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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아내/ 문순옥 글] 아내를 천상병 씨만큼 사랑했던 사람은 없을 거라는 이 하나만으로 행복한 아내였다고 생각합니다
2017.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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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시인의 아내/ 문순옥 글] 아내를 천상병 씨만큼 사랑했던 사람은 없을 거라는 이 하나만으로 행복한 아내였다고 생각합니다

[시인의 아내]

 

비록 가난했지만 참사랑이

무엇이었는지도 알았고

아내를 천상병 씨만큼 사랑했던 사람은

없을 거라는 이 하나만으로

행복한 아내였다고 생각합니다.

 

문학사상사(1999.5.20. 초판), 나를 매혹시킨 한 편의 시》 ②

[천상병<그 날은>/ 문순옥 시인의 아내’/ 77쪽에서]

 

 

 

그 날은

 

          천상병

 

이젠 몇 년이었는가

아이롱 밑 와이샤쓰같이

당한 그 날은 ……

 

이젠 몇 년이었는가

무서운 집 뒷창가에 여름 곤충 한 마리

땀흘리는 나에게 악수를 청한 그 날은 ……

 

내 살과 뼈는 알고 있다.

진실과 고통

그 어느 쪽이 강자인가를 ……

 

내 마음 하늘

한편 가에서

새는 소스라치게 날개 편다.

 

 

* <나의 가난은> 

 

                                천상병 

 

오늘 아침을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는 것은

한 잔 커피와 갑 속의 두둑한 담배,

해장을 하고도 버스값이 남았다는 것.

 

오늘 아침을 다소 서럽다고 생각는 것은

잔돈 몇 푼에 조금도 부족이 없어도

내일 아침 일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난은 내 직업이지만

비쳐 오는 이 햇빛에 떳떳할 수가 있는 것은

이 햇빛에도 예금통장은 없을 테니까……

 

나의 과거와 미래

사랑하는 내 아들딸들아,

내 무덤가 무성한 풀섶으로 때론 와서

괴로웠음 그런대로 산 인생 여기 잠들다.라고.

씽씽 바람 불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