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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일곱째날, 나두야 간다 - 송정공원에서 나주 율정주막 지나 월출산 누릿재 너머까지
2015.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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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일곱째날, 나두야 간다 - 송정공원에서 나주 율정주막 지나 월출산 누릿재 너머까지

옛길걷기 인문학 [13]

일곱째날, 나두야 간다 - 송정공원에서 나주 율정주막 지나 월출산 누릿재 너머까지

 

공공 도서관이 많아졌다. 마을을 연결하는 문화적 거점으로 삼을 수 있을 만큼 많아졌다. 학교는 졸업하고 나면 작별하는 한시적인 공간이지만, 도서관은 다르다. 정보와 지식을 저장하고 있는 도서관은 시민들이 편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다. 이번 삼남대로 걷기는 도서관과 도서관으로 이어지는 문화 이벤트 이어달리기이기도 했다.   

 

7일째 삼남대로 걷기는 광주 송정공원의 송정도서관에서 시작되었다. 송정공원에는 순국선열을 기리는 충혼탑이 있고, 도서관이 있고, 문학비가 있다. 문학비는 1930년대 강진 출신 김영랑 시인과 함께 시문학파의 일원으로 활동했던 이 고장 출신 용아 박용철(1904~1938)의 시비다. 박용철의「떠나가는 배」 ‘나두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두야 가련다~’는 가수 김수철에 의해 노래로도 불려졌다. 돛단배 형상의 시비가 내려다보고 있는 언덕에는 춘향가의 한 대목인 쑥대머리를 잘 불러 일약 스타가 된 명창 임방울(1905~1961)의 기념비가 있다. 임방울 기념비는 돌 부채와 돌 북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예술가들은 갔지만, 그들이 남긴 작품과 소리는 아직도 송정공원에 떠돌고 있다.  

 
광주 송정도서관에서 삼남대로에 대한 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조선대학교 이종범 교수는 삼남대로를 걸어갔던 유배자들의 자취를 더듬었다. 14세기 말에 정도전, 16세기에 김굉필, 조광조, 노수신, 그리고 17세기 후반에 김수항과 송시열, 19세기에 정약용, 김정희, 김윤식이 삼남대로를 걸었다. 이종범 교수는 유배를 중앙으로부터 변방으로 밀려난 분리의 관점이 아니라, 중앙과 지방의 소통과 교유의 과정으로 파악해보자고 했다. 광주교육대학의 김덕진 교수는 삼남대로의 역사적 의의에 대해서 발표했다.


토크 콘서트를 통해서 삼남대로의 역사적 의미를 새긴 다음, 송정공원을 나와 나주로 향했다. 광주시 광산구 송정리는 교통이 편리하고, 목포와 순천으로 향하는 열차의 갈림길이기도 하다. 송정리에서 나주 노안면사무소를 지나면 율정 주막거리가 나온다. 나주 시내에서는 동신대학교 후문에서 북쪽 길로 저수지 연화제를 오른쪽에 두고 300m쯤 가면 율정 주막터가 나온다. 율정은 밤나무 정자가 있어서 생긴 이름인데, 나주 읍성의 북쪽에 살던 사람들과 한양 가던 나그네가 거쳐 가던 길목이었다.

 
1801년 율정 주막에서는 신유박해로 유배길에 오른 정약전과 정약용 형제가 하룻밤을 머물렀다. 형은 흑산도로, 동생은 강진으로 유배가는데 형제는 이 날이 살아서 마지막인 줄도 모르고 헤어졌다. 그 때의 심정을 다산은 <율정별 栗亭別>이라는 시에 담아두었다. “초가 주점 새벽 등불 깜박깜박 꺼지려 하는데/ 일어나서 샛별 보니 아! 이제는 이별인가/ 두 눈만 말똥말똥 나도 그도 말이 없이/ 목청 억지로 바꾸려니 오열이 되고 마네… ”


우리 일행은 율정 주막터를 뒤로 하고, 나주목의 금성관으로 이동했다. 금성관 앞에 나주 곰탕집의 손님 줄이 길다. 수학여행 온 여학생들도 우윳빛 도는 곰탕을 한 그릇씩 비워댄다. 우리도 가벼운 듯하면서도 깊은 맛을 지닌 곰탕 한 그릇을 먹고 나니 나주의 공기가 훈훈하게 느껴졌다. 

<글·사진/ 허시명>   

<여행정보>
광주송정역, 나주역, 광주역에 KTX 고속열차가 선다. 열차 문의 1544-7788. 광주에서 장성, 나주, 영암행 버스를 이용하려면 광주광역시 서구 광천동에 있는 광주종합버스터미널(062-360-8114)을 이용한다.
월 출산 자락길/ 월출산의 영암읍내 회문리 기찬랜드에서 녹동서원, 성풍사지 5층 석탑을 거쳐 천황사까지 7.3km는 걷기 좋을 길로 단장되어 있다. 영암쪽 누릿재 길 걷기는 천왕사에서부터 시작하고, 강진 쪽에서는 월남마을에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하멜기념관/ 하멜이 살았던 당시의 네델란드의 생활상과 당시의 세계 지도들이 전시되어 있다. 하멜이 표류했을 때에 함께 들어온 오크통 모형도 전시해 놓았다. 전남 강진군 병영면 병영성로 180. 061-430-3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