 모자이크를 만든 건물 4층 높이의 벽이 나왔다. 건물은 현 작가들의 작업공간이다. 설명 들으며 한참을 고개 들어 보았다. 이제껏 나혜석 자화상으로 알려졌으나, 최근엔 프랑스여자를 그린 것으로 밝혀졌단다. 아무튼 인상 깊은 그림을 크게, 야외에서 보니, 수원이 거리 곳곳에, 구석구석 나혜석을 담으려 노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곧 생가터로 향했다. 표지석 하나에, 벽에 그림과 아름드리 꽃이 있었다. 정확한 자리는 아니고, 화성행궁 동쪽에 마을 일대에 생가가 있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마을엔 아기자기하게 공방과 가게들이 있었고, 길거리는 깔끔했다. 동네사람들은, 양산에 선글라스로 더위를 피하며 이동하고 있는 한 무리의 관광객들을 보며 두리번거렸다. 오전 10시가 넘어가니 점차 햇살은 뜨거워졌다. ‘화령전 작약’의 배경이었던 화성행궁의 화령전으로 갔다. 작약은 없었다. 작품이 그려졌던 당시, 일제가 행궁을 놀이공원정도로 격하시키고자 작약을 심은 거라, 지금은 당연히 재연해 놓지 않았다. 화령전을 본 후, 11시 하는 화성행궁 전통무예 공연을 구경했고, 행궁의 다른 곳들을 자유롭게 둘러봤다. 점심을 먹고, 화성행궁 앞에서 다시모여 화홍문으로 향했다. 화성 감싸는 뒤에 산과 더불어 앞쪽에는 시냇물이 흐르는데, 걷기 좋게 꾸며져 있는 수로 옆길이 좋았다. 화령전에 도착해선,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 약간의 피로를 덜 수 있었다. 간단하게 지금의 감상을 시로 써보고, 몇 몇 분은 읽어보기도 했다. 나혜석에 대한 생각은 비슷했다. 각자의 가슴속에 피어있는 꽃 같은 나혜석. 그런 비극적 인생을 살았던 나혜석을 떠올려 봄은, 고흐의 삶을 생각하는 것 같은 그런 뜨거움이 있다.
화홍문에 앉아 쉬다가, 버스를 타고 다음 행선지인 수원박물관으로 갔다. 거리상으로 멀지 않으나, 수원시내의 복잡하게 차 막히는 곳을 지나야 해서 시간이 좀 지체되기도 했다. 더운 날씨에 가벼운 차림의 사람들과, 말끔하게 재현된 도심 속 성벽을 교차해 보기도 했다.
한동민 수원박물관 학예사가 일행을 반갑게 맞이했다. 언덕에 위치한 박물관의 벤치엔 확트인 시야와 시원한 바람이 통했다. 그곳에 편히 앉아, 나혜석의 생애와 평가, 수원의 역사를 유쾌한 설명으로 즐길 수 있었다.
이어 수원박물관에 현재 전시중인 ‘영조 어필’ 특별전도 학예사의 친절한 설명으로 볼 수 있었다. 짧은 만남이지만 왠지 아쉬운 맘이 전해지는 작별인사를 하고 박물관을 나왔다.
나혜석 탐방일정을 다 마치고, 안성으로 빠르게 왔다. 생각할 수 있는 시간도 있어 여유로웠고, 그가 서성였던 거리를, 백년 후에 걸었던 오늘이, 나에겐 특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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