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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되어 만날 사람은 어디에/ 황주리 글] 우리의 적은 저 끊어지지 않는 희망과 매일 밤 고쳐 꾸는 꿈과 불사의 길이었으며...
2017.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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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되어 만날 사람은 어디에/ 황주리 글] 우리의 적은 저 끊어지지 않는 희망과 매일 밤 고쳐 꾸는 꿈과 불사의 길이었으며...
[물이 되어 만날 사람은 어디에]
우리의 적은 저 끊어지지 않는 희망과
매일 밤 고쳐 꾸는 꿈과 불사의 길이었으며,
그리고 우리는 이제 그 적으로 인해 살아 있음을 안다.
문학사상사(1999.10.15. 초판), 《나를 매혹시킨 한 편의 시》③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황주리 ‘물이 되어 만날 사람은 어디에’ 97쪽에서]
우리가 물이 되어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만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인적 그친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