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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속을 깊숙이, 흙 속으로 열며/ 백미혜 글] 나는, 이 결함을 극복하기 위한 시적 방법론을 찾아 헤맸다.
2017.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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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속을 깊숙이, 흙 속으로 열며/ 백미혜 글] 나는, 이 결함을 극복하기 위한 시적 방법론을 찾아 헤맸다.

[투명한 속을 깊숙이, 흙 속으로 열며]

 

정서적 허약함을 부끄러워하면서도

시인이 되고 싶었던 나는, 이 결함을

극복하기 위한 시적 방법론을 찾아 헤맸다.

 

문학사상사(1999.5.20. 초판), 나를 매혹시킨 한 편의 시》 ②

[이하석<투명한 속>/ 백미혜 투명한 속을 깊숙이, 흙 속으로 열며’/ 155쪽에서]

 

 

 

 

투명한 속

                                   이하석

 

유리 부스러기 속으로 찬란한, 선명하고 쓸쓸한

고요한 남빛 그림자 어려 온다. 먼지와 녹물로

얼룩진 땅, 쇠조각들 숨은 채 더러는 이리저리 굴러다닐 때,

버려진 아무것도 더 이상 켕기지 않을 때.

유리 부스러기 흙 속에 깃들어 더욱 투명해지고

더 많은 것들 제 속에 품어 비출 때,

찬란한 선명하고 쓸쓸한, 고요한 남빛 그림자는

확실히 비쳐 온다.

 

껌종이와 신문지와 비닐의 골짜기,

연탄재 헤치고 봄은 솟아 더욱 확실하게 피어나

제비꽃은 유리 속이든 하늘 속이든 바위 속이든

비쳐 들어간다. 비로소 쇠조각들까지

스스로의 속을 더욱 깊숙이 흙 속으로 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