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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때의 가슴 아픈 짝사랑/ 서원동 글] 청마 선생의 마음과 그 여학생에게 거의 매일이다시피 편지를 보내는 내 마음이 일치한다는 것을 느끼게 만든 이 시는...
2017.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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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때의 가슴 아픈 짝사랑/ 서원동 글] 청마 선생의 마음과 그 여학생에게 거의 매일이다시피 편지를 보내는 내 마음이 일치한다는 것을 느끼게 만든 이 시는...

[사춘기 때의 가슴 아픈 짝사랑]

 

첫 연에서부터 이영도 여사를 그리워하며 편지를 써 보낸

청마 선생의 마음과 그 여학생에게 거의 매일이다시피

편지를 보내는 내 마음이 일치한다는 것을 느끼게 만든

이 시는 한동안 나의 유일한 애송시가 되었다.

 

문학사상사(2001.7.25. 초판), 나를 매혹시킨 한 편의 시》④

[유치환, <행복>서원동 사춘기 때의 가슴 아픈 짝사랑’ 125쪽에서]

 

 

 

    

<행복>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