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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도서관]길 위에서 옛사람을 만나다 -함양의 서원과 누정 탐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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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경 15-10-01 12:45 조회725회 2015.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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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도서관]길 위에서 옛사람을 만나다 -함양의 서원과 누정 탐방기-

길위의 인문학은 도서관 수업 중 내가 제일 좋아하고 고마워하는 수업이다.

덕분에 수준 높은 강의도 듣고, 청명한 가을 날 교수님의 멋진 해설과 함께하는 답사까지!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올해는 '경남의 옛 시와 한국적 휴머니즘'이란 제목답게 경남의 역사적 인물과 시를 함께 접할 수 있어서 더 좋았다.

특히 주세붕 하면 소수서원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가 애민사상을 가진 목민관으로서 '백성도 사람이다'라는 인식을 했고, 그래서 그의 시에 '사람 사람마다'라는 표현을 썼다는 점, 성현의 말씀을 한글로 적어서,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했고, 사람은 누구나 교육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점 등이 새롭게 다가왔다. 그래서 시간을 내서 그를 모셨다는 칠원의 덕연서원과 무산서당을 둘러보고 싶다.

답사는 함양의 서원과 누정을 둘러보는 일정으로 진행됐다.

가는 길, 버스가 지나는 곳마다 주변의 역사와 인물을 소개해주시는 장성진 교수님의 이야기는 감동적이었다.

그동안 무심코 지나다니던 길이었는데 이제야 눈을 뜬 느낌이랄까?

드디어 도착한 곳은 함양 남계서원. 일두 정여창을 모신 곳이었다.

명종 때 편액을 받은 사액서원이라고 하는데 그 규모에 놀랐고, 관리가 잘 되고 있다는 점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옛날 그곳 선비들이 공부를 했던 강당과 그들이 앉아 시를 지었을 법한 풍영루, 그리고 그곳 하인들이 관리했음직한 서원전에는 지금도 수수, 목화, 조 등 각종 곡식들이 풍성하게 자라고 있어서 좋았다.

남계서원에서는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되었다.

먼저 사액서원임을 알 수 있는 현판 글씨. 한자를 한자한자 짚어가며 '아~!!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리고 풍영루에서 본 게 그림. '선비는 가끔 흔들 릴 수도 있다. 그것이 멋이다. 그러나 그 속에 갑을 향한 숨길 수 없는 욕망도 들어있다'는 교수님의 설명에 살짝 웃음이 나왔다. 재치있는 그림이다.

남계서원 바로 옆에는 탁영 김일손을 모신 청계서원이 있었다. 약간은 소박했다.

정여창과 김일손은 모두 이곳에서 조용히 독서를 하며 지낸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럴 수 있을만큼 지금도 조용한 곳이다, 그런데 두 분다 무오사화 때 처형되셨다. 역사는 가끔 괜찮은 인물에 가혹할 때가 있다. 그래서 안타깝다.  

서원을 나와 화양계곡으로 향했다. 조선시대 박명원이란 분이 달을 희롱했다는  농월정 아래에서 점심을 먹고, 그 계속을 쭉 따라 올라가며 동호정과 군자정, 거연정을 둘러 보았다.

동호정에서 보았던 공자의 일대기 그림은 교수님의 재미있는 설명과 함께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정여창을 기려서 지었다는 소박한 군자정, 화림공 전시서가 지었다는 거연정은 그 풍경이 정말 아름다웠다. 정자 내부에는 어디든 시가 빼곡했는데, 절로 시가 나올 법한 경관이었다.

덕분에 함양의 깊은 곳까지 찾아가 옛사람들이 노닐 던 곳에서 그들의 삶을 살짝 들여다보고 온 느낌이다.

그들의 풍류를 감히 따라할 수는 없지만 조금은 여유롭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주신 성산도서관과 그 시간을 더욱 값지게 해 주신 장성진 교수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또 가슴 설레며 내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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