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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 쓰기 모음집]나에게 인생을 묻는다. - 일대기:인생-사계 - 여름 : 3
2017.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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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 쓰기 모음집]나에게 인생을 묻는다. - 일대기:인생-사계 - 여름 : 3
Ⅰ. 일대기 : 인생-사계(四季)


희망 놀이터 남부시장
진소희 | 강남도서관_서울


남부시장 상인이 되다
지금부터 40년 전이다. “장사를 하면 돈을 잘 벌 수 있다”며 동업을 하자
고 권했다. 호떡은 눈을 감고도 만들 수 있을 만큼 달인이 되었지만, 돈은
되지 않았다. 그 당시 6남매 중 큰딸은 18살, 막내는 6살이었다. 그때는 하
루 벌어 하루 생활을 했기 때문에 매일 교통비, 학비, 책값, 육성회비를 타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장사를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귀가 솔
깃했다. 동네 사랑방이었던 호떡 장사를 그만두고 장사를 하기로 결심했
다. 장사를 어떻게 하는지 모른다. 처음 호떡 장사를 시작할 때도 호떡 굽
는 기계를 파는 곳에서 호떡 굽는 방법을 구두로 배웠다. 누가 가르쳐 준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1주일 만에 마스터를 했기 때문이다. 자본은 광주
리 한 개와 종잣돈 5천원으로 시작했다. 첫 날은 도매상에서 딸기를 사서
팔았다. 햇볕은 내리 쬐고 머리는 무거운 함박 때문에 발걸음이 휘청거린
다. 나와 함께 장사를 했던 성미는 “딸기 사세요~~~ 딸기 ~~ 딸기 사세
요~~ 맛있는 딸기가 왔어요~~”라고 소리친다. 딸기를 사야만 하는 애절
한 목소리다. 그러나 나는 처음이라 부끄럽고 창피했다. 말을 하는데 머리
에서만 맴돌고 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가끔 “딸기 사세요! 딸기. 딸기 사세
요!”라고 했다. 미성이는 “언니 무서워서 딸기 사러 오다 도망치고 달아나
겠어”라고 말한다. 성미는 딸기를 팔아 광주리는 가볍다. 그러나 나는 광
주리의 딸기는 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마, 하루 종일 걸은 것 같다. 다행
히 딸기를 다 팔고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가볍다.
2년 후 도매상에게 물건을 사는 대신 직접 시골에서 가지고 온 물건을 사
서 팔았다. 도매에서 사서 파는 것 보다는 마진이 더 좋을 것 같았다.

리어카와 장승백이
모두가 잠든 새벽. 어둠이 거치기도 전에 시장 놀이는 시작된다. 발걸음
도 빨라진다. 스쳐가는 바람을 의식할 여유도 없다. 남부 시장은 분주하다.
진안, 장수, 무주, 임실 등 인근 지역에서 재배한 농산물을 실은 화물차가 즐
비하게 서있다. 따뜻한 커피향기를 뿜으며 커피를 파는 아줌마들도 보인다.
물건을 사가려는 1톤 화물차의 기적소리도 아름답다. 하차를 도와주는 사
람, 경매를 진행하는 사람, 경매에 참여 하는 상인들로 발 디딜 틈도 없이 가
득하다. 남부 시장은 전주의 3대 시장중 하나이며 규모가 가장 크다.
2층 건물로 되어 있는 새마을 시장 1층에서 경매는 시작 된다. 적절한
가격에 좋은 물건을 사기 위해 상인들의 열손가락은 춤을 춘다. 매일 반복
되는 일상이다. 사람들은 나를 키다리 아줌마로 부른다. 사람들의 키는 내
어깨 또는 목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경매할 때도 유리하다. 경매인의 눈에
내 손은 잘 띄기 때문이다. 경매 받는 나만의 원칙이 있다. 가격도 중요하지
만, 상품의 질을 우선하여 경매를 받는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고객과 또 나
와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경매를 통해 받은 물건을 리어카에 가득 싣는다.
