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홀도서관] 역사의 섬, 강화에서 시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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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15-09-22 16:07 조회671회 2015.09.22본문
? 강화로 향하는 날, 하늘은 방금 세수를 마친듯 맑았다. 사람 사는 어느 곳이나 옛 이야기 남아있다지만 강화는 유난히도 아픔을 견딘 흔적이 많은 섬이다. 탐방은 준비하고 익힌 만큼 보이기마련이다. 전날 이태희 교수님은 강화를 배경으로 쓰여진 문학작품의 역사적 의미를 가르치셨다. 배운 만큼 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덩달아 설렘도 컸다.
고려궁지에 첫 발을 디뎠다. 400년 수령을 뽐내는 회화나무가 몽골 침략을 피해 39년의 고려궁터가 된 이 곳을 우람히 굽어보고있었다. 궁지 중앙에 위치한 외규장각에는 병인양요 때 수탈당한 후 환수된 의궤며 왕실관련 서적이 잘 보관 되어있었다. 근처 오래된 한옥성당의 십자가가 역사의 아픔을 어루만지는듯 보였다.
근처 강화문학관에는 여러 역사적 사건 속에서 빛났던 지조있는 선비와 문인들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었다. 고려 이규보는 몽골군을 조롱하고 강화천도후의 자신감을 드러낸「오랑캐 병사가 강화 밖에 주둔 했다하니 백성이 놀라지 않을 수 없어 시로 풀어보다」라는 글을 남겼다. 또한 병인양요 당시 치욕을 자살로 항변한 이시원의 손자 이건창은 「강화를 운자로 하여」라는 글에서 강화가 참성단이 있는 단군의 성지이며 연개소문의 고장임을 노래했다. 세기를 뛰어넘어 느끼는 울림이 사뭇 컸다.
몇 걸음 옮겨 철종의 생가인 용흥궁에 갔다. 힘 없는 임금으로 살다간 철종의 고단한 삶을 떠올려 보았다. 어쩌면 갑남을녀로 사는게 더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했다. 철종의 외가 역시 검박한 모습으로 남아 있었다.
일행은 작은 숲과 논을 바라보는 이규보 묘역으로 발길을 옮겼다. 한가하게 방아깨비들만이 놀고 있었지만 그의 기개만은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시원과 그의 손자 이건창이 묻힌 생가에는 깊은 우물물이 그 분들의 맑은 정신인양 고여 있었다.
한서린 임금과 어지러운 나라를 마음 아파했던 기개높은 관료와 문인이 살다 가신 강화를 돌아보며 가을 하늘에 그 분들의 충정이 푸르게 살아나는것 같았다. 외세의 침략에 흔들렸으되 항상 앞날을 도모했을 앞서가신 분들의 정신은 탐방객의 한 사람을 숙연하게했다. 맛있게 먹었던 묵밥도 챙겨 먹고 강화를 더 알아보기 위해 또 다른 탐방을 계획해 보고싶다. 얼마 남지 않은 추석 명절 탓으로 막힌 길은 집으로 돌아 오는 발목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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