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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사랑, 한복 사랑의 대물림/ 이영희 글] 시인의 일생은... 아버지의 이야기였다
2017.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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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사랑, 한복 사랑의 대물림/ 이영희 글] 시인의 일생은... 아버지의 이야기였다

[나라 사랑, 한복 사랑의 대물림]

 

선생님이 들려주신 그의 시와

시인의 일생은

나에게는 그대로 나의 아버지의 시요,

아버지의 이야기였다.

 

 

문학사상사(1999.10.15. 초판), 나를 매혹시킨 한 편의 시》③

[이상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영희 나라 사랑, 한복 사랑의 대물림’ 129쪽에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지금은 남의 땅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나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끄을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가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매던 그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찐 젖가슴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팔목이 시도록 매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우스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잡혔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