나의 주 고객은 평화동 장승백이다. 리어카를 끌고 약 40분정도 가면 동
네가 있다. 동네이름의 유래는 사방목신으로 세워졌던 곳은 동쪽으로는 현
재의 우아동인 소리개재, 서쪽으로는 중화산동인 가마귀골, 남쪽으로는
서서학동인 난전 미륵댕이, 북쪽으로는 덕진동의 추천교 자리중 남쪽인 서
서학동에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의 표지목을 꽂았던 곳이다. 이들 장승
은 잡귀를 액땜의 푯말로 먼 길을 떠나는 길손이 도적을 만나지 않고, 우환
이 없이 잘 다녀오도록 무사를 비는 사방목신(四方木神)으로 공대했다.
장승백이를 가기 위해서는 오르막길을 넘어 가야 한다. 채소와 야채 그리
고 과일을 가득 실고 하루 팔 것을 가득하다. 여자 혼자 리어카를 끌고 올라
가려면 너무 힘들어 등줄기에서 땀이 주르르 흐른다. 그 오르막길을 넘으면
예그린 아파트가 있다. 배추, 무, 오이, 가지 갖가지 채소와 야채 그리고 복
숭아, 수박등 과일을 가지고 평화동으로 간다. 내가 아파트에 도착했음을 알
린다. “수박~ 왔어요..수박~~ 고창 수박이 왔어요~~” 사람들이 한 두명씩
모여 들기 시작한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장승백이 고개를 넘는다. 중학생
딸이 쉬는 일요일이나 방학은 그나마 리어카를 밀어 주기 때문에 덜 힘들다.
어느 봄날이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예그린 아파트에 도착했다. 딸기
를 팔려고 보니 딸기가 조금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나는 황당했다. 그 비
싼 딸기를 두 딸이 리어카를 밀고 따라오면서 딸기를 하나씩 하나씩 집어
먹어 팔 수 있는 딸기가 바닥을 보인 것이다. 얼마나 먹고 싶었으면 그랬을
까 하는 생각이 든다. 딸기를 실컷 먹이고 싶었다.
다음날 장사를 마치고 돌아가면서 딸기를 3kg 남겨 갔다. 아이들의 눈이
빛난다. 6명이 빙 불러서 먹는 모습을 보면 두 가지 마음이 교차된다. 하나
는 죄책감과 기쁨이다. 내가 장사를 하는데 정작 우리 아이들은 마음껏 먹지
못한다. 그나마 먹을 수 있는 기회는 하루 종일 팔다가 남은 것을 가지고 올
때 맛을 본다. 기쁨은 원처럼 빙 둘러앉아 먹는 모습을 보면 기쁘고 행복하
다. 마음껏 사주지 못한 죄책감, 안타까움, 그리고 기쁜 마음이 교차한다.
안타까운 것은 한창 먹고 싶은 게 많은데 먹이지 못한 안타까움과 먹고 싶
은 것을 마음껏 먹이지 못한 죄책감이 마음 한곳에서 나를 슬프게 한다.
예전에는 시골에서 농사지은 것을 직접 팔기 위해 보따리에 싸서 버스에
실고 시장으로 나왔다. 교통도, 유통도 발달되지 않은 시대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팔러 온 물건을 상인들은 서로 사서 팔기 위해 버스가 도착하기도 전
에 죽어라 있는 힘껏 뛰어 가서 줄을 선다. 버스가 무섭지도 두렵지도 않다.
왜냐하면 굶는 것이 더 무섭기 때문이다. 건장한 남자들의 팔꿈치에 치이기
도 하고, 때론 서로 물건 하나로 쟁탈전이 벌어져 입에 담지 못할 심한 xx라
는 욕도 듣는다. 그러나 그것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날 팔아야할 잡
곡이나, 채소를 사지 못하면 하루 장사를 못하고 공치는 날이다. 남부 터미
널이나, 전동 터미널 정류장 옆에 한 평 남짓한 장소를 찜하고 좌판을 했다.
