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도서관] 탑으로 보는 미술사적 의미-촉촉한 초가을의 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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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혜 15-09-21 00:40 조회641회 2015.09.21본문
촉촉한 초가을의 경주.?
어스름한 안개 속에 빠져있다 돌아온 이 느낌을 고스란히 전할 수 있을는지.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황룡사 코스모스 밭의 가을빛깔과 그곳을 둘러싸고 있던 산, 자욱한 안개들이 그 날의 아름다움에 한몫을 차지했다. 매번 분황사탑만 보고 돌아갔었는데, 이런 길이 있었다니! 오랜만에 탄식했다. 황룡사 절터의 주춧돌 중심에 서서 한 바퀴를 빙 돌아보니 내가 이천년 전 경주에 있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더욱이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나니, 직사각형 모양으로 잘 정렬된 수많은 집들이 빼곡히 이 사이를 메우고 있고, 사람들이 그 길을 걷고 있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 중심에서 우뚝 솟아있는 황룡사9층탑의 아름답고 거대한 자태. 아! 정말 이 탑이 빨리 재현되어서 이 아름다움을 많은 사람들이 느꼈으면 좋겠다.
그리고, 또 한 곳의 발견! 탑곡마애불상군. 이곳으로 가는 길이 무척 정겹다. 작은 마을은 평온하고 작은 개울 사이로 밤나무, 탱자나무 열매들이 주렁주렁, 이름 모를 분홍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길. 고슴도치 새끼 같던 작은 밤송이들이 입을 벌리고 환영해주는 멋진 길이었다. 그렇게 산길을 조금 걸어가면, 탑곡마애7층탑이 새겨진 거대한 돌을 볼 수 있다. 그 돌에는 4면 모두 불상과 탑, 사자 등이 새겨져있었는데 옛날에는 장비도 부족했을 터인데, 정말이지 석공들의 노력에 감탄하였다.
초록이 무성했던 산골 깊은 곳에 진중하게 서 있던 장항리탑과 우리들만이 볼 수 있었던 나무 속 사이로 보이는 감은사지탑은 정형진 선생님이기에 가능했던 탐사의 멋진 묘미였다.
탑이 주제였지만, 이 탐방을 통해 길들이 다시 보였다. 정말이지 내가 걷고 있는 이 길 위에서 인문학을 찾으려는 노력을 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경주에서 탑으로 향하는 길 위에서 느꼈던 진정한 길 위의 인문학의 느낌을 고스란히 일상생활 속에 녹여 살아가자. 그리하여 어디를 가든 그곳의 역사가 궁금해지고, 그로 인해 현재의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궁금해지고 그리하여 사람을 알아가면서 또 사랑하면서 가슴 따뜻하게 살아가야지. 다짐해본다.
이것이 길 위의 인문학의 힘이리라.
졍형진선생님은 경주에서 30년 살면서 이곳저곳 스스로 발로 뛰며 역사를 탐구하셨다. ‘제 머릿속에는 역사속 사람들이 함께 살아요. 그래서 머릿속에 심심하지 않죠.’ 많은 곳을 보고 그곳에 대한 공부를 하고 그것들 간의 연관성을 찾으려는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과 같은 방대한 역사적 지식을 정립할 수 있었겠지? 머릿속 지식을 한꺼번에 여러 권의 책으로 쏟아 내셨는데, 진정 뇌에 주름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정말 그것을 전심으로 사랑해야 하는구나.
30년을 백수로 살아왔다고 강조하시면서, 마지막 인사에 이런 말씀을 하셨다.
비교하지 말자. 내 삶을 살자.
진정 그러한 삶을 살아 온 사람만이 주장할 수 있는 선생님의 삶에 녹아 든 말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이것은 이번 탐방의 숙제로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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