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사례집
공지
[자서전 쓰기 모음집]나에게 인생을 묻는다. - 일대기:인생-사계 - 가을 : 1
2017.02.22
1,185

본문

[자서전 쓰기 모음집]나에게 인생을 묻는다. - 일대기:인생-사계 - 가을 : 1
Ⅰ. 일대기 : 인생-사계(四季)


회피avoid 하지 않으면
해피happy 해진다
송은섭 | 강서구립우장산숲속도서관_서울


전반전이 끝나고 나를 분석하다
내 인생의 전/후반전은 지금 아내를 만나기전과 지금 아내를 만난 이
후로 구분되어진다. 전반전에서 나는 위기에 대처하는 법을 제대로 몰랐
다. 그러나 시련의 3년은 철저하게 나를 분석하는 시간을 제공해주었고
더불어 현명하고 지혜로운 아내를 만나서 새로운 인생의 장을 열수 있었
다.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는가를 결정하는 것은 그 사람의 성격
이라고 한다. 그래서 어떤 현상에 대해서 자신만의 반응양식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러한 자신만의 반응양식은 일정한 일관성을 유지하게 되는데
그것을 보고 우리는 그 사람의 ‘성격이 어떻다’라고 하는 것이다. 인생의
위기에 지혜롭게 대처하는 방법을 찾으려면 우선 ‘나는 어떤 사람인가?’
를 먼저 알아야 한다. 그리고 두 번째로 어 린 시절부터 반복되어 표현되
거나 만들어지는 ‘상황패턴은 무엇인가?’를 분석해야 한다. 이는 한 사람
의 성격과 행동양식을 계속해서 되풀이되는 원리에서 찾는 것이다. ‘세살
버릇 여든 간다’라는 속담은 모두 아는 평범한 진리일 것이다. 그런데 나
는 이 짧은 말속에 엄청난 이야기가 숨어있다고 생각한다. 세 살 버릇이
형성되기까지 부모와나, 형제들간, 또래 집단의 친구들과 주고 받은 교감
이 세 살 버릇을 형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버릇은 커가면서 습관이라
는 이름으로 바뀌고 좀 더 자라면 다시 성격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다. 그리고 성인이 되면 통틀어서 그 사람의 인격으로 ‘이 사람은 어떤 사
람이다’로 인식되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위기가 닥치는 시기와 원인을 미
리 알 수만 있다면 미리 대책을 강구하여 피해를 최소화 하거나 좀더 쉽
게 극복할 수 있을거라고 믿는다. 그래서 무언가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는 역술인이나 점쟁이를 찾아가서 원인과 대책을 묻기도 한다.
그러나 가장 과학적인 방법이 있다. 자서전을 써가면서 느낀 점인데,
지나고 나서 객관적 입장으로 바라보면 위기가 어떻게 다가왔고, 원인은
무엇이었으며, 어떻게 대응했어야 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가정이 무너지고 20년간 천직으로 생각하던 직장을 그만두는 결심
까지 하게 되는 두 가지 위기를 겪었다. 나는 이 모든 과정을 예견하고 대
비할 수는 없었는가? 무엇이 문제였고, 무엇을 하지 못해서 위기를 초래
했는가? 답을 찾기 위해서는 자신을 되돌아 보는 과정이 필요했다. 가정
과 직장에서의 위기는 3년이라는 시련을 주었으며 그 기간 동안 철저하
게 나 자신을 분석했다. 이러한 성찰의 시간을 통해 결국 회피하는 습관
과 무기력감을 반복하는 현상을 발 견했다. 회피하는 습관은 특정 상황의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내가 상처받지 않기 위한 행동양식을 보였었다. 아
프카니스탄을 선택한 것도 결국에는 일종의 도피처로 생각했고, 현실을
회피하는 방법이었던 것이다. J와의 결혼을 후회하는 마음이 깊어지면서
가정에서 느끼는 무기력감은 모든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었다.
직장에서 역시 무기력감으로 관계의 기술을 해치고 있었지만 좀 더 현명
하고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했다. 결국 나에게 닥친 두 가지 위기는 그 누
구의 책임도 아닌 나 자신의 책임이었다. 회피의 습관과 반복적인 무기력
감을 치유하지 못하고 방치한 결과였던 것이다. 당시 나는 무기력감에 시
달리다보니 어떤 일도 열정적으로 하고 싶지 않았고 그런 내 모습을 보면
서도 감정고통에 시달리기 싫어서 회피위주로 대응하는 습관이 생겼던
것이다. 부딪혀서 싸우는 것이 싫었다. 이 두 가지가 위기를 초래하고 지
혜롭게 대처하지 못한 나의 치명적인 실수였던 것이다.