그렇게 몇 년 장사를 했다. 생계가 나아지지 않았다. 나는 함께 장사한
언니와 동생들에게 제안했다. “이렇게 물건을 사기 위해 기다리는 것보다
아예 시골을 찾아다니면서 물건을 사자”고 제안했다. 우리는 아침마다 임
실, 진안, 장수 등을 새벽마다 버스를 타고 함께 갔다.
3일장이나 5일장에도 쟁탈전은 전주에서의 동일한 상황은 벌어진다. 그러나
3명이 1팀이 되어 전략적으로 움직였다. 전주에서보다 훨씬 물건도 많이 사고,
가격도 싸게 살 수 있었다. 그렇게 사온 물건을 전주에 있는 상인들에게 팔았다.

서울에서 해남까지
몇 년이 지나 소매장사에서 중간 유통 도매상으로 업을 변경했다. 그만
큼 장사에 자신감이 생겼고 종자돈도 어느 정도 모아졌다. 3명이 함께 움
직였다. 1명은 1톤 화물차를 운전하고, 2명은 물건을 가서 보고 흥정하고
현지에서 농산물을 유통할 수 있도록 다듬고 묶음 작업을 한다. 전국 방방
곡곡을 누비고 다닌다. 경상도로 전라도로 땅끝 마을인 해남까지도 특산
물을 사기 위한 탐방을 위해 새벽부터 저녁까지 움직인다. 배추밭, 무밭,
고추밭, 양파 등 제철에 돈이 되는 될 수 있는 것은 가리지 않았다. 8톤 트
럭이나 5톤 화물차에 작업한 농산물을 실고 남부시장 경매시장에 내놓는
다. 그날에 어떤 가격으로 경매가격이 결정되냐에 따라 울기도 하고 웃기
도 한다. 경매 시간이 가장 긴장 된다. 가격을 원하는 만큼 잘 받아야 한다.
만약에 비가 오는 날이거나, 공급이 많아 버리면 물건 값은 제대로 받을 수
없거니와 그대로 차에 상차해야 하는 일도 발생한다. 그런 날은 손해를 아
주 많이 본다. 주로 배추밭과 고추를 사러 다녔다. 하루는 땅끝 해남 배추
가 맛있다고 하여 6시간 걸려 해남에 도착했다. 제일 먼저 이장님댁을 찾
아 간다. 현지인과의 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배추밭을 샀다. 현지에서
작업자를 구한 다음 작업을 시작한다. 먼저 배추를 뽑은 후 다듬는다. 그런
후 크기를 상·중·하로 구분한 후 묶음 작업을 한다. 경매 시장에 내놓기
까지는 짧게는 3일~4일 정도 걸린다. 배추 구입비, 작업비, 운반비를 합한
1포기 원가가 2,800원이다. 작업을 한 것을 상차하려고 하는데 소낙비가
하늘에서 폭포처럼 내린다. 작업자는 비닐로 배추를 덮었다. 이제 상차만
하면 되는데 하늘도 무심했다. 우리는 비가 그치기만 기다렸다. 비는 그치
지 않고 계속 내렸다. 상차 작업을 멈추고 배추를 비닐로 덮었다. 우린 다
음날 경매를 하기 위해 올라 왔다. 배추는 비가 맞아 물이 주루룩 흘러내린
다. 예상대로다. 선택받지 못한 배추군단은 다시 적재함에 옮겨졌고 전주
교 옆에 차를 세워 놓고 배추를 내려놓고 장사를 한다. 다른 두 사람은 차
를 가지고 이동하면서 배추를 팔러 다녔다. 다행히 큰 손해는 보지 않았다.
