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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셸리의 목소리를 들었다/ 안정효 글] 우상이 무너진 폐허의 주변에는 무엇이 남았는가?
2017.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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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셸리의 목소리를 들었다/ 안정효 글] 우상이 무너진 폐허의 주변에는 무엇이 남았는가?
[나는 셸리의 목소리를 들었다]
주변에는 아무것도, 오지만디아스가 이룩한
아무런 업적의 자치도 남지를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우상이 무너진
폐허의 주변에는 무엇이 남았는가?
문학사상사(1999.10.15. 초판), 《나를 매혹시킨 한 편의 시》③
[P.B. 셸리|<오지만디아스>/ 안정효 ‘나는 셸리의 목소리를 들었다’/ 35쪽에서]
오지만디아스
P.B. 셸리
옛땅에서 찾아온 나그네를 만나 얘기를 들어 보니,
사막에 세워 놓은 석상이 몸뚱어리는 없어지고
거대한 두 개의 다리만 남았다고 했다.
근처에는 산산조각 부서진 석상의 얼굴이
반쯤 모래 밑에 묻혔는데, 험상궂은 표정과
꽉 다문 입술, 차가운 위엄이 담긴 비웃음을 보니
그러한 감정을 조각가가 훌륭한 솜씨로 담아 내어
생명이 없는 돌덩이에 새겨진 격렬한 감정은
그것을 조롱한 손이나 경배를 드렸을 마음을 이겨냈고,
대좌(臺座)에는 이런 글이 적혔노라고 했다.
“내 이름은 오지만디아스, 왕 중의 왕이니,
위대한 자여, 내 업적을 둘러보고 절망하라.”
그것만이 남았다. 거대한 몰락의 폐허 주변에는
끝도 없이 황량하게 쓸쓸하고 헐벗은 모래밭이
멀리멀리 뻗어나가기만 했더란다.
* T.S.엘리엇은 시를 번역한다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말했지만, 그래도 셸리의 <오지만디아스>를 우리말로 옮겨 본다면 아마도 이와 비슷한 내용이 되지 않을까 싶다 - 필자 안정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