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밀도서관] 일상적인 어둠 속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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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도서관 15-11-10 11:30 조회627회 2015.11.10본문
? 정인서
어둠 속의 대화란 무엇일까? 처음 전시전의 제목을 들었을 때 들었던 나의 궁금증이었다. 지인의 소개로 우연히 참가한 부천시 해밀 도서관의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 도서관은 지금까지 나에게 대학교 도서관에 원하는 책이 없을 경우 한 번 찾아가는 곳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제는 <길 위의 인문학>이라는 프로그램을 알게 된 것이 큰 소득이라 생각한다.
이 프로그램을 소개해 준 지인이 이 전시전에 대해 찾아보지 말라는 조언으로 인해 정말로 장소만 알고 찾아갔다. 처음 직원에게 어둠 속의 대화 전시에 대해 설명을 들을 때 들은 한 마디가 잊혀 지지 않는다. ‘시각 장애 체험’, 이제야 어둠 속의 대화라는 제목의 의미를 어느 정도 깨달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실제로 어둠 속에서 관람이 진행될 것이라는 걸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의미를 이해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그 때는 몰랐다.
관람 과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100분 동안 로드마스터라고 부르는 안내자의 안내에 따라 완전 암실인 방에서 코스를 따라 이동하면서 시각을 제외한 다른 감각으로 모든 것들을 느끼는 것이다. 평소에 잘 알고 있는 물체도 보지 못하니 인식을 못하는 것을 스스로 느끼면서 얼마나 인간이 시각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로 인해 시각 장애 체험이라는 이 전시의 목적에 맞게 시각장애인의 처지에 대해서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해본 것 같다.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전맹인 사람들은 도대체 평소에 어떻게 살아가실지 그리고 감히 내가 그 기분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지…….
관람의 막바지에 로드마스터님과 음료를 마시면서 대화하는 코스가 있었다. 100분이 정말로 빠르게 지나갔다라고 느끼면서 피드백을 주고받는 도중 로드마스터께서 우리 모두를 놀라게 했다. 로드마스터로 일하시는 분들이 모두 ‘시각장애인’이라는 점. 관람 중에 나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오히려 로드마스터님은 적외선 카메라를 이용해 안내를 한 것이라고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는데, 시각장애인이라는 말을 듣고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어둠 속의 대화라는 이 전시 제목은 저 분들에게는 일상이나 다름이 없다. 하지만 나는 그걸 신기한 체험인 마냥 관람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어둠 속에서 일상적인 대화를 하고 있음에도 일반적인 대화 상황이 아닌 이 모순 속에서 나는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대화가 어둠 속에 빠지는 것 같은 그런 혼란, 제목이 가진 또 다른 의미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로드마스터님이 헤어지기 전에 해주신 말이 있다. ‘오늘 대화 즐거우셨나요?’ 어떻게 보면 아무렇지 않은 말이지만 나에게는 이 관람의 제목이 왜 어둠 속의 대화인지를 알려주는 마지막 실마리였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하면서 그 사람을 알아 가는 것은 어떻게 보면 어둠 속에서 한 줄기의 빛을 찾는 게 아닌가 생각을 한다. 아무 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 사람에 대해서 알아가고 그걸 그 사람이라고 믿는 과정과 완전히 깜깜한 어둠에서 빛을 쫓아 그 길로 가는 것이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일상적으로 어둠 속에서 대화를 하고 있음에도 인식을 못했을 뿐인 것이다.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일 뿐이지만, 어둠을 통해 시각장애인을 짧게나마 이해해보도록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우리 또한 평상시에 어둠 속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는 것을 전달하고자 하는 게 ‘어둠 속의 대화’가 함축하고 있는 의미라고 본다.
관람 시간이 100분밖에 되지 않았지만 활자가 아닌 체험을 통해 이러한 느낌을 받았다는 점에서 그 어떤 인문학 서적을 정독한 것보다 더 충격적이었다는 것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후기를 작성하고 있는 지금도 <길 위의 인문학>이라는 프로그램의 이름은 정말로 잘 지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도 여러 도서관 프로그램에 참여할 것 같다는 강한 느낌을 받으면서, 도서관이란 책을 빌려 읽는 공간뿐만이 아니라 책에 있다고 흔히 생각하는 교훈을 직접 느낄 수 있는 장소라고 새롭게 정의 내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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