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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시/ 조경철 글] 암을 통해 소중한 사랑을 알게 되어 오히려 자신을 괴롭히는 암에게 감사하고 있다 하니...
2017.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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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두 사람의 시/ 조경철 글] 암을 통해 소중한 사랑을 알게 되어 오히려 자신을 괴롭히는 암에게 감사하고 있다 하니...

[두 사람의 시]

 

암을 통해 소중한 사랑을 알게 되어

오히려 자신을 괴롭히는 암에게 감사하고 있다 하니,

그런 젊은 나이에 생사를 도통한 태도가

몹시도 감탄스러웠다.

 

문학사상사(1999.10.15. 초판), 나를 매혹시킨 한 편의 시》③

[이은상, <기원> 길은정, <사랑3>/ 조경철 두 사람의 시’/ 55쪽에서]

 

 

 

 

기원

              이은상

 

 

푸른 동해 가에

푸른 민족이 살고 있다

태양같이 다시 솟는

영원한 불사신이다

고난을

박차고 일어서라

빛나는 내일이 증언하리라

 

산 첩첩 물 겹겹

아름답다 내 나라여

자유와 정의와 사랑 위에

오래거라 내 역사여

가슴에 손 얹고 비는 말씀

이 겨레 잘 살게 하옵소서

 

눈부신 해와 달과 별들과

비와 이슬, , 서리, 구름과 안개

저 올망졸망한 산들과 강과 바다

너무도 화려한 천지창조

창조의

거룩하고 신비한 뜻을

누가 감히 어길 것이랴

 

여기 벌 한 마리, 나비 한 쌍

세상 돌아가는 일 아랑곳 없이

정성껏 꽃가루를 빨고 있다

얼마나 순결한 세계냐

이것이 신의 참뜻이다 평화다

우리 원하는 것 바로 이것이다

 

영생도 멸망도 제가 짓는 것

낙원도 지오고 제가 짓는 것

화약고(火藥庫)에 불을 지르기 전에

인간의 본성, 본연으로 돌아가자

! 세계여

더러운 진흙 속에서

연꽃처럼 피어 오르라

 

 

 

사랑 3

              길은정

 

감정이 이성을 이기고

욕망이 양심을 이기고

몰상식이 상식을 이겨도

부끄럽지 않은 승부

 

    

<* 암과의 동거>

                     길은정

 

싸울 줄 몰라서가 아닙니다

지는 게 두려워서도 아니랍니다

초대하지 않아도

내게 온 방문객인 걸

 

반갑진 않았지만

밉지도 않습니다

올 만해서 왔겠으니

저대로 있다

갈 때 되면 가겠지요

 

그와 함께 살다 보니

어느새 훌쩍

마음이 환해집니다

탐욕에 가려 안 보이던

사랑이 보입니다

 

밑지는 장사는 아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