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남부도서관] 제1차 탐방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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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숙 15-10-15 16:25 조회552회 2015.10.15본문
소금길을 따라
-최상미-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울산박물관 도슨트로 활동하면서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울산소금이 유명했다는 걸 알았다.
대표적 염전이 세 곳이 있었으며, 맛까지 최고였다는 것을 알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한번 답사를 해봐야지 생각은하면서도 실천에 옮기지 못했는데,
남부도서관에서 길 위의 인문학으로 소금 길을 따라가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해서 신청을 했다.
드디어 6월11일, 마치 소풍가는 듯 들뜬 마음으로 남부도서관으로 향했다.
아기자기하게 간식을 정성스럽게 준비해주신 남부도서관 선생님의 손길에 고마움을 느끼며 버스에 올랐다.
인보리에서 조금 들어가니 착한사람들이 모여 산다는 선필마을이 있었다.
백운산이 보이는 하선필 마을입구에서 배성동선생님의 일정설명을 듣고, 간간히 떨어지는 빗방울이 초여름의 더위를 식혀주어 걷기에는 더없이 좋은 날씨라는 이야기를 하며 산길을 따라 나무와 식물 대한 설명도 들으며 가볍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박해를 피해 들어왔을 만큼 심심산골인 상선필로 가면서 오르막길에 접어드니 뒤로 처지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얀 석고 성모상이 보이는 아담한 선필공소에 들러 쉬면서 주위를 둘러보기도 하며 간단히 간식을 먹고, 상선필 마을 어르신의 안내를 받아 말구부리고개를 찾아 올라갔다. 얼마나 가파르기에 말이 굴러 넘어 진다는 말인가?
무거운 소금을 짊어지고 소금장수들이 걸었던 길을 걸어가 보면서 그들의 삶과 애환을 간접체험 해 보겠다는 야무진 생각은 말구부리고개를 넘어가며 만만한 일이 아님을 느꼈다. 빨갛게 익은 산딸기에 환호성을 지르며 잠시 거친 숨을 돌리기도 하였지만, 숨이 턱까지 차올랐고 땀으로 옷이 다 젖어 그야말로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게다가 고갯길이 숲으로 우거진 옛길과 시멘트로 만든 새로운 길이 있었는데, 두 부류로 나눠 가고 싶은 길로 가기로 하고 고개마루에서 만나기로 했지만 길이 엇갈리면서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완전 기진맥진이었다. 그래도 점심시간은 즐거운 것 각자 준비해온 도시락으로 옹기종기모여 먹고 있는 중에 빗방울이 점점 굵어졌다. 서둘러 정리를 하고 1회용 비옷을 입고, 물기 있는 내리막길을 걸으며
비 오는 날 소금장수의 마음이 어땠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름드리소나무와 호랑이가 나오기도 했으며 일제의 만행을 피했을 만큼 깊은 골짜기를 지나 태화강발원지 중의 한곳인 탑골샘 쪽으로 내려왔다. 물길 따라 내려가며 만나는 동네 이름 중에 기와를 구웠다는 내와 말고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첩첩산중에서 반기는 작은 마을사람들이 있기에 소금장수는 힘을 내지 않았을까? 호박소, 선녀탕 등 웅덩이가 있는 계곡을 따라 산기슭 오솔길을 한줄로 줄을 서서 나뭇가지를 들어주고 치워가며 한참을 걸어 나와 훤한 큰길을 보니 막바지라는 생각과 함께 광명을 찾은 듯 홀가분한 마음이 들었다. 복안저수지를 지나 미호리쪽으로 넘어오니 거짓말처럼 비는 그치고 있었다.
호박소에 발을 담그고 있는 뒷모습이 마치 소금장수부인이 힘든 여정에 배고픔도 잊고 아기에게 젖을 먹이고 있는 모습 같더라고 배성동선생님이 나중에 말씀을 해주셨는데, 너무 피곤해서 나도 모르게 가방을 끌어안고 넋을 잃고 있었나 보다.
소금장수의 아낙은 하루면 족하다고 생각하고 다시는 이런 험한 답사는 가지 않으리라 생각을 했었지만, 버스에 오르고 나니 고생 뒤에 낙이 온다고 했던가 희미하게 보이는 백운산을 비롯하여 아무 일 없는 듯 병풍처럼 펼쳐진 산들을 보며 완주했다는 뿌듯함이 모든 피로를 잊게 해주었다.
인류최초의 조미료가 소금이고, 전체 바닷물 중 3퍼센트의 소금이 생명의 원천인 바닷물을 썩지 않게 한다고 한다.
소금을 만들고 필요한사람에게까지 전달해주는 소금장수와 소금에 대해 다시 한 번 더 고마움을 느끼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이런 기회를 만들어 주신 남부도서관장님을 비롯 모든 직원 분들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