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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시]
암을 통해 소중한 사랑을 알게 되어
오히려 자신을 괴롭히는 암에게 감사하고 있다 하니,
그런 젊은 나이에 생사를 도통한 태도가
몹시도 감탄스러웠다.
문학사상사(1999.10.15. 초판), 《나를 매혹시킨 한 편의 시》③
[이은상, <기원> |길은정, <사랑3>/ 조경철 ‘두 사람의 시’/ 55쪽에서]
기원
이은상
푸른 동해 가에
푸른 민족이 살고 있다
태양같이 다시 솟는
영원한 불사신이다
고난을
박차고 일어서라
빛나는 내일이 증언하리라
산 첩첩 물 겹겹
아름답다 내 나라여
자유와 정의와 사랑 위에
오래거라 내 역사여
가슴에 손 얹고 비는 말씀
이 겨레 잘 살게 하옵소서
눈부신 해와 달과 별들과
비와 이슬, 눈, 서리, 구름과 안개
저 올망졸망한 산들과 강과 바다
너무도 화려한 천지창조
창조의
거룩하고 신비한 뜻을
누가 감히 어길 것이랴
여기 벌 한 마리, 나비 한 쌍
세상 돌아가는 일 아랑곳 없이
정성껏 꽃가루를 빨고 있다
얼마나 순결한 세계냐
이것이 신의 참뜻이다 평화다
우리 원하는 것 바로 이것이다
영생도 멸망도 제가 짓는 것
낙원도 지오고 제가 짓는 것
화약고(火藥庫)에 불을 지르기 전에
인간의 본성, 본연으로 돌아가자
아! 세계여
더러운 진흙 속에서
연꽃처럼 피어 오르라
사랑 3
길은정
감정이 이성을 이기고
욕망이 양심을 이기고
몰상식이 상식을 이겨도
부끄럽지 않은 승부
<* 암과의 동거>
길은정
싸울 줄 몰라서가 아닙니다
지는 게 두려워서도 아니랍니다
초대하지 않아도
내게 온 방문객인 걸
반갑진 않았지만
밉지도 않습니다
올 만해서 왔겠으니
저대로 있다
갈 때 되면 가겠지요
그와 함께 살다 보니
어느새 훌쩍
마음이 환해집니다
탐욕에 가려 안 보이던
사랑이 보입니다
밑지는 장사는 아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