반복되는 위기! 그 패턴에 습관이 있었다.
위기에 대처하지 못하고 실패하거나 고통 받은 느낌은 현실의 위기에
서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지나온 삶을 돌이켜 보면서 나는 특별한 원칙
을 발견했는데 어린 시절부터 회피와 무기력감은 다른 이름으로 이미 나
의 일부로 자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유년기와 소년기의 나는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인해 종종 방치되듯이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었다. 부모님
은 먹고사는 문제가 우선되다보니 어린 나에게 적당한 기준을 정해주지
않으셨다. 예를 들어 숙제를 규칙적으로 하는 것도 내가 알아서 해야 했
고공부방법도 특별히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서 내가 알아서 해야 했다. 그
런데 신기하게도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모두가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
는데 ‘공부 분량에 대한 책임감’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규칙적으로 공부
분량을 정해놓고 꾸준히 하는 습관을 가지지 못했다. 대신 내가 필요하면
밤을 새워서라도 목표를 달성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습관은
잘못된 특권의식을 가지게 만들었다. 여기서 특권의식이란 내 존재의 특
별함을 말하는 것이다. 즉, 나는 내가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해낸다. 그러
니 지금 내가 놀고 있어도 나의 존재만큼은 특별하다. 뭐 이런 정도의 잘
못된 의식이었다. 예를 들어 중학교 1, 2학년 내내 놀다가 3학년이 되어
목표를 정하고 집중적으로 공부해서 목표를 달성한 것은 긍정적인 면도
있었지만 1, 2등은 할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고등학교 역시 1, 2
학년 동안 공부와는 담을 쌓았다가 3학년때 뒤늦게 공부에 뛰어들어서
제한된 목표만 달성하게 된 것도 잘못된 습관의 한계였다. 큰 목표를 가
지고 꾸준히 달성해나가는 습관을 들이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니 단편적
인 사안에 매달리게 되고 넓고 크게 보는 시각을 갖추지 못했다. 이러한
습관은 성인이 되어서 남에게 보여지기 위한 삶을 살도록 만들었다.
남이 보기에 좋아보여야 하고 남을 의식해서 무엇을 해야하는 생활은
나 자신을 위한 삶에서 점점 멀어지게 했으며 끝내는 무기력감에 빠져들
도록 만들었다. 한 가지 목표를 어렵게 달성하고 나면 바로 지쳐서 다음
목표를 보지 못하고 일정기간 무기력감에 빠져드는 현상도 나타났다. 고
등학교 때 그룹사운드를 만들어서 공연을 한 것을 두고 지금의 관점에서
분석을 해보면 거기에도 회피의 성향을 분석 할 수 있었다. 고3때 우리 8
남매는 모두 뿔뿔이 흩어져서 살았었다. 물론 대부분 결혼을 하고 작은
형과 나만 남았지만 작은형은 군대를 갔고 집에는 나만 있었다. 아버지는
서울에서 사업을 하셨고 한 달에 한 두번 정도 만날 수 있는 것이 전부였
다. 당시에 나는 부정(父情)결핍을 심하게 느끼고 있었다. 친구 집에 놀
러 가면 아버지가 근엄하면 서도 다정하게 말씀하시는 모습이 너무 부러
웠다. 그래서 나는 내면에서 나오는 결핍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 인정받는
가면을 썼던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뭔가 이슈가 되는 사건의 중심이
되어야 했고, 그 이슈를 만든 것 중의 하나가 그룹사운드였다. 결핍의 느
낌을 없애기 위해서 중요한 문제에 직면하기 보다는 자신에 대해 기분 좋
게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찾았던 것이다. 이것 역시 아버지와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이 아니라 회피의 방법이었다. 정면으로 맞서서 문제해결을 하
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던 것이다.
위에서 제시된 두 가지 무기력과 회피의 문제는 이후 내 삶에서 위기를
초래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되었고 문제가 발생할 때면 항상 그 속에 이런
심리가 작용하고 있었음을 볼 수 있었다. 회피(avoid)하지 않으면 해피
(happy)해지는 원리를 처음으로 깨닫는 순간이었다.

