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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의 공간을 가르는 생명의 노래/ 김해성 글] ‘말없음’의 역설까지 느껴지는 시가 바로 이 <광야>가 아닐까
2017.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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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의 공간을 가르는 생명의 노래/ 김해성 글] ‘말없음’의 역설까지 느껴지는 시가 바로 이 <광야>가 아닐까

[태초의 공간을 가르는 생명의 노래]

 

그림은 말없는 시요,

시는 말없는 그림이다말없음의 역설까지

느껴지는 시가 바로 이 <광야>가 아닐까.

 

문학사상사(1999.5.20. 초판), 나를 매혹시킨 한 편의 시》 ②

[이육사<광야>/ 김해성 태초의 공간을 가르는 생명의 노래’/ 147쪽에서]

 

 

 

 

 

광야(廣野)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나리고

매화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