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수지 도서관 길위의 인문학3차 '갈매기' 연극을 관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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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희 15-10-30 15:00 조회525회 2015.10.30본문
길위의 인문학 3차
러시아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안톤 체호프의 작품인 ‘갈매기’를, 수지도서관에서 이현우 선생님의 설명과 분석을 진지하게 듣고,
아주 오랜만에 서울 대학로에 나가 연극‘갈매기‘를 보았다.
가을날, 간혹 비는 내리고,
마로니에 공원에는 장애인 주치의 법을 제정하라는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서울은 내가 살고 있는 용인과는 좀 다른, 많은 사람들과 각 사람들의 다양한 요구와 많은 극장들, 그리고 많은 차들로 북적이는 모습으로 좀 낯설지만 반갑고 설레는 곳이다.
‘갈매기’는 1895년 작으로 안톤 체호프가 극작가로 빛을 보게 된 작품으로 첫 공연에는 참담하게 실패했으나 나중에 모스크바예술극장에서 재공연 되어 대성공한다.
4막 구성으로, 긴박감이나 절정이 없어, 담담하고 밋밋하며, 결정적인 장면은 무대 뒤에서 총소리로 자살을 암시한다.
등장인물들은 대략 세 가지 유형의 인물 군으로 나오는데,
첫 유형은 주인공의 엄마인 왕년의 유명 여배우였던 아르카지나와 유명작가인 트레고린으로 이미 성공한 사람들로 현재는 삶에 대한 아무런 열정을 가지고 있지 못한 채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인물들이고,
다른 유형은 코스챠(트레플료프)를 짝사랑하다 포기하고 메드베젠코(교사)와 결혼하는 마샤와 코스챠의 외삼촌, 소린이 있는데, 마샤는 검은 옷을 입고 등장해서 “내 인생의 상복이에요” 라고 말할 만큼 이미 죽은 삶들이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끝나버린 인물들,
마지막 인물 군으로 주인공인 코스챠와 니나로,
꿈과 욕망을 갖고 있으며, 니나는 유명 배우가 되겠다는 강한 욕망을 가지고 있고, 코스차는 작가가 되고자 한다. 각각 장애를 만나, 좌절하고 어려움을 겪어내며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하면서 이 극은 끝난다. 코스챠는 니나에게 버림받고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니나는 사랑하는 트레고린에게 버림받으며, 아이를 유산하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삼류배우라 할지라도 꿋꿋하게 자신의 삶을 살겠다는 의지를 표현한다.
“나는 갈매기예요. 그게 아니라 나는 배우예요. 이제는 진짜 배우예요. 나는 즐겁게 환희를 느끼며 연기해요. 무대에 취해 나 자신을 아름답게 느끼죠. 매일매일 나의 정신력이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또 느껴요. 그리고 이제 알고 이해해요. 우리의 일에서 연기를 하건 글을 쓰건 마찬가지죠. 중요한 건 명예가 아니라~ 명성이 중요한 게 아니라 견뎌내는 능력이 중요해요. 나는 신념을 가지고 있어서 고통스럽지가 않아요. 나의 소명을 생각할 때면 인생이 두렵지가 않아요.”
니나의 대사가 인상 깊게 나의 가슴을 때렸다. ‘이거야~!’.
내가 나의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가 120년 전 러시아 페테르부르크 극장에서 울려퍼졌겠구나~ 하는 상념에 젖었다.
니나보다 더 휼륭하게 성공한 트레고린도 “ 내겐 의지라는 게 없어”, 공직자로 퇴직한 소린은 “난 생활이란 걸 해본 적이 없어”, 젊은 날에 이미 상복을 입고 다니는 마샤. 나이 오십에 벌써 늙어서 더 이상의 모험은 하지 않겠다는 의사선생도 있고, 현재에도 우리 주변에 널려 있는 인물들이다.
자신의 삶의 현장에서 겪을 수 밖에 없는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면서, 즐겁게 환희를 느끼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내서 실행하고 성취하면서 내적인 힘을 키워, 인생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즐기며 살아가길 바란다.
나 역시 서울 연극 나들이에 힘을 얻었고,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런 기회를 마련해주신 수지도서관에 감사합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