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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도서관] 이범선 단편소설 「오발탄」의 배경 「해방촌」 탐방 유감 -정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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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미 15-10-10 10:43 조회636회 2015.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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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도서관] 이범선 단편소설 「오발탄」의 배경 「해방촌」 탐방 유감 -정충남

◆ 이범선 단편소설 「오발탄」의 배경 「해방촌」 탐방 유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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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 이 : 「2015년 길 위의 인문학」 현장 탐방 참가자 정충남

지난 9월 19일(토) 내가 살고 있는 동네 강서도서관에서 마련한 “우리 동네 도서관에서 인문학을 만나다.”라는 취지의 인문학 프로그램인 [강서도서관 2015년 길 위의 인문학 4차 강연회와 현장 탐방]에 참석했다. 도서관이 지역주민을 위해 직접 만나는 기회를 제공, 인문학을 향유하게 함으로써 자신과 역사를 성찰하고 삶의 행복을 추구하는 데 기여하고 독서문화도 활성화 시키고자하는 게 본래 목적이다.

주제는 6?25전쟁 직후 전쟁의 아물지 않은 상처의 아픔을 드러낸 작품 이범선의 단편 소설 [오발탄]이다. 소설 속의 배경이였던 [전후 해방촌 이야기]를 주제로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박재인 교수가 작품의 줄거리와 배경을 설명하는 오전 강의에 이어 우후에는 실제 [오발탄]의 배경이였던 이태원 [해방촌] 일대 현장을 탐방하는 시간을 가졌다. 6?25 전쟁으로 북에서 남으로 피란하여 서울 남산기슭 해방촌 판잣집에서 살고 있는 고향이 이북인 월남가족 가장 송철호의 이야기가 소설의 줄거리다.

38선 때문에 고향에 돌아갈 수 없다고 말씀드려도 매일 고향으로 “가자! 가자!”를 되내며 전쟁통에 정신이상이 된 어머니와 만삭의 아내와 동생 철호 등 두 동생을 포함한 가족을 위해 희생하며 직장인으로 성실하게 살았지만 가난에서 헤어나지 못해 아내도 잃고 동생까지도 은행강도사건에 연루되어 감옥에 보내야 했던 처절한 자신을 오발탄이라고 생각했던 주인공 송철호가 극도의 혼란 상태로 내던져 버려져 결국은 삶을 방해하는 가난과 고통의 비정한 현실에 방향 감각을 잃고 헤메이다가 패배하고야 마는 뿌리뽑힌 자들의 비참한 모습과 전후 어두운 한국 사회의 구조를 고발한 작품이다.

이범선의 “오발탄’이 내게 관심과 흥미를 갖게 해준 내 개인적인 이유로 첫째는, 지난 2014년 2월 90세로 돌아가신 부친께서는 생전에 평소 책읽기를 좋아하셨는데, 아버님의 책읽기와 관련해서 내가 철이 들 무렵인 중고등학교 때 기억으로 특별히 남는 것은 형편이 어려웠던 시절이였는데도 아버님께서는 문학잡지 ”현대문학“ 만큼은 빼놓지 않고 구입해서 보셨다.

“오발탄”을 읽으시고는 어린 내게 작가 이범선은 정말 훌륭한 작가라고 말씀해 주셨던 것이 “오발탄”과 “이범선”에 대해 지금까지도 좋은 기억으로 오랫동안 남아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작가 이범선씨는 1920년생으로 내 아버님보다는 다섯 살 연하였지만 그분의 고향도 내 아버지와 같은 평안남도였기 때문에 아마도 더욱 마음이 가지 않았나 생각된다. 지금은 필자의 부모님께서 돌아가셨지만 두 분 고향이 모두 이북이시다.

둘째는, 필자의 해병대 장교 동기생 중에 대광중고등학교와 연세대를 졸업한 박영호라는 친구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로는 중고등학교 시절 선생님이셨던 이범선씨가 단편소설 “오발탄”을 집필 당시 당신이 아끼고 사랑하는 제자였던 박영호의 이름 “영호”를 주인공 철호의 동생 이름으로 지었다고 필자에게 자랑스럽게 얘기를 들려 준 적이 있다. 그래서 “오발탄”이 필자에게도 역시 자랑거리로 되어 자연히 친근한 감정으로 남아있는 계기가 되지않았나 싶다.

필자의 해병대 동기생 박영호의 아버님도 6?25전쟁때 서울에서 북한군에 강제납북되어, 어린 시절 서대문로타리 적십자병원 정문앞 노상에서 손수레 과일장사를 하시는 홀어머니를 도우면서 밤에는 제 또래 친구들에게 과외를 가르치며 열심히 공부하는 제자가 가엽기도했고 한편으로는 대견하기도 해서 스승 이범선 선생님은 특별히 그를 아껴주셨던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내 친구 “영호”의 어머님은 이북으로 끌려간 남편을 일생을 기다리시면서 혹시 살아서 돌아오시게 된다면 납북 전 함께 사시던 집을 제대로 찾지 못하실까봐 돌아가실 때까지도 서대문 영천동 집을 이사 한번 안 하시고 눈을 감으실 때까지 그곳에 사셨는데 영영 만나지 못한채로 돌아 가셨다.

이날 오후 해방촌 108계단을 오르면서 영화 장면처럼 지난 시간들이 오버랩되었다. 초등학교 3학년 소년이던 내가 6?25전쟁이 나던 그 해 12월 중공군이 물밀듯 남쪽으로 처내려올 그즈음 중공군 포로 심문을 위해 우리나라 국방부에 중국어통역 육군장교로 차출되어 입대하게된 아버지와의 갑작스런 이별, 내 어머님께서 남편과 생이별한채 두 아들과 시동생 둘까지 데리고 부산으로 피난가서 가족들의 생계때문에 난생 처음 국제시장에서 구제품 옷장사를 하시던 어머님과 그 어머님 앞에 마치「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 오달수와 똑같은 모습으로 육군대위 상이군인이 되어 한쪽 다리를 절며 우리 가족앞에 나타나셨던 내 아버지와의 극적인 다시 만남, 필자가 베트남전쟁에 청룡부대 소대장으로 참전했다가 1년만에 귀국할 때 그 매서운 겨울 추위에도 아랑곳 않고 홀로 부산항 제3부두에 편찮으신 몸으로 아들 마중하러 나와 계셨던 어머님 모습 등이 한편의 영화같이 같이 겹쳐서 나타났다 사라졌다가 또다시 나타나곤 했다.

어린 시절에 겪었던 [6?25전쟁]과 성인이 된 후 참전했던 [베트남전쟁]에서 뼈저리게 느꼈던 것은 결코 전쟁은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전쟁은 누구든 간에 가리지 않고 삶의 모든 것을 파괴한다. 전쟁은 우리의 삶을 뿌리채 뽑아 버리고 아주 작지만 우리의 소중한 모든 것들을 앗아가 버리고 아예 산산히 흩어져 없애 버린다. 전쟁으로 잃어버린 삶이 우리에게는 얼마나 소중했던 것인지를 “오발탄”의 해방촌 탐방에서 다시 한번 깨닫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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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범선 단편소설 [오발탄]의 배경 현장이였던 서울 남산 기슭 옛 해방촌 판잣집 동네 예배당 골목 앞에서의 안내자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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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범선 단편소설 [오발탄]의 배경 현장이였던 서울 남산 기슭 옛 해방촌 판잣집 동네 108계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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