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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칠 듯이 바다가 그립다/ 이숙영 글] 사는 일이 힘들어질 때 와락 바다로 뛰어가고 싶어진다
2017.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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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칠 듯이 바다가 그립다/ 이숙영 글] 사는 일이 힘들어질 때 와락 바다로 뛰어가고 싶어진다

[미칠 듯이 바다가 그립다]

 

인생에 대해 아직도 덜 성숙했음인지,

산보다 바다가 좋은 나는 사람에 대해 무너질 때

그리고 사는 일이 힘들어질 때

와락 바다로 뛰어가고 싶어진다.

 

문학사상사(1999.5.20. 초판), 나를 매혹시킨 한 편의 시》 ②

[문병란<바다가 내게>/ 이숙영 미칠 듯이 바다가 그립다’/ 173쪽에서]

 

 

 

 

바다가 내게

                       문병란

 

내 생의 고독한 정오에

세 번째의 절망을 만났을 때

나는 남몰래 바닷가에 갔다.

 

아무도 없는 겨울의 빈 바닷가

머리 풀고 흐느껴 우는

안타까운 파도의 울음소리

인간은 왜 비루하고 외로운 것인가.

 

사랑하는 사람을 울려야 하고

마침내 못다한 가슴을 안고

우리는 왜 서로 헤어져야 하는가.

 

작은 몸뚱이 하나 감출 수 없는

어느 절벽 끝에 서면

인간은 외로운 고아.

 

바다는 모로 누워

잠들지 못하는 가슴을 안고

한밤내 운다.

 

너를 울린 곡절도, 사랑의 업보도

한데 섞어 눈물 지으면

만남의 기쁨도

이별의 아픔도

허허 몰아쳐 웃어 버리는 바다.

 

사랑은 고도에 깜박이는 등불로

조용히 흔들리다

조개껍질 속에 고이는

한줌 노을 같은 종언인가.

 

몸뚱이보다 무거운 절망을 안고

어느 절벽 끝에 서면

내 가슴속에 돌아와

허옇게 부서져 가는 파도소리.

 

사랑하라 사랑하라

아직은 뜨겁게 포옹하라

바다는 내게 속삭이며

마지막까지 구석까지 채우고 싶어

출렁이며 출렁이며 밀려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