새로운 나로 거듭나기
시련의 3년 동안 나는 내 인생을 실패한 삶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나를 성찰하고 문제점을 파악해 나가면서 실패라는 느낌에 대해 정확한
평가를 내릴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 내가 실패라고 느꼈 던 것은 나를
왜곡되게 평가한 결과이다’그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첫째, 나는 적어도
아직까지는 안정적인 직업이 있었다. 최상은 아니지만 최하도 아닌 직업
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적어도 실패한 것은 아니었다. 둘째, 가정은 무
너졌지만 가족들에게 비난을 받거나 부끄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아이들
에 대한 책임감의 문제가 있었지만 적어도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
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셋째, 나는 회피와 무기력감이라는 나쁜 습관
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 습관을 내 삶의 영역에서 도려냈다. 비슷한 상황
에서 더 이상 회피하지 않고 항상 정면 돌파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기
력감이 들라치면 책과 사색, 운동을 통해 적절히 통제를 할 수 있게 되었
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스럽고 현명하며 지혜로운 사람이 내
옆에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실패한 인생이 아니라 앞으로 성공할
모든 요건을 갖춘 행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새로운 나로 거듭
나기 위한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나는 내가 가장 하고 싶으면서도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
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서 많은 시간을 독서와 사색을 통해 나의 장단점
을 분석했다. 그리고 결국에는 찾게 되었다. 우선 나는 안정적인 직업이
필요했으므로 5급 군무원이라는 직업을 선택했고 그 목표를 이루었다.
이후 나의 후반전 인생설계는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먼저 안정적인 군무
원 생활을 토대로 매일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연구와 자질을 갖추는데 5년
이라는 시간을 투자하기로 했다. 5년 동안 어느 정도 해당분야에서 활동
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면 본격적으로 활동할 준비를 하고 더욱 심화과정
으로 몰입하는데 다시 5년을 계획했다. 즉 10년의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다. 준비기간 10년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직업군인으로 20년, 군무원
으로 10년, 이 두 기간은 연금으로 합산될 수 있는 숫자이다. 따라서 총
30년의 공직생활에 대한 연금이 적용될 수 있는 기간이다. 이후부터는
준비된 무기를 가지고 세상에 다시 도전하는 것이다. 이러한 계획은 나
혼자만의 계획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서 아내와 항상 상의했다. 아
내 역시 내 꿈과 도전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으며 내가 지치고 힘들어하
면 용기를 북돋아 주기도 했다. 이제 후반전은 전반전과는 양상이 달라졌
다. 전반전에는 크게 2골을 먹었는데 후반전에는 선수교체와 더불어 비
장의 무기를 투입한 것이다. 여기서 비장의 무기는 ‘나를 넘어선 나’이 다.
나를 제대로 분석하니 나를 넘을 수 있는 것이다. 전반전과 똑같이 싸우
면 후반전의 역전은 없다.

▶ 이 글은 송은섭 님의 자서전 중 일부를 발췌한 것이며,
전문은 홈페이지(www.libraryonroad.kr)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홈페이지 공지 및 보도-홍보에서 원본파일을 다운하실 수 있습니다.(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