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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다섯째날, 호남평야의 젓줄 만경강을 만나다 - 여산에서 금산까지
2015.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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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다섯째날, 호남평야의 젓줄 만경강을 만나다 - 여산에서 금산까지

옛길걷기 인문학 [10]

다섯째날, 호남평야의 젓줄 만경강을 만나다 - 여산에서 금산까지


다음은 봉곡서원이다. 논산시 연무읍에 위치한 봉곡서원은 조선 후기에 건립된 서원이다. 본래 전북 여산에 건립된 사우祠宇였으나 서원 철폐령 때 철폐되었다가 1899년 다시 단을 설치하여 봉곡단소를 운영하다가 1965년 지금의 자리로 옮겨왔다. 하지만 봉곡서원은 굳게 닫혀 있었다. 서원 옆의 비석군에서 황화정皇華亭이라는 비석을 발견했다. 황화정은 서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정자다. 조선시대의 현감이 관찰사를 맞고 배웅하던 곳이다. 그만큼 중요한 길목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제는 흔적 없이 사라졌고 비석만이 이곳에 옮겨왔다.   


이제는 여산동헌이다. 드디어 도보단이 전북으로 진입한 것이다. 하기야 봉곡서원이 자리한 곳도 조선시대에는 전라도 땅이었다. 여산동헌은 조선시대 여산 지역의 수령이 업무를 보던 청사이다. 현재 남아 있는 건물은 조선 말기에 건축된 정면 5칸, 측면 3칸의 건축물 하나뿐이다.


문이 잠겨 있어 바로 아래 면사무소에 문의했더니 기꺼이 열쇠를 내주었다. 단아한 목조건축물은 보존 상태는 매우 뛰어났다. 향교와 달리 지방 관청의 건축물이 많이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서 매우 귀한 유산이다. 마당 한쪽에는 600년 수령의 느티나무가 커다란 가지를 숙이고 있었다. 동헌보다 더 오래 살아왔으니 동헌이 세워지는 것은 물론이고 역사의 뒤안길로 서서히 사라지는 모습까지 모두 지켜보았을 나무다. 동헌의 뜰에는 대원군의 척화비가 세워져 있어 눈길을 끌었다. 원래 바로 앞 여산초등학교에 있던 것을 옮겨왔다고 한다. 여산동헌 바로 아래는 병인박해 때 천주교 신자들이 처형된 순교성지다. 대원군의 쇄국정책과 끈을 같이 하는 곳이다.  


오후 첫 방문지는 전북 완주군 삼례읍의 비비정이다. 1573년(선조 6)에 건립되었다가 철거되었으며 1752년(영조 28)에 중건되었지만 또 다시 철거되었던 굴곡 많은 정자다. 지금의 정자는 1998년에 복원된 것이다. 예로부터 기러기가 쉬어가는 곳이라 하여 ‘비비낙안’이라 불리기도 했다.  


비비정을 찾은 이유는 많은 고문헌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춘향전에도 과거에 급제한 이몽룡이 어사가 되어 춘향이를 찾아가는 여정에 비비정이 언급되어 있다. 비비정이 자리한 이곳이 삼남대로 한복판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비비정에 올라서니 주변 일대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앞으로는 만경강이 유유히 흐르고 주변으로는 드넓은 호남평야다. 비비정을 중심으로 좌우에 두 개의 철길이 놓여있었다. 모두 호남선이지만 우측의 것은 옛것이고 좌측의 것은 새로운 것이다. 옛 철길은 더 이상 열차가 다니지 않는다. 안전을 위해 사람도 건너다닐 수 없다. 녹슬어 가는 만경강 위의 철길은 쓸쓸해 보였다.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김제의 금구향교다. 비비정에서는 25km가 넘게 떨어져 있어 차량으로 이동했다. 오늘은 유독 향교 방문이 많은 날이다. 하지만 금구향교 역시 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담 너머로 향교 내부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걸어야 한다. 최종 목적지는 금산면사무소다. 거리는 약 10km. 동선 초반은 전북에서 설치한 ‘아름다운 순례길’과 중첩되어 있었다. 일부 구간은 인도가 없었지만 차량 소통이 많지 않아 위험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2km 지점이었던 용복교차로를 지난 다음 도보단은 헤매기 시작했다. 몇 개의 갈림길에서 정확한 길도 찾기 어려웠고 안전하고 효율적인 길이 어느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 종이 지도와 스마트폰을 이용해 주변의 작은 길들을 꼼꼼히 확인했다. 그리고 선택한 길은 1번국도와 나란히 걷는 농로였다. 고속화도로로 정비된 1번국도와 나란히 걷기는 하지만 1번국도에 비해 한참 낮은 지형이라 국도가 보이지는 않았다.  


이후 금산면까지는 그야말로 유유자적이었다. 차량도 다니지 않았고 사람들도 없었다. 어디선가 나타난 동네 강아지가 한참을 따라오더니 먹을 것을 주어도 다가오지 않고 경계하고는 되돌아갔다. 잠시 시멘트 바닥에 앉아 목을 축이고 간식을 먹었으며 국도 밑 굴다리 입구에 세워진 교통안전 볼록거울에 얼굴을 들이밀고 재미있는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금산면에 도착한 시간은 점점 짧아지는 햇살이 노랗게 물들 무렵이었다. 도보단은 금산면의 원평초등학교를 지나 원평교 앞에서 오늘의 걸음을 멈추었다. 스트레칭으로 몸을 푸는 사이 해는 점점 서쪽으로 기울고 도보단의 얼굴도 붉게 물들어갔다.

<글 사진 박동식>

 

<여행정보>

견훤왕릉

주소 : 논산시 연무읍 금곡리 산 18-3

문의 : 041-746-5412(논산시 문화관광)

개방시간 : 24시간

입장료 : 무료  

 

여산동헌

주소 : 익산시 여산면 동헌길 13

문의 : 063-859-5791

개방시간 : 24시간

입장료 : 무료

 

비비정

주소 : 완주군 삼례읍 비비정길 26  

문의 : 063-290-2613(완주군 문화관광)

개방시간 : 24시간

입장료 : 무료