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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군립도서관] 여성작가 최명희가 쌓아 올린 각고의 산물들 1차 탐방 후기-김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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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9-03 22:24 조회582회 2015.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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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군립도서관] 여성작가 최명희가 쌓아 올린 각고의 산물들 1차 탐방 후기-김귀영
‘혼불’

-최명희 문학기행  (김귀영)



 

나는 원고를 쓸 때면
손가락으로 바위를 뚫어
글씨를 새기는 것만 같다.

날렵한 끌이나
기능 좋은 쇠붙이를 가지지 못한 나는
그저!!

온 마음을 사무치게 갈아서
생애를 기울여,
한마디 한마디 파나가는 것이다.

세월이가고, 시대가 바뀌어도, 풍화 마모되지 않는 모국어 몇 모금을 그 자리에, 고이게 할 수만 있다면, 그리하여 우리 정신의 기둥하나 세울 수 있다면...(작가의 글 중에서)  

 

? 

 

 

 

전주 한옥마을 속에 아담하게 자리한 ‘최명희 문학관’에서 그분의 글과 말씀들을 지그시 눈을 감고 마음

에 담았다. 마치 수도자의 삶처럼 처절하게, 손가락으로 바위를 뚫어 글씨를 새기듯, 온 마음을 사무치게 갈아 파나가듯 글을 쓰셨다는 그분의 삶에 놀라울 뿐이다. <열린순창>에 부끄러운 글을 내면서도, 막상 지면을 대하면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 왜인지 이제야 정신이 번쩍 든다. 글을 써서 세상에 보내는 일!! 민낯을 여과 없이 대중에게 보이는 일이 어찌 쉬우랴!!


각고의 세월 속에 혼신의 힘을 다해 글을 쓰셨던 수많은 분들! 그리하여 보석처럼 영롱한 작품들을 내놓으신 이면에는 말할 수 없는 인고의 세월이 있었으리라!!
혼불! 암울하고 어두웠던 1930년대! 국권을 잃고 처참하게 부서지고, 상처받고, 고뇌하고, 몸부림치며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전라도 남원의 유서 깊은 문중 매안이씨 가문에서 무너지는 종가를 지키며 치열한 삶을 살았던 종부(宗婦) 3대 청암부인, 율촌댁, 효원을 중심으로 쓰인 이야기다. 식민시대! 근대사의 격랑 속에서 서러운 삶을 살았던 거멍굴 사람들의 이야기가 씨줄 날줄로 얽혀져 있다. 이후 소설의 무대는 만주로 전개되어 그곳 조선인들의 삶과 강탈당한 민족혼의 회복을 위한 투혼이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작가는 17년이라는 긴 세월을 혼불 하나의 작품에 매진하며 죽음보다 더한 고통으로 혼불을 탄생시켜 풀뿌리 민중들의 숨결과 삶의 결을 드러낸 것이다.
지난 2주간에 걸쳐 ‘길위의 인문학’이라는 주제로 군립도서관에서 진행한 문학기행에 보람 있는 여정을 가졌다. 수고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순창문협의 노고에 더욱 감사드린다. 애쓰신 분들은 따로 있는데 무임승차한 기분으로 즐겼으니 송구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순창지역신문 열린 순창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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