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도서관] 7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시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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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숙 15-10-13 09:24 조회427회 2015.10.13본문
< 7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시간여행 >
참가자 - 양지영
과거를 다시 재현하는 일. 그리고 어느 흔적의 꼬투리 부분을 잡고 떠나는 여행은 설레기 까지 한다. 우연한 기회에 해운대도서관에서 시행한 천전리 암각화 여행은 정보가 넘쳐나는 이 시대에 살면서 무엇보다 기록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관심을 가지고는 있었지만 기회가 닿지 않아 가보지 않았던 암각화. 지금으로 부터 7천 년 전의 시간으로의 여행이라면 감히 상상이나 할런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의 엄청난 시간 앞에 느낀 것은 바위에 새겨진 무수한 그림들의 흔적이었다.
언어가 없었던 시절, 문자로는 더욱 더 어려웠던 시절, 그들은 원시적인 자연그대로의 그림을 새기면서 후손들을 생각했을 것이다. 생각해보니 그것은 삶의 위대한 궤적이었다. 한 땀 한 땀 그려진 그림 안에는 그들의 생활방식과 기원과 삶에 대한 애착감으로 가득했다.
천전리 각석에서 암시하듯 살아가는 일들은 결국 잘 먹고, 잘 자고, 아프지않게 오래 사는 것 외엔 큰 바람은 없을 듯싶다. 그 생각은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도 확고하다.
그들은 동물들을 수렵하면서 더 많은 동물을 잡기위해서 고민 했을 것이고, 위험한 동물로 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태양을 숭배하고 자연물에 대해 감사함을 느꼈을 것이다. 이들에게 기원과 의식의 행위는 그들의 생활상을 반영하는 좋은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또한 후손을 번식하기 위해 고민했던 흔적들도 발견되었다.
암각화의 문양은 시대에 따라 쪼기와 갈기와 긋기의 변천사로 이어진다. 이들은 바위에 문양을 새기면서 그토록 염원했던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해보았다. 선생님의 여러 가지 말씀 중에 ‘어머니의 마음’이란 말이 유독 와 닿는다. 후손을 생각하는 어머니의 마음은 이제 다음으로 이어질 대곡리 암각화에서 절정을 이루고 있는 듯하다.
이제 각석은 오래된 시간의 흐름으로 점점 퇴화되고 있다. 이 각석은 해가 뜨는 순간은 볕이 들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그늘 속에 있다고 한다. 햇빛 속에 찬연히 드러난 그림을 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흐릿한 그림으로써 만족해야 한다니 아쉬울 따름이었다.
두 번째로 대곡리 암각화로 가는 길은 푸른 산책길이었다. 5월의 푸르름이 휘감긴 나뭇잎터널을 따라 올라가는 길은 마음까지 편안해 오는 길이었다.
김종희 선생님의 재미있는 강의도 강의였지만 대곡리 암각화에 그려진 많은 고래와 동물그림들은 상상력에 날개를 달 만큼 많은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대곡리 암각화는 선사시대의 생활양식을 담고 있었다.
육지동물과 해양 동물, 추상화된 사람의 모습까지 다양한 이야기는 선사시대 기억에서 가장 빛나는 업적인 것 같았다.
그들에게 먹을거리는 최대의 관심사 였을 것이고, 시간이 흐르면서 좀 더 나은 기술을 개발하고 사냥감을 향해 지략적으로 다가갔을 것이다.
그들은 이제 좀 더 섬세한 문양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를 바위에 새기기 시작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고래의 해체장면이었다. 그들은 14등분으로 나누면서 나눔의 방식을 알았을 것이고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질서를 익혔던 것 같았다.
석기시대엔 뾰족한 도구가 없을 때는 돌로 이용하다가 청동기로 교체되면서 작살이란 도구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작살은 사슴뼈(동물뼈)로 고래를 잡았다. 바위그림에는 다양한 고래그림들도 많았는데. 석기시대에 뛰어난 촬영장비도 없이 이런 고래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담았다는 점이 특이하게 다가왔다. 해초사이를 헤집고 다니는 고래. 새끼고래를 등에 업고 다니는 어미고래. 새끼고래의 호흡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업고 다닌다는 이야기는 경이로움 마저 들었다.
현장강의를 다 듣고 선생님은 왜 이곳에 바위그림을 그려놓았는지에 대한 질문이 던져졌다. 그것은 처마 밑에 튀어나는 돌에 비밀이 있다고 말씀하신다. 처마를 받혀주는 돌이 수많은 비바람으로 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고 하니 그들의 지혜가 놀라울 따름이었다.
특별한 교육이 없어도 그들은 바위의 그림을 통해서 우리 후손들에게 알리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그들에게 후손의 의미는 자자손손 대를 이어가는 미래였던 것이다. 결국 암각화는 이 시대 사람들의 삶의 배려와 지혜가 녹아있는 결정체인 것이었다. 7천년을 고스란히 견뎌온 암각화에 대해 경이로움마저 들은 것은 정보를 기록하려는 그들의 마음과 정성이 암각화에 고스란히 남아 현대를 살고있는 우리에게 또 다른 질문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 정신위에 우리가 있다.
이제 7천년의 시간은 암각화를 통해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위대한 울림을 주고있다. 이제 우리가 대답할 차례가 왔다.
현대사회는 정보의 홍수로 넘쳐나는 사회다. 돌로 그림을 그리던 시대에서 최첨단시대에 기술로 무장된 기록물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얼마나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새로운 정보에만 관심을 보일뿐이다.
사람들은 기억 속에서 살아간다. 현재라고 규정된 시간은 바로 과거가 되어버리고 그것은 곧바로 기억이라는 형태로 저장된다. 게다가 저장되는 기억은 우리가 겪은 일 중 지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이제 우리도 저들처럼 암각화에 그림을 그리듯 다가올 미래를 향해 기록하는 습관을 가져야 할 것이다. 개인의 자료가 결국 시대를 관통하는 다음세대의 자료가 될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끝으로 이런 기회를 마련해주신 해운대 도서관에 감사를 보내며 길 위의 인문학이 우리의 삶에 파고들어 파장을 일으킬 수 있도록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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