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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과 서사의 파격/ 조동일 글] 모든 집착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 시 전체에서 말하고자 한 바이다
2017.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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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과 서사의 파격/ 조동일 글] 모든 집착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 시 전체에서 말하고자 한 바이다

[서정과 서사의 파격]

 

우리가 어떤 교리나 지식에

머무르려고 하면 뜻하는 바를 알지 못한다.

모든 집착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

시 전체에서 말하고자 한 바이다.

 

문학사상사(1999.10.15. 초판), 나를 매혹시킨 한 편의 시》③

[마츠라브, <불타오르는 방랑자, 수피 수도사의 일와화 시편>중에서 조동일 서정과 서사의 파격’ 137쪽에서]

 

 

 

 

불타오르는 방랑자, 수피 수도사의 일화와 시편 중에서 

마츠라브

 

나는 미치광이 방외인(方外人), 초원에도 사막에도 머무를 곳이 없다.

내 마음은 이 세상 어디에도 자기 자리가 없어 급류로 흘러가는 빛나는 강이다.

 

나에게 삶의 규칙, 삶의 방도, 삶의 진리가 있다.

나는 술탄처럼 강력하지만, 천상에도 머무를 곳이 없다.

 

아브라함은 나의 지팡이이고, 넴로드의 불꽃은 나의 사다리이다.

나는 진실의 진주이지만, 그 흐름에도 머무를 곳이 없다.

 

나는 카바로 가지 않는다. 검은 돌을 둘러싸고 있는 모스크에도 머무를 곳이 없는 나는 진리를 찾는 방랑자.

때로는 수도자, 때로는 제왕, 때로는 걸인인 나는 엉뚱한 방랑자, 최후의 심판에도 머무를 곳이 없다.

 

황홀한 곳에 이르러, 나는 때로는 내 안에, 때로는 내 밖에 있다.

미친 짓을 하는 길에서 취해, 나는 예의도덕에도 머무를 곳이 없다.

 

때로는 러시아인, 때로는 체르케스인, 때로는 무슬림인

나는 왜 고집을 부리겠는가, ‘사이에도 머무를 곳이 없다.

 

나는 가여운 사람, 노예 신세인 마츠라브

나는 이 세상에도 저 세상에도 머무를 곳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