현지에서 작업을 할 때는 동네 이장과 동네 사람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주
어야 한다. 날씨와 수요공급을 예측해야 한다. 정말 어려운 일이다. 만약에
냉장 창고가 있다면 팔리지 않은 농수산물을 보관 할 수 있으면 더 큰 돈을
벌 수 있었을 텐데 시설이 없다 보니 많이 아쉬운 점이 있다. 손해를 볼 때
도 있고 이익을 볼 때가 있었지만, 그전보다는 수입이 좋았다.

나만의 상인 철학
장사 역사가 47년이다. 나만의 철학이 있다.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
은 뚝심으로 지금까지 지켜온 나의 철학이 있었기에 누구를 만나도 웃을
수 있는 것 같다. 나만의 철학은 네 가지다. 첫째는 신뢰, 둘째는 품질보장,
셋째는 관계, 넷째는 감사다.
첫째, 고객과의 신뢰 관계다. 고객을 속이는 일은 하지 않는다. 예를 들
면, 국산품이라고 하고, 중국산을 사서 끼어 놓는 일은 절대 없다. 주문 받
은 농산물은 납기를 맞추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이 들더라도 맞춰 준다. 등산
을 할 때 걸어서 정상을 등반하는 일은 힘들고 어려우나, 신뢰를 읽는다는
것은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는 것 보다 더 쉽고 한순간이기 때문이다.
둘째, 품질을 보장한다. 신세계 백화점에 입점해있는 음식점에 몇 년간
양념이 되는 고추, 참깨, 들깨, 참기름, 들기름을 공급했다. 도소매를 하는
유통 상인으로부터 주문을 받는다. 준다. 예를 들어 사과를 박스로 살 경
우, 밑에 상하려고 한 사과가 2개가 있듯이, 포장된 상품을 다 확인할 수는
없고 맛을 볼 수가 없다. 그런 경우 다시 추가로 보내주거나 가격을 할인해
준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드물다. 작업을 할 때 미리 확인하기 때문이다.
셋째, 관계를 소중히 한다. 도소매 유통 상인과 단골 고객의 집안 대소사
는 다 챙긴다. 특히, 병원에 입원했거나, 장례식에는 특별한 일을 제외하고
는 직접 방문한다. 하루에 결혼식이 3군데가 될 때도 있다. 그럴 경우는 축
하금을 미리 전달하기도 한다. 남부시장 사람들과 모임이 5개는 된다. 회
원은 작게는 7명에서 많게는 25명이 된다. 모임의 목적은 친목이다. 그날
은 직장인들이 회식을 하듯이 우리들도 지치고 힘든 하루를 보내고 맛있
는 음식을 먹으면서 마음껏 웃고 떠들면서 회포를 푸는 날이다.
넷째, 감사한다. 우리집에 경사가 있는 날이면, 상인들에게 커피를 돌리
거나, 식사를 대접한다. 그들과 함께 기쁨을 나눈다. 예를 들면, 자녀들의
결혼식, 취직, 승진 시험 합격, 사법고시 합격 등 축하 할 일이 있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로 커피나 식사를 대접한다. 이런 결과가 있기
까지는 나와 함께 남부시장이란 놀이터에서 농산물을 사고팔면서 가정의
생계를 위해 새벽부터 저녁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노상에서 자리를 펴고 장
사를 하는 상인, 가게를 가지고 도소매를 하는 상인, 경매를 하는 중간 도
매인, 시장의 콩나물 밥집, 순대국집, 정육점, 슈퍼, 커피를 파는 아줌마,
급전을 빌려주는 일수 아줌마, 물건을 배달하는 라이더, 물건을 하차해주
는 사람, 모두가 친구이고 고맙고 감사할 사람들이다.


▶ 이 글은 진소희 님의 자서전 중 일부를 발췌한 것이며,
전문은 홈페이지(www.libraryonroad.kr)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홈페이지 공지 및 보도-홍보에서 원본파일을 다운하실 수 있습니다.(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