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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여섯째날, 전주에서 장성 갈재 너머 원덕마을 미륵석불까지
2015.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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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여섯째날, 전주에서 장성 갈재 너머 원덕마을 미륵석불까지

옛길걷기 인문학 [11]

여섯째날, 전주에서 장성 갈재 너머 원덕마을 미륵석불까지

 

삼남대로 걷기 6일째 일정은 전주시립 삼천도서관에서 시작되었다. 전주 삼천동에 있는 삼천도서관은 2001년에 개관했다. 도서관을 통해서 30명의 시민들이 행사에 참여하였다. 버스 안에서 도란도란 나누는 얘기를 귀기울여보니 며칠 전에도 도서관 행사에 참여한 이가 많았다. 서로 친해서인지, 삼천동 막걸리집 이야기도 들렸다. 눈썰미 좋은 주인이 있는 집, 전을 빠삭빠삭하게 잘 구워내는 집을 서로들 꼽아댄다. 삼천동은 서신동, 효자동과 함께 막걸리 골목으로 이름난 동네다. 한 주전자에 막걸리 3병이 들어가고, 친구 4명이서 가면 65,000원이면 푸짐하게 먹는데 주말이면 외지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와 동네 사람 차지가 안 된다는 푸념도 들린다.  

 

오늘 일정은 오전에는 정읍시 태인면 마을 길을 걷고, 오후에는 정읍시립중앙도서관 회원들과 장성 갈재를 넘을 예정이다.

 
태인 답사의 출발지는 ‘湖南第一亭(호남제일정)'이라는 편액을 달고 있는 피향정이다. 피향정 앞은 연못이라 여름이면 연 향기가 가득하다. 원래 누정 위아래로 연못이었다는데 한쪽만 남아있다. 마을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주택가가 된 아래쪽의 땅을 파면 진흙이 나와 연밭이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태인 태수(당시는 태산군)를 지낸 이로 신라 헌안왕 때 최치원이 있다. 최치원이 피향정에 올랐다는 얘기가 전해오는데, 현재 정자는 1716년에 태인 현감 유근이 중수했다. 피향정 건물 기둥은 1.42m 높이의 28개 화강암 기초 위에 올라있다. 28개의 주춧돌은 물이 차올라 기둥이 썩는 것을 방지하는 것도 있겠지만, 하늘의 28수 별자리를 좇았던 것으로 보인다. 피향정 마당 안에 검은 비석이 있는데, 농민들을 수탈하여 동학혁명을 발발케 했던 고부 군수 조병갑이 태인 현감을 지낸 아버지 조규순을 기리기 위해 세웠다고 한다.   


태인 길 안내는 동국대학교 박물관 정성관 학예사가 맡았다. 태인은 일제강점기 때 호남선 철로가 마을을 지나가는 것을 유림들이 막았다. 그래서 신태인이라는 도시가 생겨났고, 태인은 고층 건물이 드믄 오래된 동네의 풍모를 지금껏 유지할 수 있었다.

 

마을 길을 지나 우리가 향한 곳은 태인향교 만화루였다. 태인에는 향교가 있고, 관아가 있다. 향교와 관아가 함께 남아있는 고장은 드물다고 정학예사가 말했다. 지방을 돌아다니다보면 상대적으로 관아보다는 향교가 더 많이 남아 있음을 알 수 있다. 향교는 지역의 유림들이 중심이 되었던 공간이라 중앙 정부의 통제로부터 벗어나 있었다. 동헌은 중앙 정부가 관리하는 공간이라, 조선이 망하고 일제가 강점하면서 학교나 근대식 병원 등의 공공 시설물로 대체시켰다. 조선 왕조의 상징적인 공간을 없앤 것이다. 그에 견주면 향교는 지역 권력인 유림들의 공간이라, 지역 유림들이 지켜낼 수 있었다.   


태인 향교를 가던 길에 수학정석길이라는 길 이름을 보았다. 모든 고등학생들의 참고서 『수학정석』에서 따온 이름이다. 그 길을 걷다보니 명봉도서관이 나왔다. 정원이 잘 가꿔진 도서관인데, 마을 안에 개인 주택을 개조한 공공 도서관이 있다니 놀라웠다. 『수학정석』의 저자인 홍성대 씨의 형제들이 아버지의 집을 '향리 후진들에게 풍부한 정신적 양식을 심어주기 위한 취지'에서 만든 도서관이란다. 도서관을 만들어낼 수 있는 한 집안의 힘이 스테디셀러를 만들어낸 것이리라.  


마을 길을 걸어 야트막한 산 밑에 다다르니 태인 향교가 있었다. 홍살문이 향교밖 넓은 통로 한쪽에 세워져 있어서 입구 구실을 못하고 있었다. 향교 정문은 2층 누각 만화루(萬化樓)인데, 만화루는 왕비나 정승 등 높은 사람이 출생한 고을에 세워졌다고 한다. 왕비 중에서 단종 왕비 정순왕후와 영조의 생모 숙빈 최씨가 이 고을 출신이란다. 만화루를 지나니, 마당 건너에 공자를 모신 대성전이 단정하게 자리잡고 있다.

<글·사진/ 허시명>

 

<여행정보>

교통정 보/ 백양사역에는 호남선 무궁화열차가 선다. 백양사역에서 100m 떨어진 곳에 시외버스 터미널이 있고 백양사 가는 버스가 있다. 버스를 타고 정읍이나 장성으로 나갈 수 있고, 열차를 타고 나갈 수도 있다. 백양사역에서 원덕마을을 거쳐 갈재를 넘는 코스는 길 안내판이 잘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